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라도 아이에게서 눈 떼지 마세요
조그만 친절에도 유혹 당하는 우리 아이들
[연재] 이향숙 센터장의 현장에서 배우는 성교육
지난해 11월 중순 즈음 다녀왔던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 위치한 미동산 수목원. 이곳에는 다양한 종의 야생초 전시관과 나비체험관이 있다. 안내 표지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비가 문 밖으로 날아갈 수 있으니 문을 닫아 주세요’라는 내용의 표지판이 보인다. 이 공간은 아늑하고 따뜻해서 그런지 꼭 봄 같다. 나무와 채소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서 그런가보다. 나뭇잎과 채소 잎에는 애벌레들이 잎을 갉아 먹어 구멍이 숭숭나있는 것이 근사한 세계지도 같이 보인다. 추운 겨울에 애벌레들이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돼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 나비 방에서 나비가 먼저 날갯짓을 하며 아이들에게 장난을 걸어온다. 아이들도 질세라 양팔은 쪽 뻗어 올려 손사래를 치며, 다리는 폴짝폴짝 뛰며 나비와 잠시 놀고 가기도 한다.
다음 코스로 이동을 하게 되면 각종 나무를 소재로 만든 체험관이 나온다. 우리 일행이 체험관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섰을 때, 네댓 살 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새파랗게 질려 울면서 뛰어 나왔다. 아이는 우리 일행 사이를 제치고 울며 스쳐 갔다. 순간 나는 뒤돌아서 “아가야”하고 일단 아이를 잡았다. “아가 왜 울어” 물어 봤지만 아이는 계속 울기만 하고 나를 제치며, 그저 “엄마, 엄마! 으으으”하며 눈물에 콧물에 범벅이 돼 울음을 멈추지 않고 엄마만 찾았다. 아이 몸에서 뜨거운 김이 전해졌다. “아가야, 엄마가 안보여? 그래서 엄마 찾으러 가는 거야?”하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울먹이며 흐느꼈다.
나는 이곳 나무체험 방을 여러 번 와봐서 구조를 다 알고 있었기에 짐작으로 이 어린 아이의 부모님이 어디 있을지 짐작했다. 체험 방이 꽤 커서 여러 체험실로 나눠진 것을 아이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뚝 해보자, 아줌마가 엄마 찾아 줄게”, “아줌마하고 다시 들어가서 엄마 찾으러 가자?” 했더니 아이는 울음을 그치며 ‘아줌마 엄마 찾아주세요’ 말하듯 착 안겼다. 체험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안내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이쿠 어쩌나’ 그곳에는 안내자가 잠깐 자리를 비웠는지 없었다. 나는 그대로 아이와 함께 안쪽으로 있는 도서관으로 아이를 안고 들어갔다. 도서관으로 들어가자마자 엄마가 보였는지 아이는 “엄마”하고 불렀다. 엄마는 아이를 보더니 “왜 울었어? 엄마 여기 있었는데, 다 놀았어? 엄마가 안보여서 울었어? 엄마 여기 있었는데….” 이 말만 반복하고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했다. 아이는 멋쩍어하며 바로 엄마 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나왔다. “아이가 놀고 있을 때, 엄마가 그냥 장소를 옮기지 말고 ‘엄마 아빠 어디 있을게’라고 꼭 말해주고 옮기세요.” 아이의 부모님을 바로 만나게 돼 참 다행이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례들이 남의 일 같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의 부모를 만나게 해줬던 도서관에는 아이의 아빠, 엄마, 남동생이 아주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과 연결을 시켜봐서 그런지 이런 상황을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는다.
이 사례를 만약의 상황으로 생각해봤다. 아이들은 이렇게 쉽게 상대방의 친절한 도움을 바로 믿는다. ‘엄마를 함께 찾으러 가자’고 한다거나 ‘엄마를 찾아줄게’, ‘엄마한테 가자’라는 등의 말과 함께 아이를 진정시켜주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그대로 믿는 것이다. 유괴에서도 많이 쓰는 수법이다. 일단 아이가 혼자 있는 틈을 타서, 아이에게 친절하게 다가온다. 먹을 것을 준다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물건을 주며 환심을 사게 하고는 함께 놀아 준다. 아이가 현혹돼 완전히 상대를 믿었다라고 판단이 되면 아이를 자연스럽게 유인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자연스럽게 함께 가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이다.
유아기는 전체적인 대상으로 통합해서 보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다. 유아기에는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광고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가 그네를 타고 앞으로 향했을 때는 물체가 보여 안심을 하다가, 다시 뒤로 물러서면 물체가 보이지 않아서 아이가 깜짝 놀라며 “에에~ 엥”하고 울다 웃다를 반복하는 광고 말이다. 유아기에 접어든 아이의 보호자는 한시도 아이에게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와 다른 공간에서 떨어져 있게 되는 상황이 오면 ‘엄마는 이곳 도서관에서 책 보고 있을 거야’라는 식으로 장소를 꼭 말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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