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타이밍 놓친 경우 기다리는 게 최선일까요?
훈육 타이밍을 놓쳐 안타까워하는 부모님들에게
[연재] 예술치료사 강서영의 ‘아하, 그랬구나!’ 나와 가족의 모습
앞서 쓴 칼럼 <사랑도 훈육도 타이밍이 중요하죠>를 읽어보신 몇 분이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너무 멀어지고 아이가 부모를 멀리해서 포기하고 싶기도 한 괴로운 마음인데, 이 때 기다려야 할지 다가가야 할지 고민스럽다'며 답답해하시기에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몇 자 적어봅니다.
제 글 때문에 마음이 더 복잡해지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제가 아이를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섣불리 단정적으로 말씀드리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서 또 모호하게만 말씀 드릴 수밖에 없군요.
언제부턴가 저는 원예에 관심이 생겨서 화원이나 꽃집에 자주 갑니다. 마음에 드는 화초는 사오고 기르는 것이 저의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화초들은 같은 수종이라도 하나도 같은 생김새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특징인가 봅니다.
각각의 화초는 씨앗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다들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성장해 갑니다. 그런데 잘 자라던 나무의 잎사귀에 반점이 생기거나 잎이 자꾸 떨어지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화초를 사랑으로 키우는 주인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물이나 양분을 주기도 하고 분갈이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봅니다. 관심과 애정과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죠. (그러나 방치하는 주인도 많이 있습니다. 이유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믿거나, 주인 스스로가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그 처방이 맞으면 다행이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습한 흙에 물을 더 줘서 습하게 하거나 전혀 맞지 않은 비료를 주거나, 아니면 바람이 너무 통하지 않는 곳에 둔 것을 못 알아챘다면 문제는 더 악화되어만 가겠지요.
마냥 기다리느냐고 물으신 대목에서 확인을 할 부분은 그것이겠죠. 화초가 말을 하면 좋으련만 말이 없네요(요새 애들도 말이 없죠, 부모에겐^^). 제대로 뭔가를 해줬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면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말이고요.
그럴 때 저는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해서 정보를 찾거나 단골 꽃집 주인에게 화초의 상태를 찍은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그래도 답답할 땐 꽃집에 찾아가서 전문적인 자문을 구합니다. 그러면 저는 제가 어떻게 키워왔는지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물은 얼마나 줘 왔는지, 화분의 크기는 어떻고, 마지막으로 분갈이는 언제 했고, 어디다 놔뒀었는지, 그곳의 습도와 조도와 통풍정도 등을 낱낱이 알려줘야 합니다. 이것이 객관화의 과정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문제를 파악하고 제대로 처치를 해줬는데도 여전히 잎을 떨어뜨리고 있다면 별 수 없이 기다리는 거죠. 그러다보면 다음 해에 연한 새싹을 내밀지 모르구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본 후에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일이 있을까요? 뽑아서 버리지 않는 것, 믿음을 놔버리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화초를 키우는 것에도 이런 믿음이 필요한데 자식은 말할 것도 없겠죠. 아이가 손을 잡을 마음이 생길 때 내어줄 손이 있으면 됩니다. 기다리면서도 부모의 삶은 흘러갑니다. 더 잘 기다리기 위해 밥도 더 잘 먹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하면서 말이죠.
운이 좋다면 아이가 보이는 문제행동을 통해 부모가 변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알게 되면서 아프기도 하지만(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은 아픕니다), 알 수만 있다면 기다림이 의미를 갖게 되고 의미가 생기면 그 전보다는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겠지요.
*칼럼니스트 강서영은 예술치료사이자 청소년 상담사, 한국표현예술심치치료협회 임상감독자로서 강서영 심리상담센터(www.일산심리치료.kr)를 운영 중입니다. 심층심리를 기반으로 한 예술심리치료로 아동, 청소년, 성인들을 만나고 있으며 좋은 부모되기가 부모자신의 인격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신념과 더불어 좋은 치료 역시 치료자 자신의 인격성장에 달려있다는 믿음으로 ‘이 순간을 잘 살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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