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신혼여행이 즐거운가
천편일률적인 신혼여행이 즐거운가
  • 칼럼니스트 이동학
  • 승인 2013.02.0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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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직접 디자인하는 신혼여행은 어떤가

[연재] 다준다연구소 이동학 소장의 결혼 꼬집기

 

오늘은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결혼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이 신혼여행이다. 신혼여행은 그야말로 결혼 직후 어디론가 떠나 둘만의 기억을 만들고 간직하기 위한 것이다. 평생에 한 번 있을 신혼여행이니, 몇 가지 원칙을 정하기 마련이다. 일상에서 탈출할 것, 둘만의 영원불멸의 기억을 만들 것, 이전에 가보지 않았던 곳에 가볼 것, 특별한 경험을 해볼 것 등등이 그것이다. 사실 이러한 자기잣대로의 원칙은 부부의 합의만 있다면 참 쉽게 지킬 수 있는 지점들이다. 그런데 지금의 신혼여행이 이상하다.

 

며칠전 몰디브행 티켓을 끊어둔 100여 쌍의 신혼부부들이 울상이 됐다. 이유는 여행사에서 상품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저가비행사의 잦은 예약시간변경을 이유로 들거나, 급작스런 결항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했다. 한 여행사는 아예 종적을 감춰버렸다. 보증 보험도 들지 못한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을 못가는 것에 더해 비행기표 삯으로 결제한 수백여 만원의 대금마저 떼일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일생일대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간, 씻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는 부부들의 울상은 과연 풀어질 수 있을까.

 

신혼여행은 왜 같은 곳으로만? ⓒ이동학
신혼여행은 왜 같은 곳으로만? ⓒ이동학

 

신혼여행은 보통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해져 있는 코스를 선택해 예약하고 이에 대한 대금만 지불하면 끝나기 때문에 많은 부부들이 선호한다. 소비자의 니즈는 이미 있는 상품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고, 이 구조는 일률적인 신혼여행을, 일률적인 기억과 경험을 남긴다. 일정에 매여 현지시간 새벽부터 일어나 단체 관광버스를 타고 움직이며, 정해진 식당, 정해진 사진배경을 따라 똑같은 여행을 다닌다. 몸도 피곤하니 버스에선 잠을 잘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파김치가 되어 현지를 타율적으로 돌아다닌 기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렇다보니 현지가이드들은 현지에 계약된 관광지, 식당, 기념품점 등을 코스별로 데리고만 다니니 크게 어려움이 없다. 거기에 약속했던 패키지 속의 내용이 현지에서의 사정으로 급변경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많아 영 불쾌한 신혼여행을 보내고, 다녀와서도 여행사와의 싸움이 지속된다. 둘만의 특별한 기억을 남기기 위한 몇 가지 원칙들은 이미 훼손된 지 오래고 신혼여행의 과정 속에서 마음이 벌어지거나 안 좋은 추억을 남기는 일이 더 많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푸념 또는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같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 모르겠다. 한번가기도 쉽지 않은 해외여행을 갔으니 이왕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은 것도 이해는 하겠으나 그에 따르는 폐단이 만만치 않다.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신혼여행을 업 삼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고, 부부가 주체적으로 여행을 디자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일정에 떠밀려 세밀하게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훑어버리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
 

평소 봉사활동을 좋아했던 커플이라면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을 찾아가거나, 국내기관을 통한 봉사를 곁들이면 의미 있는 여행이지 않을까? 국제면허를 끊어 지도를 보며 움직이거나, 의지가 허락하는 데로의 여행은 어떨까. 아마도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미지로의 탐험을 좋아하는 위기형 사람들이 선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혼여행지도 남들 다 가는 곳보다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서 특별함을 더해보면 어떨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여만 원에 달하는 신혼여행경비는 한번이기 때문에 쓸 수 있다는 유혹으로 인해 다녀와서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의 의미를 축복하고 둘만의 의미를 남기는 것이라면, 뭉칫돈을 주어 짜여진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여행상품보다, 남들과 같은 틀에 함께 들어가 형식적인 여행을 하기보다, 스스로 고민하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경주의 불국사면 또 어떤가. 다른 시각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해본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다른 여행을 시도해보라. 그리고 자랑하라.

 

*칼럼니스트 이동학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 배달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쓰라린 사회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TV 한국정책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했고, 경기도를 누비며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MC와 생활공감정책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디지털 싱글(오 친구여) 앨범을 낸 음치가수이기도 하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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