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양육비를 달라고 법정에 선 마음은 참으로 비참합니다. 양육비는 부부 공동의 책임입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이 필요합니다. 숨어버리고 안 보면 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 자녀인데 말입니다. 아이의 엄마 아빠로서 책임을 져주기를 바랍니다. 양육비 문제에 개인이 나서지 않도록 이제 국가가 책임을 져줬으면 좋겠습니다.”(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람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대표가 재판을 받게 됐다. 양육비해결모임은 18일 오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양육비 미지급자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주장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인 김모 씨는 자신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강 대표가 명예훼손 재판 출석을 앞두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리게 됐다.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김모 씨의 신상을 홈페이지 ‘배드 페어런츠(Bad Parents)’에 지난해 5월에 공개했다. 김모 씨는 같은해 8월 특수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강 대표를 고소했다.
기자회견에서 강 대표는 “재판에서 죄를 면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며 “국가가 나 몰라라 할 때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개인을 돕다가 고소를 당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벌금을 맞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를 받고 벌금형을 받으면 구치소에 가겠다”고 밝혔다.
“20년 동안 양육비 소송을 하면서 들었던 심정은 비참함이었습니다. 공동의 책임을 지고 내 자식을 잘 교육하고 잘 입히고 해야 하지만, 부모가 이혼했다는 이유로 아이는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강 대표)
◇ “20년간 양육비 한 푼 못 받아… 받을 권리 정당하게 주장한 것”
이 자리에는 김모 씨의 전 배우자이자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를 입은 박인옥 씨가 자녀와 함께 참여했다. 박 씨는 “남편은 1998년에 집을 나갔고 홀로 남겨져 아이들의 생계와 수술비를 감당해야 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양육비 지급 명령을 받고 이혼하게 됐지만 약 20년이 지나간 지금까지 저와 아이들은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대출 지원을 받아 가게를 운영했지만 남편이 2004년 이혼 재판을 걸어오면서 모두 망가졌다”며 “재판과 장사를 병행할 여력이 되지 않아 모든 걸 혼자 준비해야 했고, 시청에서 대출한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불량 거래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 씨에 따르면 아들은 심한 구순열이 있었지만 수술도 받지 못했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채로 생계를 위해 택배 일을 해왔다. 딸은 공장에 나가며 학자금 대출을 받아 남편이 진 빚을 갚아 생활이 어려운 상태.
박 씨는 “만약 우리가 적더라도 양육비를 온전히 받아서 생활할 수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지 못하고 생계에 내몰려야 했을까”라고 질문하며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정당하게 주장한 것일 뿐 잘못한 것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번 기자회견엔 양육비해결모임의 헌법소원을 자문하고 있는 이준영 변호사도 참여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이 통과됐지만 실질적인 효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다른 나라는 제도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게 했지만, 우리나라는 많은 예외를 주는 것이 문제”라며, “개인간의 채무에 대해서 처벌이 과도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나라들은 이미 양육비 미지급을 형사처벌하고 있다”며 프랑스와 미국, 독일 등의 사례를 들었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나 임금체불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의 기본적 생존권 또한 보호돼야 한다고 보고,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육비를 바라보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관점이 너무 안일하다”고 질타했다.
한편, 양육비해결모임은 양육비를 미지급한 행위도 형사처벌을 해달라는 취지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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