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를 둔 엄마 A씨는 다음 달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이가 낯선 어린이집 환경에서 잘 적응할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A씨는 “놀이터에 가도 얌전한 편이라 어린이집에서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릴지 걱정된다. 우리 아이만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 놀면 어떡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라면 한번쯤은 A씨 같은 고민에 빠진다. 아이의 첫 사회생활인 어린이집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면 성장해서도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더 깊은 생각도 한다.
당장 어린이집에 적응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고민만 하는 건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 『대한민국 어린이집』(유주연·이세라피나·전가일 저, 르네상스)에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린이집에 문제가 있거나 아이의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다양한 부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혼자 노는 영아기 아이, 자연스런 현상
두 돌이 되지 않은 영아기 아이들은 또래 간에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 공간에 두 친구가 같이 있어도,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따로 논다는 말이다.
놀이 이론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병행놀이라고 한다. 이는 영아기 아이에게는 자연스런 일이다. 아직 영아기라면 어린이집에서 또래들과 활발하게 어울리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자
무엇보다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기질적으로 대인지향적인 아이들은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즐기고 그런 활동을 좋아한다. 반면 대물지향적인 아이들은 사람보다는 장난감, 실험도구 등의 물건에 관심을 둔다. 둘 중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단지 아이의 성향의 문제로 바라보면 된다.
대물지향적인 아이들은 물건을 조작하면서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얻는 즐거움을 얻고 세계를 탐색하며 과학적인 사고를 키운다. 내 아이가 모든 친구들과 다 같이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은 부모의 욕심일 뿐이다. 괜히 조바심내서 억지로 아이를 많은 아이들과 놀게 유도하거나 조언하지 말자.
◇ 성인처럼 개개인마다 사귀는 방식 달라
내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똑같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를 봐도 여러 친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두 명의 친구와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아이들도 친구를 사귀는데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짧은 시간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어떤 아이들은 한 명의 친구와 논다. 이는 아이 개개인마다 사귀는 방식이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사회성 결여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
◇ 가정에서 부모와 즐겁게 노는 경험 만들어야
아이가 여섯 살이 넘고 특별히 대물지향적인 성향이 아닌데도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혼자 논다면 담임교사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담임교사가 어린이집 내 놀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들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친구들과 상호 작용하는 좋은 모델링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이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아이가 부모와 즐겁게 노는 경험을 자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경험을 통해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자신감이 생기고 친구들과 노는 방법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부모의 변하지 않는 사랑과 격려를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