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초등교사 수준으로 올려주세요"
국민훈장 수상한 이정선 제주 장미어린이집 원장

“더 오랫동안 보육계에 종사하고 계시는 어른들을 대신해 상을 받게 돼 미안하기도 하고 부담도 됩니다. 상 받은 만큼 더 열심히 보육발전에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2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 내 해상무대에서 열린 2013 전국보육인대회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보육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적극 노력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을 수상한 이정선(여·55) 제주시 장미어린이집 원장은 이같이 수상소감을 말했다.
30년 넘게 보육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이정선 원장은 1980년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시작해 7년간의 교사생활을 거쳐 이후 현재까지 제주시 이호동에 위치한 사회법인 장미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어린이집연합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원장이 처음 보육계에 발을 딛게 된 담그게 된 건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과의 인연 때문. 이 원장은 “사범대에 진학해 교사가 되려고 했는데 고3 담임선생님 사모님께서 당시 운영하던 탁아소를 잠깐 도와드리다보니 그 일이 좋아 평생 직업으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미어린이집은 27명의 보육교직원이 18개월부터 만 7세 아이들 210여 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원은 215명이지만 항상 5명 정도의 여석은 남겨둔다. 부모의 이혼 후 급작스럽게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이, 장애아 등 학기 중간에라도 입소가 꼭 필요한 아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입소하려는 대기자 수가 200명이 넘을 만큼 이 어린이집은 인근 동네에까지 인기가 높다. 이 원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답게 클 수 있도록 돕고 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는 만큼, 그저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 보육하는 것 외에 별다를 게 없어요. 하루 1시간 이상 밖에서 뛰어놀게 하고, 바깥활동을 중시하다보니 덕분에 아이들이 도지사배 유아축구대회에 나가서 우승할 만큼 활동적인 편이에요.”
이 원장의 이런 보육철학이 실천 가능한 데는 주변 환경도 크게 한 몫 한다. 일부러 멀리 숲을 찾아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과 생태학습장, 산책길이 바로 앞에 잘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늘 흙투성이가 된다.
이러한 모습에 반해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 온 부모도 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올해 봄 경기도에 사는 한 부부가 제주도에 놀러왔다가 어린이집 인근 펜션에 묵었는데, 우연히 지나는 길에 즐겁게 고구마도 캐고 축구와 바깥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봤단다.
부부는 이 원장에게 “이곳으로 이사 오면 우리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 원장은 이를 그냥 지나가는 말쯤으로 여겨 흔쾌히 “일부러 멀리서 이사 오시는데 받아주죠”하고 약속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 부부는 정말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 인근으로 이사를 왔다. 6살, 5살 연년생 아이들은 현재 장미어린이집에서 매일 즐겁게 뛰어놀고 있다.

오랫동안 어린이집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일까? 이 원장은 “우리 어린이집에 다녔던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하고 부모가 돼서 다시 자기의 자녀를 데리고 입학했을 때”를 가장 뿌듯한 순간으로 꼽았다. 건강하게 자라서 아이까지 데리고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는 것. 현재 장미어린이집에는 20명 가량의 아이들이 부모의 뒤를 이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기쁘고 보람 있는 순간만큼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을 법도 한데 이 원장은 “이 일이 좋고 아이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다거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오랫동안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있는 것이 있다. 지금은 어느덧 30대가 된 아들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정작 내 아이들은 할머니에게 맡겨진 채로 자라게 한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되고 미안해요. 그 땐 다른 아이들에게 전념해야 했으니까….”
고맙게도 잘 자라준 아들들과 남편은 이 원장에게 있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 원장은 “상 받는다고 하니 아들들이 ‘어머니 대단하시다’면서 자랑스러워했고, 남편도 많이 축하해줬다. 남편은 오늘 같이 와서 축하해주고 싶어 했는데 고등학교 교사라 하루를 비우기가 힘들어 많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이번 국민훈장 수상으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 원장은 무상보육으로 급작스레 늘어난 어린이집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정부에서는 이제 양보다 질을 생각할 때”라며 그 중에서도 보육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보육교사 수준을 초등교사 수준으로 올려야만 보육의 질이 높아지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또 사회가 급변하는 만큼 원장들도 꾸준히 전문지식을 쌓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원장의 경우 일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낮에 일하면서 밤에는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경영학을 공부한 후, 대학원에서 교육행정을 전공했다. 이후 10여 년 째 대학 강단에서 보육현장의 목소리를 예비교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런 그가 추구하는 어린이집 방향은 분명하다. “제 어린이집 운영 목표는 ‘아이들이 오고 싶어하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오고 싶어하는 어린이집, 엄마들이 믿고 만족하는 어린이집’을 만드는 겁니다.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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