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 둔 서울 거주 경력단절 여성의 84.7%가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원장 이영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의 진로성숙도와 직업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22개 서울시내 여성인력개발기관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8%(910명)가 ‘매우 원함’을, 34.9%(639명)가 ‘원함’을 답변하는 등 전체 응답자의 84.7%가 지속적으로 일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취업을 희망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는데, 첫 번째로 ‘경제적 이유(생계유지, 가계보탬)’(52.5%)가 가장 많았고, ‘나의 발전 및 자아실현을 위해’(37.7%)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또한 나이가 들더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86.9%에 달하는 등 여성의 취업 욕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알 수 있는 ‘회사 업무상 불가피하다면 야근이나 휴일근무도 할 수 있다’라는 문항에는 ‘매우 그렇다’ 10.9%, ‘그렇다’ 51.6%로 답하는 등 전체 62.5%의 여성이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있더라도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응답률을 살펴보면 20대 이하는 57.6%, 30대 58.9%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40대 66.0%, 50대 63.0%가 ‘그렇다’고 응답해 40~50대 여성들이 20~30대 여성들보다 오히려 일에 대한 의지나 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관계자는 “40대 이후의 여성에게 일의 수용성이나 의지에 대한 답변이 높게 나타난 것은 육아기인 20~30대를 지나 비교적 일과 생활의 균형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반면 ‘보수나 승진에 불리하더라도 여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쉬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라는 문항에는 11.3%가 ‘매우 그렇다’, 46.7%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특히 결혼 여부별로 미혼여성(46.3%)에 비해 기혼여성(60.4%)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나, 기혼 여성일수록 일과 가정의 양립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떤 직업을 갖는가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항에 82.7%의 여성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문항은 결혼여부나 취업여부와는 관계없이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여성에게도 직업의식이나 일이 자신의 삶이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 평균 경력단절 기간 4.5년, 절반이 “육아 때문”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969명 중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54.4%인 1071명으로, 이 가운데 과거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968명(90%)에 달했다.
경력단절여성의 평균 근로기간은 8.4년이었으며, 평균 경력단절 기간은 4.5년(54.5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력단절 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주된 이유로는 육아 등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항목을 꼽은 경우가 46%로 가장 많았다. 세부 응답으로는 ‘일보다 자녀양육과 가사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가 18.9%, ‘결혼, 임신, 출산으로 퇴사하는 사회분위기와 퇴사 압력 때문에’ 16.0%, ‘자녀를 양육할 시설, 보육 전담자가 부족해서’ 1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전과 변함없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사일과 자녀양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의 특성이 경력단절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외에도 ‘계약기간이 종료되어서’(10.3%), ‘직장의 폐업 및 구조조정으로’(10.1%), ‘건강상의 이유로’(8.2%), ‘직장환경(시간, 보수 등)에 만족하지 못해서’(8.0%), ‘직장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서’(5.6%) 등의 답변도 나왔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경력단절여성들의 특성은 일하고자 하는 의지는 높으나, 일에 대한 가치관에서 일 중심보다는 생활이나 가정과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치관 때문에 재취업이나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경력단절 여성이 사회에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전문 직업훈련기관 및 취업알선 기관을 이용해 자신의 장점이나 환경을 고려한 진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