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정서적 복수를 하는 도담이
엄마에게 정서적 복수를 하는 도담이
  • 칼럼니스트 이문기
  • 승인 2013.06.20 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녀 바라보는 부모 눈높이 항상 점검해야

[연재] 이문기의 우리 아이 통(通) 크게 키우기

 

도담이(가명)는 이제 4살 된 여자 아이입니다. 4살이라고 여기기엔 아주 예의도 바르고 언어표현력도 좋고 어휘수준도 또래아이들과 비교해서 아주 양호했습니다. 상담자인 제가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질문을 하면 매우 순종적인 모습으로 집중을 하여 반응을 했습니다. 아들만 둘 둔 저로서는 부러움이 생길정도로 사랑스런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도담이가 그린 그림과 부모의 기술 및 모와의 상호작용을 관찰한 장면에서 보여진 도담이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로 분노와 혼란스러움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대상은 바로 부모님, 특히 엄마였습니다. 도담이는 현재 자신이 경험한 모든 책임을 부모님에게 지우고 특히 엄마에게는 정서적 복수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도담이가 3살 되던 해인 작년에 엄마의 일로 가족이 갑자기 미국으로 9개월 간 가게 됐습니다. 중 3인 언니가 있었지만 언니는 이미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도담인 정말 태어나서 낯선 이국땅은 처음인 셈이었습니다. 친구들과도 어린이집 선생님과도 이유도 모른 체 만날 수 없게 됐습니다. 자신이 익숙했던 환경으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이한 걸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보니 말도 통하지 않는 매우 낯선 환경 가운데 있어야 했습니다. 도담이에게 이러한 상황은 매우 두렵고 공포스러웠을 것입니다. 도담이는 매일 아침 부모님께 울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완고 하셨습니다. 단 한 번도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도담이를 위로하거나 돌아보지 않으셨습니다. 부모님의 단호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아이가 자기가 해야 하는 것에 관한 책임이라는 것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하신 것이었습니다.

 

지금 도담인 한국에 온지 한달 여 됐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 것과는 반대로 부모님은 지금 매일매일 도담이의 짜증과 떼로 인해 정서적인 전쟁을 치르고 계신 중이었고 결국 참다못해 도움을 청하시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도담이와 같은 경우라면 부모님에 대해 어떠한 마음이 생기게 될까요? 준비되지 않은 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어느날 갑자기 눈 떠보니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 있게 됐고, 보호자라고 여겼던 부모님은 매몰차게 매일 두렵고 가기 싫은 곳에 보냅니다. 그리고 늘 하는 말은 ‘넌 가야해!’였습니다.

 

만 15개월이었던 도담이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환경의 변화자체가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때입니다. 부모님을 절대적인 보호자라고 여기고 안정감을 경험하며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쌓고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게 될 때입니다. 그러나 안쓰럽게도 부모님은 알지 못하셨고 오직 부모님의 일에만 초점을 맞추셔서 도담이를 본의 아니게 좌절과 배신감으로 인한 공포와 분노로 몰아넣게 되셨고 지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계십니다. 더 이상 도담이에게 부모님은 안전한 보호자가 아니고 자기를 힘들게 하고 공포스런 상황에 몰아넣은 중요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도담이를 이해하시게 되신 부모님에게 앞으로 남은 것은 인내과 노력입니다. 힘들었던 도담이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주시고 도담이가 하는 행동에 대해 더 큰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거외에 달리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가끔 부모님들이 도담이와 같이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부모님이 지나치게 부모님 위주로 사고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모두 단계라는 것을 거치며 발달 한다는 것을 망각하게 돼 때론 지나치게 큰 아이로, 때론 지나치게 어린 아이로 보는 것입니다.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높이를 항상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칼럼니스트 이문기는 아주대에서 상담심리전공 교육학석사를 취득했으며 주로 공공기관과 NGO단체에서 저소득 층 및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상담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들의 문제가 가족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고 이와 관련해 부모교육을 통한 가족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허그맘 아동청소년 심리센터에서 수석심리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