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젖, 나쁜 젖이 따로 있나요?
엄마젖을 피해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모유 먹는 아기가 뽀얗고 통통하게 자라나면, 엄마가 ‘젖이 좋나보다’라는 칭찬을 듣게 됩니다. 사실 이 말이 칭찬인지는 아리송하지요. (‘그럼, 나쁜 젖도 있다는 건가?’) 아기가 좀 천천히 성장하거나 아프기라도 한다면, ‘젖이 좋다’는 말은 부메랑처럼 ‘젖이 좋지 않나보다’라는 공격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아픈 데에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도 젖먹이는 엄마에게 공격이 집중되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기가 아플수록 엄마젖이 더 좋기도 하거니와, 모유수유아는 분유수유아보다 더 천천히 자라는 편입니다. 대신 모유수유아가 더 알차게 자라고, 자라서 비만이 될 확률이 적지요. 그러니 아기가 아플 때 엄마젖 때문에 아픈가 주눅들지 말고, ‘아이가 아프니 더욱 엄마젖을 먹여야겠다’고 자신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또 모유 먹는 아기가 또래보다 좀 작더라도 ‘작지만 내실있게 자라고 있는 것이야’하고 설명하세요.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는 것은 기본이랍니다.
엄마젖은 기본적으로 다 좋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진짜로 엄마젖을 피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5만 명에 1명 정도로 아주 드문 경우 모유에 들어있는 갈락토오스라는 당분을 소화시킬 수 없어 특수 분유를 먹여야 합니다. 엄마에게 에볼라, 에이즈 등의 병이 있으면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하지요. 엄마에게 이런 위험한 병이 있으면 의료진이 알아서 미리 수유를 금지시킬 거예요. 하지만 웬만한 병에는 모유수유를 끄떡없이 할 수 있어요. 결핵이나 홍역에 걸렸을 때 아기와 엄마는 떨어져 있더라도 모유는 유축해서 아기에게 먹일 수 있습니다. 결핵 중에서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는 유방 자체가 결핵에 걸린 유방결핵 뿐입니다. 당연히 흔한 병, 즉 엄마가 걸린 감기, 유선염, 폐렴, 장염 등에는 모유수유가 가능합니다. 사실, 엄마에게 이런 감염증이 있으면 모유로 면역물질이 분비되어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면 더 좋습니다. 그래서 온 식구가 감기에 걸려도 모유수유하는 아기만 감기에 걸리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랍니다.
약물을 복용하거나 엄마가 병에 걸렸을 때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모유수유를 중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엄마가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건강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때도 분유보다는 엄마젖이 더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잠시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약물을 복용할 때의 모유’와 ‘분유’를 비교해서 아기에게 더 좋은 것을 선택해야지요. ‘약물을 복용하지 않을 때의 모유’와 ‘약물을 복용할 때의 모유’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지요. 엄마가 약을 먹어야 한다면, 차선책으로 약을 먹으면서 엄마젖을 먹이는 방법을 택해야지, 그 다음 방법인 분유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하는 약물인지 전문가와 상의하고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엄마젖이 진짜로 모자라는 경우도 드물답니다. 엄마젖이 실제로 모자라는 경우는 5% 정도일 뿐이고, 나머지는 젖 물리는 방법이나 빈도를 고치면 엄마젖이 충분히 나오게 됩니다. 다만 유방이 발달하지 않아서 아주 작은 경우 엄마젖이 실제로 모자랄 수 있습니다. ‘어머나, 내 가슴은 절벽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대체로 유선 조직은 정상적으로 발달해 있어요. 그래도 정말 내 가슴이 남들과는 다르게 생겼으면서 작다고 생각하면 병원 검진을 받아보세요. 정말 유선 조직이 부족하다면 이 경우에는 엄마젖이 나쁜 것이 아니라 모자라는 것뿐이니 나오는 만큼이라도 먹이시고 나머지는 기증 모유나 분유로 보충하시면 되겠습니다.
유방확대수술이나 유방축소수술을 한 경우도 유선 조직과 신경이 손상되어 모유가 충분히 분비되지 않을 있습니다. 유방확대수술은 모유수유를 고려해서 가슴근육 아래에 시술을 한 경우 가장 손상이 적습니다. 만일 출산 전에 유방확대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수술 자체를 미루거나, 집도의와 상담해서 가장 손상이 적은 방법으로 할 것을 권유합니다. 유방축소수술은 손상이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에 모유 생산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유방 수술을 한 경우도 모유가 나쁜 것이 아니라 모자라는 것일 뿐입니다. 실리콘 보형물이 있어도 모유수유가 가능합니다. 나오는 만큼이라도 수유를 하시고 나머지는 기증 모유나 분유로 보충하세요. 또한, 수술 후 시간이 흐르면서 신경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방수술한 사람에게서 첫 출산 때는 모유가 나오지 않았다가 신경과 조직이 재생되어서 둘째 출산 후 모유수유가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첫째 때 모유수유가 잘 되지 않았더라도 둘째 때는 새롭게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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