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아이 키우면서 느끼는 불편한 경험
남자가 아이 키우면서 느끼는 불편한 경험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04.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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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육아 참여 독려한다면 언어부터 바뀌어야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오늘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삶과 처지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보통 혹은 다수와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만만치 않다. 타인의 불편한 시선, 다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설물, 이런저런 제도들이 그런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불편함을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뭐 장애인만 그렇겠는가? 성적소수자(동성), 비정규직 등 역시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이 돌아가고 있으니….

 

남자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불편한 경험을 하곤 한다.

 

어떤 철학자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근사한 말을 했다. 그런데 육아와 관련한 많은 단어들이 '엄마'로 동일시되고 있다. 동요를 들어보면 아이들은 '엄마'와 놀지 '아빠'와는 놀지 않는다. '아빠'는 직장에 다니고, 열심히 일하는 존재다. 대신 '엄마'는 맛있는 밥과 간식, 집안일을 하고 아이와 놀아주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왜곡된 성 역할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더욱 이런 불편함을 갖게 되었다. 선생님은 대부분 활동에 ‘엄마와 함께’라는 말을 붙인다. 물론 대다수는 '엄마'들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엄마'가 아닌 사람은, 혹은 할머니나 다른 분들은 ‘엄마와 함께’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엄마와 함께 오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독려한다면 육아와 관련한 언어 교정 등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단어들은 우리들의 잠재된 의식을 반영한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해. 그리고 '아빠'는 제3자야. 뭐 이런 의식 말이다. 그래서 '아빠'가 아이를 키우면 대단한 일이고,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실상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인데. 그리고 둘 중 한명이 혹은 조부모 등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인데.

 

차별이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차별이 발생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 혹은 잠재된 의식들이 차별을 조장하거나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육아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양성 평등한 육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왜? 우리 아이가 커야할 세상은 반드시 다양한 가치관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하니까.

 

ps) 최근 '엄마 가산점' 제도가 시끄럽습니다. 새누리상의 국회의원이 발의했다고 합니다. 그 국회의원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정말 '엄마 가산점'을 주고 싶다면 법안명 부터 바꾸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서 내가 성공한다면 그것은 정말 온당한 것일까요? 가산점이 아니라, 여성이 육아로 인해 사회적으로 단절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우선이 아닐까요?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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