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오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 넘게 발생하였습니다. 제주의 최근 코로나 추세를 살펴보면 지난 일주일(지난 7일~13일)간 확진자는 총 3284명이 발생했고 하루평균 확진자 수는 469.14명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뒤숭숭한 제주의 상황 때문에 어떤 칼럼을 써야 하나 지난 한 주간 고민이 많았습니다. 분위기로 봐서는 코로나 이야기를 한번 더 쓰는 것이 맞겠지만 독자님들 입장에서 보면 온종일 코로나 뉴스로 진이 빠져 있을 터라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제주의 자연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쓰자니 시국에 맞지 않는 것 같고요.
그래서 오늘은 요즘 제주도민들이 관심 있는 이야기와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특히나 육지와는 조금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생기는 일들을 중심으로 말이죠.
먼저 제주에 이주해 살다 보면 가장 먼저 피부로 체감하는 것이 바로 생각 이상으로 높은 ‘물가’인데요. 요즘엔 ‘정말 더더욱 물가가 오르고 있구나’를 느끼며 살고 있는데요. 지난 4일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올해 1월 제주도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도내 소비자 물가는 105.39로 전월 대비 0.9%, 전년 동월 대비 4.6%가 상승했는데요.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부터 석 달 연속 4%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웬만한 것은 다 육지에서 조달되어야 하는 제주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등유의 경우 40.4%, 취사용 LPG 가격은 26.8%가 뛰었고 경유와 휘발유 가격도 각각 18.2%와 13.9%나 올랐습니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제주 휘발유 가격은 2월 둘째 주 기준 1774원으로 경기도보다 74.44원이 비쌌고요. 제주살이 5년 차이지만 육지와 차이가 많이 나는 물가는 아직도 적응하기 어려운 대목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로 제주도민들이 관심 있는 것은 제주가 도서지역으로 분류되어 택배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인데요. 정치권에서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변함없이 나오는 제주형 공약 중에 하나가 바로 택배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택배 문제와 관련한 흥미로운 발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도내 물류 한계 극복을 위한 제주형 공유물류 플랫폼 ‘모당’(modang.kr) 서비스를 이달부터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서비스에는 현재 개인 110명과 기업 160개 업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중입니다. ‘모당’ 플랫폼은 ‘제주배송 불가 상품 배송’, ‘제주산 물품 공동배송’, ‘창고·물품 보관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도민들이 관심 있는 영역인 ‘제주 배송불가 상품 배송’은 도민들이 ‘도서지역 배송불가’로 인해 선택할 수 없었던 상품의 배송지를 육지부 거점센터로 지정하면 ‘모당’에 등록된 물류기업이 희망 주소지까지 배송하는 것입니다.
‘모당’ 서비스 이용 시 실제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품의 크기 및 부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비용은 자택 배송 시와 도내 창고에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서 수령하는 경우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로서는 도민들에게 피부적으로 와닿을 만큼 택배 속도와 가격경쟁력은 없지만 이러한 플랫폼들에 참여하는 기업과 개인들이 점차 많아진다면 상품이 배송되지 않아 도민들이 겪어온 불편과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할 소식은 제주에도 중증 전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는 소식입니다. 현재 제주에는 중증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한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주에 약 11만 명이나 되는 중증 환자들이 서울로 원정진료를 다니고 있는 형편인데요.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도내 종합병원에 대한 실태 조사가 올해 상반기 중에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직접 수행하는 이번 연구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추진에 앞서 도내 6개 종합병원의 진료 현황을 분석하는 것이 목적인데요.
11만 명이나 되는 제주의 중증 환자들이 관외 진료에 쓰는 비용은 2020년에만 1875억 원을 넘었고 이는 당해 제주도민 총 진료비의 16%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치료 중 환자와 보호자가 부담하는 항공료와 숙박비까지를 더한다면 비용 부담은 더 크다고 봐야겠죠. 또한 이러한 진료 시스템의 부재 때문에 의료서비스는 도민 만족도가 가장 낮은 복지 분야로 분류돼왔습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인구 100만 명 이상 등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판단하면서 제주권은 신규 지정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됐지만, 제주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었으면 하는 것이 도민들의 바람입니다.
섬인 제주는 육지와 모든 것에 있어서 다릅니다. 그래서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불편함은 속도가 더디더라도 조금씩 개선점을 찾고 보완해 나가면 얼마든지 감안하고 살아갈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주가 주는 다른 특별함이 훨씬 더 소중하기 때문인데요. 오늘 칼럼이 제주살이를 이해하는데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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