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갈기 전, 아이에게 허락 구하세요
기저귀 갈기 전, 아이에게 허락 구하세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6.27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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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우는 이유? 바로 교감이 없었기 때문!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우리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세 번째로 예고나 설명 없이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씻기는 등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사적 영역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짚어봤다.

 

'기저귀 갈 때 아동인권 존중' 서울 서초구 푸르니작은어린이집 영아전담 보육교사들이 영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입히기 전 영아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은 기저귀를 갈기 전 아이가 직접 기저귀함에서 기저귀를 꺼내와 보육교사에서 전해주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기저귀 갈 때 아동인권 존중' 서울 서초구 푸르니작은어린이집 영아전담 보육교사들이 영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입히기 전 영아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은 기저귀를 갈기 전 아이가 직접 기저귀함에서 기저귀를 꺼내와 보육교사에서 전해주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얼마 전 부산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하원한 17개월 여아의 등에 멍과 상처들이 생겨 어린이집 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명백한 아동학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 보육교사가 해당 아이를 위험하게 팔만 잡고 안아다가 기저귀 가는 곳 바닥에 대충 앉혀두자, 그곳에 있던 다른 보육교사가 아이를 여러 차례 심하게 때린 뒤 던지듯 거칠게 바닥에 눕혔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는데 해당 교사는 이에 아랑곳없이 기저귀를 갈아줬다. 아이에 대한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육아 전문가들은 이처럼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아동 학대 사건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기저귀를 갈 때 아이를 제대로 존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저귀를 가는 과정에서도 아이에게 지켜줘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저희 아가 기저귀 갈기 너무 힘들어요. 누워있지 않으려고 자꾸 뒤집고 잡아두면 울고…. 기저귀 갈면서 실랑이하다 땀 한 바가지 흘리네요. 비법 좀 없나요?” 10개월 된 아이를 키운다는 한 엄마가 육아 커뮤니티에 올린 고민 글이다. 초보 엄마의 상당수가 기저귀 갈기와 관련한 궁금증과 함께 기저귀 갈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어떻게 하면 기저귀를 쉽게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육아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주제 중 하나다.

 

기저귀 갈기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은 ‘혹시나 기저귀가 아이에게 맞지 않는 건 아닐까’ 기저귀를 바꿔보기도 한다. 각종 육아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기저귀 선택 요령, 기저귀 쉽게 가는 방법, 기저귀 떼는 방법 등에 대한 무수히 많은 질문이 올라온다. 반면 기저귀를 갈 때 아이를 배려하는 방법을 묻는 글은 찾기 힘들다. 그만큼 기저귀 갈 때 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한 고민은 적은 편이다.

 

부모들이 기저귀를 갈 때 아이의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는 때는 바로 타인이 자신의 아이의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볼 때다. 얼마 전 모 육아관련 커뮤니티에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본 한 엄마의 고민 글이 올라왔다. 그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보다 빨리 도착해서 밖에서 들여다봤더니, 매트도 없는 맨바닥에서 앉아있는 아이의 다리를 잡고 선생님이 자기 쪽으로 쭉 당겼다. 그런 후 아이의 이마를 툭 치니 아이가 벌러덩 누웠다”며 “기저귀를 다 갈고서 바지를 입힐 때도 허벅지 위에 있던 아이 손을 툭툭 쳐서 밀쳐내고는 손만 잡아서 쭉 일으켰다. 제가 예민한 건가?”라고 엄마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트레이시 호그의 저서 『베이비 위스퍼』(트레이시 호그 저, 노혜숙 역, 세종서적, 2001)를 보면 아이 기저귀를 갈 때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우리 아이는 기저귀 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줄 때 아이에게 집중하고 아이와 계속 대화를 나누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저귀를 갈 때 아이가 우는 것은 자신에게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고 또 그것이 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종종 육아교실에 오는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눈을 감고 똑바로 누우라고 한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그는 당연히 기절초풍한다. 잠시 후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한다. 아이에게 아무런 예고나 설명을 해주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주면 아이가 바로 그런 느낌을 갖는다고 말이다. 그것은 아이의 사적 영역을 침입하는 것이다.”

 

영국 출신 간호사 트레이시 호그는 “기저귀를 갈기 전 아이에게 미리 예고나 설명을 해주면 마음의 준비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는다고 생각한다. 반면 전화 통화를 하며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기저귀 갈이에 집중하지 않으면 ‘나는 너를 무시한다’는 태도로 보여 아이가 기저귀 갈기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푸르니작은어린이집 한 영아전담 보육교사가 영아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전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 서초구 푸르니작은어린이집 한 영아전담 보육교사가 영아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전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은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일상이다 보니 번거로운 일을 해치워버리듯 후다닥 처리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이를 씻길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놀이를 하는 공간은 따뜻하고 안정적인 기운을 갖지만 화장실은 차갑고 낯선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을 전환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아이들은 씻으러 가는 것을 기피하거나 우는 경향이 있다. 이때도 울음을 무시하고 아이를 씻길 게 아니라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돕고, 울음을 멈추고 씻을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영아전담 직장어린이집인 서울 서초구 푸르니작은어린이집 권수정 원장은 “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씻기는 시간은 아이들과 일대일 유대관계를 맺기에 좋은 소중한 시간”이라며 “이 시간 동안 아이는 성인으로부터 ‘내가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를 씻기러 갈 때는 무엇보다 아이와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마다 배변과정 중에 보이는 의미 있는 신호들이 있다. 구석으로 가서 행동을 멈추고 있다든지 힘을 줘 얼굴이 빨개진다든지 하는 그런 배변신호를 미리 파악해두고 있다가 신호가 끝나고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 번 확인해 봐도 되겠니?”하는 식으로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이 만큼 배려해주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저귀를 조심스럽게 갈아주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를 쓸어주거나 다리를 주물러주는 등 스킨십을 해주면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기저귀를 다 갈고 나서도 바로 아이와 떨어지지 말고 잠시 무릎에 앉혀 놀아주는 것이 좋다.

 

놀이에 열중하느라 씻기 싫어하는 아이를 씻길 때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권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쓰는 방법은 아이에게 ‘지금 씻으러 갈래? 아니면 OO가 씻고 난 다음에 씻을까?’하고 물어본다. 그렇게 하면 아이를 씻길 수도 있고, 편안하게 과정을 넘길 수 있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권 원장은 “기저귀를 갈거나 씻길 때 어떠한 설명도 없이 하는 것과 아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씻길 때는 아이들의 표정만 봐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들과 보육교사들이 이 부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마처럼 아기에게' 서울 서초구 푸르니작은어린이집 한 영아전담 보육교사가 영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전 아이에게 스킨십을 하는 등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엄마처럼 아기에게' 서울 서초구 푸르니작은어린이집 한 영아전담 보육교사가 영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전 아이에게 스킨십을 하는 등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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