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귀한 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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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3.05.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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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의 자율성을 자라게 하는 육아 철학
지금 생각해보면 난 어머니로부터 우산이 아닌 관심과 사랑을 기다렸던 것 같다. ⓒ베이비뉴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어머니로부터 우산이 아닌 관심과 사랑을 기다렸던 것 같다. ⓒ베이비뉴스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하교 시간이 다가올 무렵 예보에도 없던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어머니가 우산을 갖고 마중 나오길 기다렸다. 못 오신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교문을 두리번거렸다. 어머니는 항상 바쁘셨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산을 챙겨 마중 나올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알면서도 내심 고대했다. 어머니와 함께 우산을 쓰고 하교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렇지 못한 나는 왠지 모르게 기가 죽곤 했다. 어쩔 수 없이 비가 그치거나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손으로 머릴 대충 가리고 비를 맞으며 집에 가기도 했다. 당시는 쓸쓸하고 슬픈 기억이었지만, 지금은 어머니의 처지를 이해하며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어머니로부터 우산이 아닌 관심과 사랑을 기다렸던 것 같다.

가수 이적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쓸쓸함이 아닌 즐거운 추억이라 회상한다. 이적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줄곧 어머니가 한 번도 학교를 오시지 않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학교를 찾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집과 학교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아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고 것이다. 친구에게 우산을 같이 쓰자고 하면 되는데, 만약 자존심이 상해 그렇게 말하기 싫으면 집으로 뛰어와서 샤워하면 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이적은 오히려 해방감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비를 피하지 않고 물놀이까지 했다고 하니 당시 어머니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졌던 내가 괜히 부끄러워졌다.

이적이 어머니에게 섭섭함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어머니의 육아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적의 어머니는 여성학자이자 육아 멘토로 알려진 박혜란 작가이다. 박혜란 작가는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라고 말한다. 아이는 부모 곁에 잠깐 머물다 가는 ‘손님’이라는 의미다. 손님은 타인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듯, 부모와 아이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손님에겐 강요와 잔소리를 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는다. 아이도 그저 귀한 손님으로 대하면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사라진다. 또한, 손님은 언젠가는 떠난다. 아이도 언젠가는 떠난다. 그래서 아이는 언젠가 떠나보낼 사람으로 대하라고 말한다. 아이를 그저 내 집에 머무는 귀한 손님이라 여길 때 아이를 향한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육아 철학은 아이의 자율성을 자라게 한다. 손님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집에 찾아온 귀한 손님 대하듯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박혜란 작가는 말한다. 이렇게 했을 때 아이도 부모를 존중할 줄 알며 큰 기대와 희망을 품지 않는다. 이적은 학교를 찾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했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허용할 때 아이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는 법을 배운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아이를 품 안에서 키울 때나 자식이다. 아이는 제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언젠가 부모 곁을 떠나기 마련이다. 부모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임을 알면서도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떠날 때까지 잘 모시면 손님은 떠난 뒤에도 고마움을 알고 스스로 찾아오듯, 아이도 그렇게 다시 부모 곁을 찾아오게 되어 있다. 아이를 언젠가 떠날 귀한 손님으로 대할 때 부모는 더 좋은 부모로 아이도 주체적인 한 성인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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