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도입 기업 3곳 중 1곳, 실제 이용자는 '0명'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조사…육아휴직도 대상자 있는데 안 쓴 기업 22%, "제도보다 조직문화가 활용 좌우"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3곳 중 1곳은 실제 이를 이용하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역시 대상자가 있음에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기업이 5곳 중 1곳을 넘어, 제도 마련보다 실제 활용을 뒷받침하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사장 정운찬, 원장 이인실, 이하 한미연)은 오는 11일 인구의 날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인구 위기 대응 우수 기업 평가'를 9일 발표했다.
한미연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가운데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상위), 1조 원 이상 5조 원 미만(중위), 1조 원 이하(하위) 기업을 구간별로 각각 100곳씩 선정해 총 300개 기업의 인구 위기 대응 수준을 평가했다.
특히 올해는 제도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지,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상장사가 사업보고서 부록에 공시한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 이용 현황도 함께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육아휴직 공시 기업 2000곳, 유연근무 공시 기업 1877곳이다.
분석 결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657곳(35%)은 실제 이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육아휴직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육아휴직 대상자 전원이 실제로 제도를 이용한 기업은 341곳(17%)에 그쳤으며, 대상자가 있었음에도 단 한 명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기업은 441곳(22%)에 달했다.
한미연은 "상당수 기업이 제도를 아예 안 쓰거나 전부 다 쓰는 양극단에 몰려 있는 셈"이라며 "같은 제도를 갖추고도 활용 정도가 이렇게 크게 갈리는 것은, 결국 제도의 존재 여부보다 조직 문화가 실제 활용을 좌우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300개 기업의 평균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51.1점이었다.
종합 순위 1위는 포스코인터내셔널(82.3점)이 차지했으며,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케이티앤지는 2년 연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상위 20개 기업에는 롯데칠성음료, 삼성SDS 등 자산 규모 중위 그룹 기업과 콜마비앤에이치, 한미글로벌 등 하위 그룹 기업도 포함됐다. 한미연은 이를 통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경영진의 의지와 조직문화에 따라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출산·양육 지원 부문에서 은행 및 보험업이 평균 59.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운수 및 창고업은 현장 근무 중심의 산업 특성 등의 영향으로 평균 44.5점에 그치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출산·양육 단계 지원은 각각 64.5점, 64.1점으로 대부분 기업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반면 남성 배우자의 육아 참여를 지원하는 배우자 지원 분야는 평균 21.4점에 머물러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육아휴직 286곳, 유연근무 281곳)을 대상으로 실제 활용도를 추가 분석한 결과, 평가 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제도 이용률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휴직의 경우 평가 점수 상위 10% 기업의 평균 사용률은 48.62%로, 하위 10% 기업(25.80%)보다 약 두 배 높았다.
유연근무제 역시 평가 점수 상위 33% 기업은 직원 1000명당 평균 580.3명이 제도를 이용해 하위 기업(272.4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최근 합계출산율이 반등하며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했듯 기업 현장은 여전히 참담하다”며 “제도를 도입해도 정작 필요한 직원이 쓸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과 가정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매일의 근무 방식 자체를 바꿔주는 유연근무제”라며 “유연근무제부터 일터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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