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볼래? 밭 갈래?' 육아가 어려운 이유
'애 볼래? 밭 갈래?' 육아가 어려운 이유
  • 칼럼니스트 박정용
  • 승인 2013.11.2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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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육아를 엄마의 일로 치부하지 말아야

[연재] 아빠 육아의 이모저모

 

옛말에 “애 볼래? 밭 갈래(밭 일 할래)”라고 하면 “밭일을 한다”라고 답한다고 한다.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초보 부부들에게 부모들이 웃으면서 자조 섞인 말을 하곤 한다. 지난 5년간 두 아이의 육아를 직접 경험한 아빠로서 육아와 밭일을 비교했을 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밭일이 육아보다 쉽고 편하다고 할 것이다. 어릴 시절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밭일을 해봐서 두 일 모두 제법 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첫째, 밭일은 잘못되면 하늘을 원망할 수 있지만, 잘못된 육아는 부모를 원망한다. 한 해의 농사는 농부의 성실함과 자연적인 환경에 의해서 지배를 받는다. 간혹 태풍, 가뭄으로 인해 풍작과 흉작이 결정될 수가 있다. 그러나 잘못된 육아는 전적으로 부모의 잘못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그만큼 세심한 주의와 오랜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육아는 시간을 조절할 수 없다. 즉, 밭일은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있으며, 나의 의지대로 어느 정도는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육아가 어렵고 힘들다.

 

셋째, 육아는 지능적인 생물을 키워야 한다. 즉, 두 일 모두 생명을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육아는 지능적인 생물이며, 항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모든 신경과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이에 반해 식물은 주위 환경에 의해서 스스로 성장하는 면이 있다.

 

넷째, 육아는 힘들다고 쉴 수가 없다. 이에 반해 밭일은 힘이 들면 쉬면서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을 할 수가 있다. 육아로 인해 디스크 수술을 경험한 엄마가 적지 않다.

 

다섯째, 육아를 통해서 보람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이를 성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반해서, 밭에서의 수확물은 1년이면 성과물이 나오는 게 보편적이다. 그만큼 육아는 애정, 노력, 인내가 융합된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지난 5년간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오다가 간혹 동네 할머니들을 만나면 묻지도 안했는데 한마디씩 한다. “그동안 고생했다”, “좋은 아빠 만나서 좋겠다.” “힘들지요”,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울어라, 울어라, 울면 아빠가 다 해준다” 등등,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 당신들도 경험해봤으니까 육아의 어려움을 알아서일까? 한마디씩 한다. 특히 현재의 할머니 세대들은 농사일과 육아를 모두 경험한 세대로 젊은 초보 부부들이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애보는 것보다 밭일이 쉽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당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말씀이다.

 

결론적으로 육아는 세상의 그 어떤 일과 비교해서 어렵고, 힘든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남성들은 누구나 다 하는 육아를 엄마의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들의 노고를 그리 높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경험하면 깨달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정용은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게임을 전공(박사)했으며, 두 아이 아빠로서 5년간 육아경험을 통해서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생각이 여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통감해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를 통해 한 가정이 좀 더 화목해질 수 있기를 희망, 베이비뉴스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외 논문 20편, 저서로는 『오빠! C만 뿌리면 돼?』 등 5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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