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아동학대, 왜 계속 터지는 것일까
보육교사 아동학대, 왜 계속 터지는 것일까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6.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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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전문가들이 말하는 아동학대 원인과 대안

얼마 전 충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머리와 발바닥 등을 옷핀과 바늘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가 떼를 쓴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팔을 잡고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의 아동학대에 아이를 둔 부모는 혹여나 내 아이도 학대를 당하는 건 아닐까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에게 평생의 아픔을 남기는 아동학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아동학대 문제는 정부가 시행하는 무상보육과 영유아보육법, 그리고 각종 규제와 평가인증, 보육교사 인성 문제까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육하는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 24일 오후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대표 김영명) 주최로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보육정보센터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과 대책’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과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을 살펴봤다.

 

◇ 아동학대 방지하려면 물리적 환경부터 개선해야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김영명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보육정보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과 대책'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김영명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보육정보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과 대책'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대표는 “아동을 학대하려고 근무하는 보육교사는 없다”면서 “보육교사와 아동에게 현재의 어린이집의 물리적 환경은 너무나 협소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보육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의 경우 실내면적이 평균 10㎡였고 일본은 만 2세 미만일 때 보육실과 포복실(기는 공간)을 합쳐서 4.95㎡의 면적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한 뒤, 우리나라는 거실과 포복실, 유희실을 다 포함해도 영유아 1인당 2.64㎡의 면적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아이는 하루 12시간씩 어린이집의 협소한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영아반 3명은 2평 반 남짓한 공간에서 온종일 생활하는데 이것도 엄연한 아동학대”라면서 “학대에 취약한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현실부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유아보육법에 정원이 50인 미만이거나 100m 이내 사용 가능한 놀이터가 있는 경우 실외놀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한 것부터 잘못”이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좁아져 아이는 물론 보육교사에게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교사 진입문턱 높이고 아동비율 줄여야

 

현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원장들은 “비현실적인 아동비율을 먼저 줄이고 보육교사의 진입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숙 햇살어린이집 원장은 “아동학대는 영유아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되며 아동학대를 한 사람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처벌 중심의 대책보다는 어린이집의 안정적이고 자율적인 운영과 더불어 교사들이 영유아 보육에 전념하도록 보육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교사 대 아동비율은 법정 기준이 높은 상황인데다 정원기준 내에서 초과보육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교사 한 명이 만 1세 영아 7쌍둥이를 키우는 현실과 다를 바 없다”며 “아이 2명만 어린이집에 안 나와도 다른 아이들에게 보다 세심한 케어가 가능하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오윤정 구립 방아골 어린이집 원장은 “무엇보다 보육전문가가 되는 과정이 어려워야 한다. 학교에서 이론만 배우고 바로 교사가 되는 과정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에 근무만 하면 시간까지 교사 경력에 산정되는 문제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가 단지 개인의 인성과 자질 문제만이 아니라면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먼저 교사 대 아동비율을 줄여야 한다. 각종 모니터링과 평가인증의 지표가 보육의 질에 기여하기 위해선 교사가 맡는 영유아의 수를 줄여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오 원장은 “정부는 아동학대의 원인을 살피고 해결하려는 방안보단 자격정지 강화 등 감독과 규제를 중심으로 대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먼저 현장에 있는 원장과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해야 한다”며 “학대가 주로 일상적인 보육상황(식사, 낮잠, 다툼)에서 이뤄지는 원인을 살피고 훈육과 학대의 경계에 대한 논의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대책 없이 무상보육 시행한 정부 탓

 

아이들이행복한세상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보육정보센터 회의실에서 보육이슈 포럼을 열고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과 대책'이란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들이행복한세상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보육정보센터 회의실에서 보육이슈 포럼을 열고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과 대책'이란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를 직접 키워본 학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동학대의 원인 또한 어린이집 원장들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정부가 이렇게 준비 없이 무상보육을 시행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어떻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정책만 발표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영아 무상보육을 실시하기 전에 이 정책이 영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부가 조사했어야 함에도 그런 절차 없이 정책이 시행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 상임대표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진행하는 유보통합회의에서는 5세 반의 경우 아동 대 교사 비율이 어린이집은 20명, 유치원 25명이니 유보통합하면 23명 정도로 절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20명도 많은데 여기서 3명을 더 늘린다는 건 교사와 아이를 더 열악한 환경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이젠 부모들도 알아야 한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지 않은 채 시행되는 정책들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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