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여 놓고 인도적 지원이라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국감 보고 분통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대표들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피해자들을 위한 인도적인 지원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에 대해선 모른 채 사용했다”고 밝히며 책임을 회피해 피해자들을 울분케 했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신계륜)가 진행한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 샤시 쉐커라파카 대표와 홈플러스 도성환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참석,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먼저 샤시 쉐커라파카 대표는 “저희 제품을 사용함으로 인해 이런 불행을 겪었다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저 개인적으로도 이 한분 한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이 제품을 판매할 당시 이 제품이 안전하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판매 당시 제품이나 원료가 조금이라도 유해하다는 의심이 들었다면 절대 생산,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HMG 제조사인 SK케미칼이 당시 옥시 측에 판매할 때 ‘제품 사용 시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면 안 된다’는 유해성에 관한 문서를 보냈음에도 독성, 생체실험을 안했다”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쉐커라파카 대표는 ”이미 여러 해 전이라 SK케미칼로부터 문서를 받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제조 당시 회사는 PHMG 농도를 이용했을 때 진정 안전하다고 믿었다“며 ”질병관리본부의 결론을 존중하고 (저희의 책임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반드시 진실을 규명할 것이고 저희에게 죄가 있는 걸로 판단되면 모든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쉐커라파카 대표는 “법률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재판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이런 일을 겪어야 했던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5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출연해 지원 드리고 싶다. 이것이 저희의 진심”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도성환 대표이사도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서 할 수 있는 걸 하겠다”고 전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4월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당시 332건)의 제품별 정밀분석’ 결과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가 제조,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사례는 확인된 것만 환자 158명, 사망자 78명 총 236건(복수제품 사용 포함)으로 가장 많았다. 홈플러스는 PB상품으로 판매된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사람도 29명(사망6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사례는 총 401건이며, 사망자는 127명에 달한다.
이 같은 사과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살인기업이 인도적 지원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기업들의 분명한 사과와 책임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며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꾸준히 벌여온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일 성명서를 내고 “여러 차례 피해자와 유족들이 본사를 방문해 항의의사를 표시해도 일절 접촉을 거부해온 것이 옥시레킷벤키저였다. 그런데 수백 명을 죽고 다치게 한 사건을 일으킨 살인기업이 ‘인도적 지원’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늘 옥시 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재판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힌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한민국 정부의 역학조사결과는 못 믿겠고 시시비비만을 가리는 재판에서의 결과는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50억 원 인도적 기금조성’이라는 카드를 꺼내 흔들며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을 조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3살 아들을 잃은 대전의 한 피해자 아빠는 “오늘 국감을 인터넷 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가해기업들이 피해자와 가족,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를 농락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사망피해자 유족도 “옥시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울화가 치밀어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억울하다. 옥시제품은 모두 불매하여 우리국민 단 한 사람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시간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며 연명하는 산모 피해자는 “피해자들 50억 나눠먹고 그만두라는 건데, 내가 거지가 된 것 같다. 평생을 가족의 부담으로 살아야 하는 고통을 참 쉽게도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는 옥시대표와 국내제조사 대표들이 피해자와 유족들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분명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PHMG가 흡입독성이 있다는 것이 호주에서 확인됐고 원료 제조사인 SK케미칼도 알고 있었다. 다 거짓말 하고 있다”며 “PHMG를 거래할 때 안전정보를 거래해야 한다. 안하면 불법이고, PHMG 함유량을 결정할 때 동물실험을 안한 것도 불법이다. 옥시는 받았는지 모른다고 하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여러분들은 기업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책임자로서 화학물질을 사용할 때 지켜야 할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걸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난지 3년이 됐고 많은 분들 돌아가시고 고통 받는데, 오늘 이 자리에 와서야 개인적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하는 건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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