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우울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우울증이란 심장의 과로에서 오는 육체의 병
[연재] 하라비의 생활 섭생(攝生) 이야기
종종 뉴스로부터 출산 후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답답한 것은 적절한 치료법이나 예방법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마무리를 짓는 보도형식입니다. 물론 방송이라는 한계는 있겠지만 이왕 보도한 내용이라면 뭔가 적극적인 해결책도 찾아봐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우선 우울증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우(憂)는 걱정하다는 뜻이고 울(鬱)이란 뭉쳐있다는 뜻이니 마음이 어떤 불안으로 인한 걱정(憂)으로 밖으로 발산되지 못한 상태(鬱)가 지속되는 증상을 말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마음이 밖으로 발산시키기 위해서는 발산시킬 수 있는 힘과 자신의 마음을 발산시켰을 때 그에 반응해 외부에서 오는 저항에 대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바로 그런 힘이 모자라니 스스로 발산하는 기운을 억누르거나 혹은 억누름에 대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아예 기운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마음상태인 것입니다. 우울증이란 동정의 대상이지만 그러나 그 심층적인 마음이 좀 영악하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몸에서 발산하는 기운을 내는 것을 양(陽)의 기운이라고 하는데 양의 기운을 내는 기관은 주로 간 심장 폐입니다. 그 가운데 심장은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장기입니다. 쉽게 말해서 심장이 활발하게 뛰면 몸에서 열도 나고 자꾸 움직이려고 하고 또한 잠도 오지 않는데 이는 양의 기운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심장이 약해지면 몸도 쳐지고 가만있으려 하고 자꾸 졸리고 일을 피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울증이란 심장이 약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표현인 것입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우울증이나 공포증 불안증 등은 얼핏 정신질환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육체적인 심장을 치료해주면 쉽게 치료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한 40대 중년 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모든 것이 무서워 거실에서 베란다까지도 이동할 수 없었던 증상을 심장을 몇 개월 치료해주자 이후부터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시장이나 마실을 홀로 다니게 된 것이 이 증상이 심장병임을 입증해 줍니다.
그러면 산후에 왜 우울증이 생길까요?
임신이란 산부의 오장에 과부하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특히 타고난 체질이 심장이 약해 사춘기시절에 심장증상을 갖고 있던 임부는 임신유지 기간 동안 심장의 과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평소에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두근거림, 유난히 많은 겨드랑이나 손발 땀, 평균보다 낮은 혈압, 오줌저림, 치흔이 있는 혀, 말할 때 혀 운동이 민활하지 못한 것, 손발이 잘 붓는 것, 밤에 나는 식은 땀, 쉽게 안면이 홍조를 띄는 증상 등은 심장의 허약증상인데 평소에 이런 증상을 자주 갖고 있는 분들은 체질적으로 심장이 약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임신기간 동안 심장과부하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심장이 약한 체질의 임부는 출산 후에는 태아가 보내는 오장의 항진신호가 끊어지게 되므로 심장은 바로 긴장이 풀어지면서 무기력해집니다. 마치 힘없는 사람이 억지로 일을 버티다가 일이 끝나면 바로 몸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게 심장이 약해지면 전에 없던 우울증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산후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치료가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닙니다.
치료는 심장의 과부하를 풀어주고 심장에 쌓인 어혈과 습담(濕痰)을 없애주면 심장활동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면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양의 기운이 강해지면서 새로운 욕망이 생기고 그 욕망에 따라 움직이려는 용기가 생기고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어집니다. 즉 우울증은 저절로 없어지거나 예방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위에서 양기(陽氣)는 간 심장 폐와 관련이 깊다고 했는데 이는 심장을 편하게 하는 처방은 일률적인 것이 있을 수가 없고 서로 병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는 오장의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어야 하므로 임부의 체질이나 현재의 몸 상태 그리고 환경에 따라 개별적인 것이 돼야 합니다.
끝으로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출산 후에 혀가 부어있는 듯하고 혀에 물기(혹은 침)가 많은 분들은 심장이 불편한 것이니 반드시 심장을 보하는 처방을 받기를 권합니다.
*칼럼니스트 조연상은 현재 '하라비(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원장으로 선(仙)의학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올바른 섭생법을 알려주고자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의원 홈페이지(www.harabiclinic.com)를 통해서도 환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의 기미』, 『밥상 위의 한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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