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현금 양육수당 원하는 이유
엄마들이 현금 양육수당 원하는 이유
  • 신세연 기자
  • 승인 2013.03.22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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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못 믿는 정부, 믿어야 되나요?"

정부는 이달부터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키우는 아이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양육수당은 만 0세 20만 원, 만 1세 15만 원, 만 2∼5세 10만 원 등 연령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종전까지 저소득층 일부에게만 지급되던 양육수당이 보편화되면서 부모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대상 확대 이후 첫 양육수당이 오는 25일 부모들의 통장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양육수당의 지급방식을 당초 현금 지급에서 바우처를 통한 지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러한 가운데 앞으로 아기를 낳게 될 임산부들도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베이비뉴스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제45회 맘스클래스에 참가한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5%가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받고 싶다”고 답했다.

 

◇ 정부와 국회, 양육수당 바우처화 검토

 

정부가 양육수당 바우처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처음 알려졌다.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금으로 제공되는 양육수당이 남용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양육수당 지급방식을 바우처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짜고,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던 보육정책통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양육수당 지급방식 변경 검토 계획을 또 다시 언급하면서 양육수당 바우처화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현숙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제2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여성가족분야 국정과제 실천방안 토론회’에서 “양육수당을 처음 도입할 때에도 현금 양육수당 지급방식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완해 추후 지급방식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양육수당만 챙기고 아이를 집에서 방치하거나 양육수당을 남용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지급방식을 개선하는 방향에 대해 인수위에서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도 코엑스에서 열린 엄마들의 행복한 공간, 소중한 아기를 위한 엄마들의 해피클래스 제45회 맘스클래스에서 예비엄마들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도 코엑스에서 열린 엄마들의 행복한 공간, 소중한 아기를 위한 엄마들의 해피클래스 제45회 맘스클래스에서 예비엄마들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양육수당 현금 지급이 바람직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제45회 맘스클래스에 참석한 임신 8개월 고미영(29, 서초구)씨는 “양육수당은 집집이 사용방법이 수십 가지일 것이다. 모유 수유를 위해 유기농 음식을 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전통 시장에서 현금으로만 사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양육 수당을 현금으로 줬으면 좋겠다. 바우처를 통한 지급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유세은(37, 서초구) 씨는 “현금이 아이를 위해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격이 싸거나 품질이 더 좋거나 엄마가 판단해서 엄마가 원하는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지영(28, 강남구) 씨도 “현금이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편리하고, 아기를 위해 다양하게 사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품권이든 카드이든 바우처 사용에 대해서는 장소와 금액 등 제약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주연(30, 동작구) 씨는 “고운맘 카드를 써봤는데 바우처는 제약이 많다. 일일 한도액도 정해져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매장도 제한돼 있다. 사용이 불편하다. 그냥 현금으로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세은(37, 서초구) 씨도 “바우처는 아무래도 사용할 수 있는 장소나 품목이 한정될 것 같다”고 바우처 사용의 불편을 호소했다.

 

생활비와 양육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슬기(30, 하남시)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돈에서 생활비와 양육비의 명확한 구분을 어떻게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하게 분유, 기저귀 값만 된다, 안 된다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유식 재료비는 생활비에 들어갈지, 양육비에 들어갈지 나도 궁금하다. 현금 지급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양육수당으로 아이의 적금을 들거나 보험료를 낼 계획을 갖고 있는 엄마도 있었다. 지영희(28, 송파구) 씨는 “양육수당으로 아기 적금이나 보험료를 낼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양육수당을 받으면 아기 이름으로 적금을 들 계획이었다. 비록 아기가 먹고, 입기 위해 무엇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보험이나 적금을 들어 두는 것도 양육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엄마 못 믿는 정부, 믿어야 되나?

 

예비엄마들은 양육수당 현금 지급 시 정부가 우려하는 ‘양육수당 남용’에 우려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선화(26, 강남구) 씨는 “정 양육수당 남용이 불안하다면 감시체계를 갖추면 된다. 현금으로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현금영수증을 제출하도록 한다든가, 주민센터를 통해 내용확인서를 제출하게 할 수도 있다. 만약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되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얼마든지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미영(29, 서초구) 씨는 “불법으로 양육수당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게 현금이든, 바우처든 상관없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사용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집에서 아기를 키우겠다는 많은 엄마를 불편하게 만들려는 정부가 이해가 안 된다. 정부가 엄마들을 못 믿는데 엄마들은 정부를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그래도 바우처로 바뀐다고 하면?

 

만약 양육수당 지급방식이 현금지급에서 바우처를 통한 지급으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바우처 사용처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임신부들은 강조했다. 이슬기(30, 하남시) 씨는 “양육수당이 생활비로 남용되는 것이 걱정이라 바우처 지급방식으로 변경한다면 바우처 사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해야 한다. 아기가 먹고 남은 이유식을 엄마가 먹어서 끼니를 때웠다고 그 엄마가 양육수당을 생활비로 사용한 엄마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어떤 형태로든지 정부가 지속해서 양육수당을 지원해 달라고 당부하는 엄마의 의견도 있었다. 박 진(30살, 강남구) 씨는 “기본적으로 현금지급을 찬성한다. 그러나 바우처 지급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바우처로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그게 아이 키우는 비용 아닌가 싶다. 현금이든, 바우처든 둘 다 문제가 있다. 정부가 순수한 마음으로 양육수당을 주는 것이라면 어떤 방법이든 문제 삼지 말고, 계속 이어만 줬으면 한다. 계속 말 나오고, 문제 삼으면 지급하는 자체에 대해서도 말이 나올 것 같다”고 논란 속에 양육수당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양육수당의 바우처 지급방식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힌 예비엄마 대부분은 바우처 지급방식 선호의 이유로 양육수당의 투명한 지출과 남용 우려를 꼽았다. 김수희(32살, 관악구) 씨는 “현금은 편리하겠지만, 남용의 우려가 있다. 실질적으로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바우처를 통한 지급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 소아청소년과 등 아이에 관한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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