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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 남용에 의한 아동학대 막아야"

법무부, 친권 정지·제한제도 도입 공청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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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생후 2개월 된 영아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아기는 심장 질환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해서 수혈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 종교 신도인 친부모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며 아이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그 사이 아이는 숨을 거뒀다.

 

지난 8월 서울에서는 8살 남자아이가 친아빠 나아무개 씨에게 골프채로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35살 나 씨가 지난해 말 재혼하면서 친모로부터 아이를 데려와 키웠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수시로 골프채, 안마기 등으로 때리고 밖으로 쫓아내는 등 학대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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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아동학대. 어디까지 친권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걸까. 지난 1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6403건 중 83.9%는 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분명 아동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부모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임이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모의 아동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 사건이 연일 일어나면서 학대받는 아동에 대한 친권을 정지하고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라벤더홀에서 법무부 주최로 '친권 정지 제한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라벤더홀에서 법무부 주최로 '친권 정지 제한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는 법무부 주최로 친권 정지·제한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어느 때보다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이 시점에서 아동의 인권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친권 정지·제한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현소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재문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주제발표를, 배인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김연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자문위원,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 김경모 경기성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지정토론을 맡아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 현행법으로 사전 보호 불가능, 현실적 민법 도입 필요

 

먼저 현소혜 교수는 친권 정지·제한 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 교수는 “현행법으로는 아동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는 한 아동 보호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를 끼친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긴 하지만 이러한 처벌은 사후조치에 불과한 것들이다. 친권상실제도, 친권제한제도, 민법상 특별대리인 제도,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제도 등은 기준이 너무 엄격하거나 실효성이 낮아 아동의 사전 신변 보호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현 제도를 꼬집었다.

 

현 제도를 수정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만약 부모가 자녀의 생명, 신체, 재산상 위험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를 반대한다면 바로 친권남용으로 판단해 친권을 상실할 게 아니라 그 부분에서만 법원이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허가를 해주면 사후 아동 보호, 친자관계 회복 등에서 원만한 해결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가령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친권자가 아동의 수혈을 거부한다면 법원은 수술에 대한 부분에서만 부모의 동의만 바꿀 수 있게 허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경우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서 이미 체결한 의료계약을 해지하거나 자녀의 인도청구권 등을 주장하는 등 법원의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친권의 일시제한, 일부제한을 병행해 시간별, 사안별로 친권의 부당한 행사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의 친권 개입은 필요최소한도로 제한돼야 하지만, 현재 법으로는 아주 극단적인 조치가 아니고는 아동을 사전 보호할 수 없어 일시, 일부 제한 등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모든 수단으로도 아동의 생명, 신체나 재산에 대한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최후의 경우에는 친권상실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건 유형별로 친권 제한할 수 있어야

 

권재문 교수는 지난 9월 30일 입법예고 된 ‘친권 제한·정지 제도 도입을 위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이후 친권제한·정지제도 도입 개정 위원회가 보충하고 수정한 점을 중점적으로 짚었다. 그 중 해석상의 혼란을 초래하는 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점을 중점적으로 정리해 설명했다.

 

그중 첫째, 이번 개정안에 친권의 일시정지에 대해 ‘2년을 넘지 못한다’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회수 제한에 대한 언급이 없어 사실상 친권 상실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최장 4년간 정지하되, 2년을 초과한 경우 1회에 한해 직권 연장이 아닌 후견인, 후견감독인이 연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고 밝혔다.

 

또 “현행법은 자녀의 복리 실현보다는 친권자의 비행에 대한 제재라는 측면이 더 강하게 반영돼 각 상황에 맞게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허가, 친권 일시정지, 일부제한 등으로의 개입 절차를 규정했다”라고 수정안의 내용을 설명한 뒤 “요건을 추상적인 용어로 규정하면 적용 범위를 유연하게 정할 수는 있지만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어 친권의 일시정지 경우 용어를 보다 명확하게 덧붙였고, 동의를 갈음하는 허가의 경우 ‘치료거부’ 등 사안으로 묶기에는 범위가 커 개정안대로 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적절한 친권 행사를 제한하되 친자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최대한 보장한 것이 유의미하다. 이 제도의 도입을 계기로 친권 제한의 내용을 유형화하고 실질적으로 공공부문이 담당할 영역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 각계 전문가 ‘제도 적극 찬성’에 한목소리

 

지정토론에 나선 배인구 판사, 김연희 자문위원, 조경애 법률구조부장, 김경모 기관장도 모두 친권 정지·제한제도 도입에 찬성하며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먼저 배 판사는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가정법원에 접수된 친권 제한 등 사건에 관해 가정법원이 능동적으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아동을 기관에 위탁하거나 후견인을 선임하는데 그치지 않고 친권 제한·정지 재판에서 부모의 치료를 명하는 것이 그 예”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친권상실 사건 현황을 살피면 친권상실 접수가 가장 많았던 2012년의 건수가 48건이었고 그 중 전년 미제 사건을 포함해 43건밖에 처리가 되지 않았다. 현행 친권상실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어린 아들을 베란다에 가둬 안마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소금밥을 먹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사건이 계속 보도돼 아동학대에 관한 관심이 최고조에 와있는 지금 국민의 관심에 힘입어 새 제도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자문위원은 “친권의 일시정지, 일부정지 도입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료행위는 자로 잰 듯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느 선까지 부모의 판단을 존중하고 어느 시점부터 법원의 판단을 요청할 수 있는 행위로 규정지을 수 있을지가 의사에게는 난제가 될 수 있다. 모쪼록 법원이 양자를 통합해서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법률구조부장은 “현장에 있다 보면 친권상실이 적용돼야 할 많은 사안이 친권상실 선고 후의 사후관리 등 문제로 청구조차 시작 못 하고 묻히는 걸 본다. 우리 사회에서 과연 친권상실제도는 남용을 걱정할 만큼 이뤄지고 있지도 않다”라고 지적하며 “법원은 자녀의 보호를 위한 포괄적인 조치를 명하는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적절한 미성년후견인이 없을 때를 대비해 아동보호기관, 사회복지기관 등에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 자녀 스스로 친권 제한을 청구하거나 위임, 양도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아동복지도 중앙의 일이다. 정부는 이를 지자체에 넘기는 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중앙 정부부터 온 국민으로까지 고민해야 할 사안이 아동복지다”라며 “이 제도 도입의 본질은 자녀의 치료뿐 아니라 부모가 부모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사례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논쟁으로 제도 도입의 목적을 흐리지 말고 조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기관장은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친권정지·제한 청구권자의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 청구권자를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아동 대변자로서 청구를 선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친권정지·제한 판결 시 부모의 교육·상담·치료 명령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 제도가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사후를 위해 교육·상담·치료를 받게 하고 이를 제대로 진행했는지 모니터링까지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친권정지·제한 청구에서 결정과 효력이 발휘하기까지의 절차별 명확한 시기 규정이 있어야 한다. 아동 보호는 생존과 직결된 긴급한 문제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아동학대행위의심자로 신고된 시점부터 친권정지·제한이 이뤄지도록 제도가 마련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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