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에 불타는 '대찌 연재'가 탄생했습니다
폭력적 사고방식에 길든 사회에서 아이 키우기 - 1편
[연재] 추주형의 명랑가족 창조기
아들(이름 연재, 2011년 12월 11일생)이 곧 만 16개월이 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달려가서 만지려 하고, 손에 집은 것은 입에 넣어 맛을 보곤 하는 녀석으로 인해 집안 환경이 다소 바뀌었습니다. 뾰족한 물건, 독성을 지닌 물건들은 손이 안 닿는 위쪽에 보관하고, 서랍장도 하나하나 잠금 장치를 달아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새로 달아 놓은 잠금 장치조차 요주의 대상입니다. 자주 여닫는 싱크대를 유심히 관찰하던 녀석이 어느새 잠금 장치를 힘으로 떼어 내서는 접착 부분을 기어코 입에 넣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갉아 먹었는지, 접착 부분이 말끔히 제거돼 있더군요. 예상컨대, 접착 본드 부분이 ‘마시멜로우’ 마냥 하얗고 말랑말랑한 게, 달진 않아도 식감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들었던 녀석이 한밤중에 하얀 이물질들을 게워냈습니다. 온갖 정성이 듬뿍 담겼던 ‘엄마아빠표’ 이유식도 함께 말이죠. 새벽에 ‘꿀렁꿀렁’ 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을 때, 이미 녀석은 구토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느끼는 고통이어서인지 밤새 게워내면서도 아픈 표정이라기보다는 신기한 표정이었고 울음조차 없더군요. 16개월 간 상처 없이 키울 수는 없었지만, 건강하길 바랐던 마음은 여느 부모들처럼 간절했는데, ‘본드’라니, 심리적 불안이 커졌습니다.
불안하다고 일이 풀리겠습니까. 치료야 의사가 할 일이니, 함께 아파하며 제 고통처럼 느끼고 덧나지 않길 바라야지요. 그렇게, 앞으로 16년은 더 돌보며 신체적 건강은 물론 사회적 건강도 바랄 아비입니다.
예고했듯 이번 칼럼 주제도 그런 생활 속에 시간의 흐름에 착안했습니다. 지난 칼럼은 신체적 형질의 변화에 대한 가족생활상을 읽는이 여러분과 나눴는데, 이번 칼럼은 사회적 유전에 대한 소회를 작성했습니다. 먼저 이번 편에서는 우리 사회가 폭력적 사고방식에 길들었다는 점을 돌아본 뒤, 다음 주에는 아들을 통해 찾은 평화적 대안을 읽는이 여러분과 살펴볼 생각입니다.
◇ 호기심과 노파심 사이
아들 녀석으로서는 본인이 원하는 물건들이 하나 둘 고개 위로 올라가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니 짜증 날만 합니다. 책장 제일 아래에 있던 물건들이 드디어 손에 잡히나 싶은 순간 아비가 한 칸씩 위로 올려 버리고, 결국 넓은 탁자 위로 가져가 버리니 시야에도 안 들어옵니다.
어느새 자라서 까치발을 들면 탁자 위가 보이고, 시야에서 사라졌던 물건들이 다시 눈에 띕니다. 호기심 어린 표정의 연재가 탁자 위에 올라갈 궁리를 합니다. 하지만, 도구를 사용해 탁자 위로 올라갈 때쯤이면, 탁자 위에 있던 물건들은 또다시 사라져 버리니, 녀석으로서는 의아할 겁니다. 보아하니, 아비가 가져가서 잠금 장치가 있는 서랍장으로 넣어 버린 건 알겠는데, 어떻게 열어야 할지, 엄마아빠가 열기만 하면 뛰어와 손과 고개를 밀어 넣습니다. 낑낑대면서 말이죠.
물론, 닫힌 서랍장이라고 그냥 두지는 않습니다. 이제 갓 난 치아로 사각사각 갉아 놓은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제 어린 시절 쥐가 갉아 놓은 나무기둥이 떠올라 기가 찹니다.
저로서는, 알아듣지 못 하더라도 물건마다 이름과 쓰임새를 열심히 가르쳐 주던 아빠였는데, 어느새 입에 넣을까 살을 베일까 하며 노파심에 일단 뺏고 보는 아빠가 된 게 아쉽습니다.
◇ 15개월 연재, 결국 다리에 붕대 감다
서랍장마다 덕지덕지 붙은 잠금 장치가 익숙해질 때 쯤, 연재가 크게 아팠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잠금 장치에 있는 접착 본드 부분을 연재가 열심히 갉아 먹은 날 밤의 일입니다. 병원에 가보니 장염이라더군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먹성만큼은 탁월하던 녀석이 시름시름 앓으며 밥을 제대로 못 먹으니 아비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사방 천지에 문명의 이기가 참으로 많으나, 활용법을 모르는 연재에겐 모두 잠재적 해로움이라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노심초사 하며 위험한 물건들을 서랍 속에 숨겼으나, 손에 잡히는 건 일단 힘껏 잡아당기거나 깨물어 본 뒤 던지기도 하고, 줄을 목에 감는 걸 보고 있자면,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닙니다. 커튼 뒤에 숨어서 ‘있다 없다’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창문을 열어 버리기도 하니, 어떤 날은 아찔하다 못해 정말 수명이 단축되는 기분입니다.
14개월 들어, 연재가 또 다쳤습니다. 문 뒤에 숨어 있다가 오른쪽 엄지발톱이 들려버렸지 뭡니까. 순식간에 발톱이 피로 빨갛게 물든 뒤 흘러나오는 걸 보니 어른이 다쳤어도 온몸이 찌릿할 정도의 아픔이었을 텐데, 연재는 짧은 울음 뒤 인상을 쓰며 연신 문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배운 ‘때찌’를 따라하는 듯, ‘대찌’라는 말도 연거푸 외치고 있었고요. 아무래도 아직 어려서 거친 발음이 불편한 것이겠죠. 연재가 발을 다쳐 아파하는 모습에 제 발이 다 찌릿했는데, 자신을 아프게 한 것을 혼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문이 저절로 움직인 것도 아닐 텐데 복수하듯 혼내다니요, 벌써부터 폭력적 사고방식에 길든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다친 발도 같은 오른쪽 발인데, 다리를 절을 정도의 충격이어서 결국 붕대를 감고 말았습니다. 전체 석고붕대는 성장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지지대를 대고 붕대를 감았죠. 그 날은 꽤 오래 울었다는데, 또 얼마나 ‘대찌’를 했을까요. 회사에서 맘 조리며 기도한 아비의 마음은 적어도 정말 많이 ‘대찌’를 맞은 날이었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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