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축구클럽 참사 막으려면… “안전 컨트롤타워 절실”
송도 축구클럽 참사 막으려면… “안전 컨트롤타워 절실”
  • 이중삼·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8.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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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호·유찬이법’ 대표발의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

【베이비뉴스 이중삼·최규화 기자】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지난달 18일 운행기록장치 의무 장착 대상자에 어린이통학버스를 무상으로 운영하는 자를 추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지난달 18일 운행기록장치 의무 장착 대상자에 어린이통학버스를 무상으로 운영하는 자를 추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5월 15일 인천 송도에서 축구클럽 통학차량에 타고 있던 아이들 여섯 명이 다치고 두 명이 세상을 떠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여덟 살 태호와 유찬이는 허무하게 세상과 작별하고 말았다. 사고가 난 차량은 ‘노란색’ 통학차량. 하지만 법적으로는 어린이보호차량은 아니었다. 당연히(?) ‘세림이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세 살 김세림 양이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세림이법은, 2015년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의 다른 이름이다. 어린이통학차량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림이법의 주요 내용은 ▲어린이통학차량 신고 ▲성인보호자 탑승 의무화 ▲보호자의 안전 확인 ▲운행 후 아동의 하차확인 등이다. 하지만 세림이법은 태호와 유찬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현행법은 어린이통학버스를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학원·체육시설과 같이 ‘어린이를 교육대상으로 하는 시설’에서 이용되는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다. 축구클럽은 학원이나 체육시설로 등록하지 않아도 영업이 가능해 어린이통학차량에 해당하지 않았다.

사건 후 약 한 달 뒤인 6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비례대표)이 두 아이의 이름을 딴 ‘태호·유찬이법’, 즉 도로교통법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어린이 탑승·운행 자동차,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체육 교습 업종 포함 ▲어린이통학버스 표지, 보험가입 등 안전요건 미비 시 500만 원 과태료 부과 ▲어린이통학버스 운행 시 안전운행기록 및 운행기록장치 의무 작성·제출 등이다.

지난달 23일 이정미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태호 부모님인 김장회·이소현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정미 의원의 첫 마디는 “미안한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였다.

◇ “사건 터질 때마다 ‘찔끔’ 개선… 안전 사각지대 못 없애”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송도 축구클럽 참사와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안전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송도 축구클럽 참사와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안전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Q. 태호·유찬이법을 발의하시게 된 이유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저랑 같은 동네에서 사는 태호와 유찬이의 사고 소식을 현장에 갔는데, 그때 태호 아버님을 처음 뵀지만 그때는 말도 못 붙였어요. 2014년 세월호의 아픔을 겪고 나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어른들 잘못으로 아이들이 죽고 다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진 것이 미안했어요.

특히 (피해아동) 부모님들이 자신들의 억울함만 풀어달라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주시는 걸 봤기 때문이에요. 미안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예요. 사실은.”

Q. 이번 사고로 세림이법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사각지대가 존재했다고 보시나요?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봐요. (여러 부처가) 각각 쪼개져서 자기 일만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 범위 밖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 보니까 퍼즐 조각이 딱딱 맞지 않고 빈틈이 생긴 거죠. 체육시설업 사업장에서 교습까지 한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안전한 조치를 취하는지 봐야 하는데, 어린이 안전은 체육시설업 관리 부처 책임이 아니거든요. 신경도 안 쓴 거죠.

어린이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에서도 자기 눈 안에 들어오는 곳만 살펴봐요. 새로운 영역에는 관심을 안 가지고요. ‘어린이 안전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어린이 안전은 어떤 일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해요. 그렇게 되려면 거기에 맞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해요. 이런 인식 없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저기서 조금, 여기서 조금 개선하기만 하니까 이런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Q. 태호·유찬이법이 빨리 통과돼야 할 텐데요,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제가 태호·유찬이법을 추진하면서 장벽이 없지는 않았어요. 지역구 의원님들은 자기 지역에서 만나는 체육업 관계자들한테도 압박을 받는 거예요. 법안에 들어 있는 의무를 다 부과하게 되면 그분들한테서 또 다른 민원이 들어오는 것 때문에, 의원님들도 곤란해 하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동의를 엄청 많이 해주실 줄 알았는데, 즉답을 피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늘 사람 목숨 잃고 난 다음에 이런 문제를 처리해오지 않았느냐, 꼭 이 법이 통과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태호·유찬이법이 두 개 상임위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어린이통학차량 관리 책임이 여러 부처에 쪼개져 있어서 그래요. 여러 의원님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과정들이 필요하겠죠. 8월 통과가 목표입니다.”

Q. 지난해 가을 이른바 사립유치원 사태를 떠올려봅니다. 당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법안들도 지금의 태호·유찬이법처럼 양육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민심과 국회가 느끼는 온도 차가 참 크다고 생각되는데요, 이런 격차는 무엇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시는지요?

“(부모님들이) 조직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숫자는 수십만 명인데, 한유총 지도부는 아주 소수예요. 근데 한유총은 이권을 중심으로 굉장히 강력하게 결사돼 있어요. 부모님들은 개인이에요. SNS에 글을 올리거나 여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치인들을 압박할 만한 힘은 안 되거든요.

정치인들이 지역구에 가면 한유총이라는 조직된 사람들이 지역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눈치를 보는 거예요. 저 집단 때문에 몇 천 표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그들 말부터 귀를 기울이는 거죠.

선거제도 개혁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이거거든요. 정책을 보고 그 정책에 투표하면 국회에서 그만큼의 의석을 가질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해요. 그래야 집단화 돼 있는 소수의 사람들보다,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다수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거든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국민들 80%가 이른바 ‘유치원 3법’에 찬성하고 있어요. 그런데 국회 안에서 유치원 3법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300명 중에) 100명이 넘어요. 이런 불합리성을 극복해야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 “어린이통학차량 안전 강화 태호·유찬이법, 8월 통과가 목표”

지난달 23일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태호 부모님인 김장회(왼쪽 첫 번째)·이소현(왼쪽 두 번째)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3일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태호 부모님인 김장회(왼쪽 첫 번째)·이소현(왼쪽 두 번째)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Q. 어린이 안전 문제와 관련해 다른 법안을 준비하고 계신 게 있나요?

“최근에 교통안전법 개정안을 하나 더 발의했습니다.(이 의원은 지난달 18일 운행기록장치 의무 장착 대상자에 어린이통학버스를 무상으로 운영하는 자를 추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버스나 택시 등 여객자동차나 화물자동차 차량에만 운행기록장치 장착이 의무화돼 있다. - 기자 주)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부처가 흩어져 있어서 부처별로 시행돼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보완해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제일 좋은 것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서 한꺼번에 개선하는 거죠. 또 최근에는 공동주택 내 라돈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특히 아기들한테는 치명적일 수 있단 말이죠. 공동주택 내 라돈물질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하고, 기존에 정부가 라돈관리를 소홀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피해를 보상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요.

누가 이런 이런 표현을 쓰더라고요. ‘대한민국 사회의 최종 식민지는 아동’이라고. 아동은 너무 권한이 없는 개인들이잖아요. 힘도 없고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Q. 문재인 정부는 아동수당을 비롯해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국가책임제,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확충 등 여러 가지 아동복지 정책을 약속했는데요,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발 한 발은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특성을 잘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국민들은 국가재정 운영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있어서, 내 세금을 도둑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복지정책은 굉장히 체감도가 깊게 다가와야 돼요. ‘어? 진짜 이렇게 바뀌었네?’ 그렇게 느끼고 나면 국민 대다수는 ‘이렇게 우리에게 좋은 변화가 온다면 세금을 좀 더 내서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선택할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체감이 너무 조금씩 되는 거예요. 확 변했다는 생각이 안 들고 복지 체감도는 서서히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세금을 조금만 올려도 굉장히 스트레스가 높아지거든요. 재정을 쓰는 데 있어서 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나 싶어요. 긴축재정의 대명사 IMF마저 재정확대를 권고하고 있잖아요.

사람들이 경제가 안 좋다고 생각할 때 사회안전망에 과감하게 투자해서, ‘경제가 어려워도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는구나’ 이런 느낌이 들게 해야 해요. 국가가 국민에게 신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자면 공평조세와 조세정의, 실현해야 해요. 그동안 재벌한테 너무 퍼줬잖아요. 그리고 복지증세도 중요해요. 내가 버는 만큼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이 나에게 혜택을 준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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