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왕국 무법지대 속 '유치원 3법'은 최소한의 장치"
"소왕국 무법지대 속 '유치원 3법'은 최소한의 장치"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3.13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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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⑧]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대표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2018년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 진행을 집단적으로 방해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2018년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 진행을 집단적으로 방해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0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유아교육의 투명성·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이하 비범국) 대표는 사립유치원 비리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아빠’였다. 당시 공개된 비리사립유치원 명단에 자신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있었고, 이에 분노를 느낀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17일 비범국을 출범시켰다.

비범국은 학부모들이 직접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또한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29일 유치원 원장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맞서 사립유치원 교직원 노동조합 창립과정에도 함께했다.

박 대표가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10일 박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20대 국회, 여야 모두 ‘유치원 3법’ 통과에 절박함 없었다"

2018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유치원 비리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유치원 비리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비리 사립유치원 근절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의 관점에서 20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70점입니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과정과 내용을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어요. 패스트트랙 법안이 처리 기한을 넘겨 383일 후에야 간신히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비리 사립유치원 문제가 터지면서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어요.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당국은 당장이라도 국·공립유치원의 돌봄시간을 늘리고, 통학버스가 운행될 것처럼 발표했어요. 하지만 현재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킨 것 말고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제안됐던 다른 사안들은 미룬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는 설립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하고, 1년도 안 돼 지난해 9월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이 문제를 너무 쉽게 여겼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어요.”

Q. 유치원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정치권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당시 자유한국당은 그렇다 해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유치원 3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중차대한 법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별로 없었습니다.

유치원 3법은 ‘검찰개혁법안’과 ‘정치개혁법안’보다 먼저 패스트트랙에 지정됐어요. 그런데 통과는 가장 늦게 됐습니다. 유치원 3법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주목을 받았지만, 국회에서는 이른바 ‘민식이법’처럼 당장 통과시켜야 하는 시급한 민생법안으로 여겨지지도 않았어요. 지난 1월 통과되기 직전까지도 이러다가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있었습니다.

유치원 3법에 절박성이 부족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구성과도 관련이 있어요. 50대 중년 남성이 평균인 국회의원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학부모들을 대변하지 못했어요. 직접적인 현안 문제가 아니다보니, 이런 중요한 법을 ‘반드시 필요한 법’이 아닌, ‘있으면 좋은 법’ 정도로 봤습니다.”

Q.이번에 통과된 유치원 3법에 어떤 점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박용진 의원의 (유치원 3법) 원안과 임재훈 의원의 수정안은 ‘누리과정 지원금이 보조금으로 바뀌지 않는 것’과 ‘처벌조항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 것’에서 차이를 가집니다. 수정안은 원안에 비해 당연히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제는 정말 유아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유치원 설립자들은 이제 유치원이 수익을 창출하는 ‘황금알’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사립유치원이 설립자와 원장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공적인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2020년 예산안 통과과정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이 기존 22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올랐는데, 보조금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금이 늘어난 만큼, 이러한 국가지원금의 용도외 사용에 대해 더욱 엄격한 법이 적용돼야 할 것입니다.”

◇ "살찐 고양이법 만들어 사립유치원 설립자·원장 연봉에 상한선 둬야"

박용환 대표는 코로나19로 개학 연기가 결정되면서 정부가 돌봄시간을 오후 7시로 확대한 것에 대해 돌봄의 질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베이비뉴스​
박용환 대표는 코로나19로 개학 연기가 결정되면서 정부가 돌봄시간을 오후 7시로 확대한 것에 대해 돌봄의 질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유아교육 공공성 개혁은 이제 시작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다음으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사립유치원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사립유치원이라는 소왕국에서 설립자와 원장들은 왕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무법지대에 유치원 3법으로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기초를 만든 것이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너무나 많습니다. 먼저 사립유치원 내부의 개혁입니다. 앞으로는 유치원에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는지 점검하고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사립유치원 교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유치원 안에서 일어나는 갑질 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

교직원의 열악한 처우와 갑질 문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원장과 설립자들이 교직원을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갑질 사고가 많이 발생해요.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질적인 교육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선의 시급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또한 국·공립유치원이 제공하는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19로 개학 연기가 결정되면서 정부는, 처음에는 오후 5시까지만 긴급돌봄을 하기로 했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오후 7시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통학버스 운행 전면 확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립유치원은 100%에 가까운 통학버스 운행을 하고 있지만, 국·공립유치원은 아직도 2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돌봄 시간 연장과 통학버스 문제는 국·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보다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감사를 거부하는 유치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요. 비범국에서 알아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21곳의 사립유치원들이 감사를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 관내에는 감사거부 유치원이 많았는데, 총 19곳이 감사를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감사를 거부하는 유치원은, 정상적으로 감사를 받고 비리가 적발된 곳들보다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감사를 거부하면 형사고발에 그치지 않고, 대폭적으로 정원을 축소하고 국가지원금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폐원 인가를 불허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20대 국회가 유치원 3법 통과로 사립유치원 비리근절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초를 만들었다면, 21대 국회는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불명예 1위를 기록하는 두 가지 데이터가 있어요. 압도적인 자살률 1위와 최저 수준의 출생률입니다. 생명을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과 인간답게 제대로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낮은 출생률과 높은 자살률의 불명예는 계속될 겁니다. 국·공립유치원 서비스 개선에 투자한다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다른 방법보다도 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제도적으로는 사립유치원에 소위 ‘살찐 고양이법’(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이 지나친 연봉을 받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법령 또는 조례 - 기자 주)을 도입해야 합니다. 살찐 고양이법으로 사립유치원 설립자나 원장들의 연봉에 상한선을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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