"코로나19 재난 속 아동… 스스로 대비할 수 있게 도와야"
"코로나19 재난 속 아동… 스스로 대비할 수 있게 도와야"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3.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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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⑥]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지난해 12월 EBS 아동 간판 프로그램 '보니하니'가 아동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EBS
지난해 12월 EBS 아동 간판 프로그램 '보니하니'가 아동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EBS

지난해 12월 EBS 아동 간판 프로그램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가 아동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성인 남성 출연자가 청소년 여성 출연자에게 폭행하는 듯한 장면이 생방송 전파를 탄 것. 결국 ‘보니하니’는 방송이 중단됐고, 김명중 사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까지 했다.

이후 EBS는 지난 1월 20일 ‘보니하니’ 방송 재개 소식을 전하면서 기존 제작가이드라인 내 ‘유아·어린이·청소년의 출연에 관한 조항’ 11개를 20개로 늘렸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보니하니’ 논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1월 ‘2020년 주요 업무 계획’에 아동·청소년 출연자 권리 보장을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을 내세웠다.

‘보니하니’ 논란은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 CRC)이 내세운 아동의 4대 기본권인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 중 보호권에 위배된다. 보호권은 아동이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로, 폭력, 학대, 차별이 여기에 해당한다.

1989년에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제사회가 이 세상 모든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고자 만든 약속.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 196개국(2019년 7월 기준)이 동의한 국제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1년 동참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는 단체다. 특히 이들은 모든 아동이 그들의 권리, 존엄성, 진실성을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아동과 함께’, ‘아동을 위한’ 다양한 아동인권 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한 주변국가의 협약이행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아동인권 주제로 한 교육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이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달 26일 정 사무국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지난해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안 나왔지만… '반짝' 관심뿐"

지난해 10월 1일 서울 내자동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만난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의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해 10월 1일 서울 내자동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만난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의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아동권리 관점에서 20대 국회가 거둔 가장 큰 성과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20대 국회 때 거둔 성과로는 막판에야 비로소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이 가져온 선거연령 하향, 유아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발의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개정, 2016년 아동정책영향평가를 도입한 아동복지법 개정, 2018년 제정된 아동수당법과 2019년 아동수당법의 개정입니다.”

Q. 20대 국회의 아동인권 감수성을 점수로 표현해주신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단지 20대 국회만의 문제일까 생각도 되고, 인권 감수성을 점수로 표현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굳이 점수로 이야기하자면 10점입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아동인권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전체의 10%, 30명 정도 된다는 생각으로 매겼습니다.”

Q. 지난해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권고안이 나왔습니다. 이후에 국회나 정부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심의가 있고 나서 관심을 보인 국회의원실은 있었지만 잠깐뿐이었습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만이 앞으로의 이행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부처의 움직임은 잘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움직임은 분명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사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받은 심의안을 지켜본 결과, 정부는 전문가에게 받는 컨설팅이라 생각하지 않고 시험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졸업고사를 보고 나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은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시작인데도 말입니다.”

Q. 권고안은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보장, 아동영향평가제도 확장 등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 국장님이 보시기에 권고안 내용 중 이번 총선에서 우선적으로 이슈가 됐으면 하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선으로 이슈가 되길 바라는 건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법의 제정입니다. 우리나라의 아동정책의 본질적 문제는 만 18세 미만 아동의 연령이 법과 제도, 담당 부처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또 아동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국제기준이나 인권적 관점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처음 제정할 때부터 협약이 담고 있는 비차별의 원칙,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 등을 고려했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아동과 관련한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될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기본법, 국가의 아동관을 확립하기 위한 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21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입니다. 저출생을 걱정하는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의 존재도 모르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도 태어났다고 위조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법과 제도를 보완하기보다 개인의 일탈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 땅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의 존재를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도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 “아동인권 관점에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국회의원 필요해”

지난 1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1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근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최근 강원도 원주 삼남매 사건 등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동의 학대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출생등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출생등록제’ 도입이 더딘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출생등록제도 도입이 더딘 이유는, 첫째로 일반 대중이 이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제도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제도나 정책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아요. 특히 그것이 아동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이것은 불쌍한 아이를 구제하는 자선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모든 아이들이 제도 내에서 확인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꼭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셨으면 합니다.”

Q. 이번 총선부터 투표 연령이 기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졌습니다. 약 14만 명의 학생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동 참여권 확장에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상적인 아동 참여권 확대를 위해 어떤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참여는 아동인권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참여는 선거연령 하향과 같은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일상 속 작은 경험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선거와 같이 제도로 인한 참여를 ‘Big P’라 하고, 가정이나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등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참여를 ‘Small p’라고 한다면, 참여권의 신장과 시민으로의 정체성은 두 개가 곱해져야 이뤄집니다.

두 가지 경험이 모두 커질 때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학교나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아동의 의견표현을 권장함은 물론, 토의를 통해 대안을 도출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이 제도로 보장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해요.”

Q. 최근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습니다. 아동권리 관점에서 볼 때 혹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짚어주십시오.

“우리 사회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경험하며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어’, ‘하지 마’, ‘이건 다 너희를 위한 거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너희는 몰라도 돼!’, ‘가만히 있어!’라고만 할 게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방법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불안심리를 낮추고, 스스로 재난에 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 공부 외에도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나 활동 등 대안활동을 찾으며, 함께하는 시간의 양과 질을 높여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따라야 합니다.”

Q.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21대 국회에서는 아동인권 관점에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국회의원이 필요해요. 또한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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