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같은 책만 읽어달라는 아이
맨날 같은 책만 읽어달라는 아이
  • 칼럼니스트 김진미
  • 승인 2013.09.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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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 열번, 백번 읽어주는 방법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얼마 전 어린이경제벼룩시장을 다녀왔다. 여러 곳의 부스를 돌며 중고동화책을 구입했는데 그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판매자가 한명 있다.

 

“이 책 세 권에 사가세요. 저희 아들, 딸이 참 잘 읽은 책이에요. 저도 읽어줄 때마다 좋았구요.”

 

초등생 자녀와 함께 나온 판매자는 책에 얽힌 에피소드는 물론 읽는 방법까지 설명해줬다. 300원짜리 물건을 팔면서 저토록 애정을 보일 수 있을까. 망설임 없이 900원을 지불했다. 부모와 자녀가 책을 읽으며 나눈 대화, 손때, 추억이 대롱대롱 매달려 쉬이 내줄 수 없는 중고책이라면 조금 낡고 오래됐더라도 그 ‘가치’가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너덜거리도록 읽은 책. 얼마나 애정을 담아 읽어줬는지 살펴보자.

 

◇ 같은 책 열 번, 백번 읽어주는 방법

 

폴리의 소풍_ 글/리처드 해밀턴, 그림/ 소피 윌리엄스. ⓒ김진미
폴리의 소풍_ 글/리처드 해밀턴, 그림/ 소피 윌리엄스. ⓒ김진미

 

- 줄거리: 폴리는 멋있는 소풍이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동물친구들이 나타나 폴리의 소풍음식을 다 먹어버리고 소풍은 엉망이 되었어요. 하지만 잘못을 깨달은 동물친구들이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와 폴리의 소풍은 다시 즐거워졌어요.

 

1. 처음 읽기

 

엄마 눈은 글씨를 읽되 아이에겐 그림을 읽어준다.

 

2. 두 번째 읽기

 

엄마의 간단한 감상을 전달하고 질문은 아이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1개 정도만 던진다. “와, 소풍가고 싶다. 맛있겠다.”, “넌 소풍 가서 뭐 먹고 싶니?”

 

3. 세 번째 읽기

 

주제에 접근하는 단계이므로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신경 쓰며 읽는다. “폴리 목소리 엄청 화났어.” , “폴리는 뭐해? 그러네. 울고 있네.”

 

4. 네 번째 읽기

 

“폴리가 뭐 먹고 있지? 맞아. 배라고 했지. ”

 

바나나, 사과 정도만 아는 월령이라면 ‘배’를 각인시키지 말자. ‘배’가 책의 핵심어가 아닌 이상 월령을 앞선 단어 공부는 불필요하다.

 

5. 다섯 번째 읽기

 

가이드북에 나온 질문을 어설프게 시도하지 말자.

 

6. 여섯번째 읽기

 

“우리도 아주 좋은 날, 폴리처럼 소풍 가볼까?”

 

엄마가 운을 띄우면 소풍 갈 때 뭘 먹고 싶은지 가방에 뭘 담아 가고 싶은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7. 일곱번째 읽기

 

아이가 먼저 질문을 던진다.

 

“엄마, 폴리네 집 문은 누가 열어줬어요?”

 

“말은 왜 폴리네 집에 안들어왔어요?”

 

“여우는 왜 음식을 나르지 않아요?”

 

(이 책을 읽고 8~10개월만에 아이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8. 여덟 번째 읽기

 

교훈을 강요하지 말자.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어야해, 친구 음식을 뺏어 먹으면 안돼, 라는 메시지를 아이 스스로 깨닫는다.

 

9. 아홉 번째 읽기

 

“친구들하고 음식을 나눠먹은 적이 있니? 그때 기분이 어땠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 어려워한다면 재촉하지 말 것. 빵과 쨈, 스푼을 꺼내 소풍 때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자.


10. <폴리의 소풍>만 읽지 않도록 2주 간격, 혹은 1개월 간격으로 장소를 옮겨 보관한다.

 

폴리의 소풍_ 해피엔딩이 된 폴리의 소풍. ⓒ김진미
폴리의 소풍_ 해피엔딩이 된 폴리의 소풍. ⓒ김진미

 

<폴리의 소풍>을 3년간 읽은 경험을 토대로 작성해 보았다.

 

늘 같은 책만 읽어 달라는 아이의 요구는 많은 엄마를 고민에 빠뜨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건 해당 도서가 잘 만든 양서이고 엄마의 책 고르는 실력이 탁월했다는 반증 아닐까.

 

책꽂이에 꽂힌 모든 책이 ‘너덜너덜한 열독서’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읽어주자. 읽을수록 새로운 맛이 나는 책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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