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내어 놓은 아이
[아빠 곰은 뚱뚱해] 아이들이 안전한 여름을 보내길 바라며
날씨가 연일 뜨겁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계절에는 내내 집에서 에어컨을 세게 틀어 놓고 OTT 속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으며 지냈을 텐데, 두 돌을 앞둔 아기 아빠가 되고 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직 6월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우리 가족은 서해로 한 번, 동해로 한 번 바다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나는 여름이라고 피서를 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원한 집을 두고 산으로, 바다로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저것은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의 ‘피서’가 아니라 오히려 더위를 좇아 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물을 참방거리며 웃는 아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아빠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갈수록 길어지는 여름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우리는 몇 번의 여행을 더 떠나야 하는가.
많이들 놀러 다니는 계절의 활기는 참 좋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자주 들린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소식이다. 뉴스에서 그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부모가 되고 나서는 마음이 훨씬 더 크게 동요한다. 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 앞에서 나는 그 아이들에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 부모들이 겪을 상심들에 이전보다 크게 공감하곤 한다. 또한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을 상상하기도 하며 두려운 마음까지 들곤 한다.
정말로 나는 부모가 되고부터 두려운 게 너무나도 많아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모든 사고의 가능성들이 나는 다 두렵다. 두려움이란 약한 존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약한 존재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이가 살면서 입게 되는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들이 모두, 더욱 증폭되어 나에게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아이가 다치고 아픈 일은 내게 그런 일이 생기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감기에 걸리고 배탈이 났을 때는 차라리 내가 아프고 싶다는 생각을 매번 하고, 하물며 여름철 모기들도 아이 대신 나를 물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며칠 전에는 반바지를 입혀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아들의 양 무릎에서 피가 났다. 그 정도 긁히고 까지고 하는 것이야 나 어릴 때는 일상적인 일이었는데, 어린 아들에게 그런 상처가 생긴 것은 처음이다 보니 금방 깨끗하게 나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새로 뽑은 차 범퍼를 처음 긁었을 때보다 몇 배 쯤 더 속상한 마음이었달까. 내가 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한 어른이면 무얼 하나. 이렇게 아플 일이 많아졌는데.
더군다나 아들은 겁이 하나도 없다. 키즈카페에, 놀이터에, 공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신이 나서 우다다다 하고 달려가곤 한다. 만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거침없이 손을 뻗고 높은 곳이 보이면 어떻게든 기어서 올라가려고 한다. 특히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물이다. 아파트 바닥분수나 공원에 조성된 개울 같은 것을 보면 거의 이성을 잃고 달려간다. 그야말로 ‘물가에 내어 놓은 아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든다. 잠깐 한눈 판 사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신경이 곤두서서 아들을 바라보게 된다. 옷이 젖고 더러워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혹시나 넘어지고 부딪치고 다칠까봐 나는 하루 종일 ‘하지 마’, ‘아니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여름에 물놀이 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계속 뜯어 말리기만 할 수 없다. 아들이 여름 내내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신나게 물장구치며 재미난 추억들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계속해서 고개를 든다. 부모 입장에서는 다른 수가 없다. 안전한 곳을 찾아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고가 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른들이 그것을 위해 끝없이 애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른 입장에서의 효율과 편의보다는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바닥분수의 바닥재가 조금 덜 미끄러운 재질이었으면 좋겠고, 놀이터 배수구도 좀 더 촘촘하고 튼튼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슬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는 어른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낮은 출생률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사회를 만들기에 앞서 이미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맘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도 하는 것이다. 부디 모두에게 즐겁고 신나는 기억만 잔뜩 남는 여름이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강백수(인스타그램 baeksoo_kang)는 200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2010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일상의 시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6시에 잠들던 예술가로 살다가 이제는 6시에 일어나는 아빠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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