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통학버스 안전띠 안전한 거 맞나
어린이통학버스 안전띠 안전한 거 맞나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12.13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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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좌석 안전띠 기준에 부모들 불안 안전단체 “좌석 안전띠 기준 보완 시급”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29개월 아이를 둔 엄마 A 씨는 늘 어린이집 차량이 불안하다. 어린이집에서 소풍갈 때 차량으로 30분 정도 이동하는데, 카시트 없이 성인용 일반 안전벨트만 매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원장에게 조심스레 얘기했지만 “미리 이동경로를 사전 답사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만이 돌아왔다.

 

A 씨는 “차에서 아이의 몸이 휘청거리면 아이에게 충격이 간다는 걸 알고부터는 아이가 울어도 꼭 카시트에 앉히는 버릇을 들여놨다. 근데 어린이집에서는 카시트가 없는 건 당연하고 안전장치도 제대로 갖추지 않으니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3살 아이를 회사 출근시간에 맞춰 어린이집통학버스에 태워 보내는 B 씨. 늘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 카시트를 사용했던 B 씨도 통학버스가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버스 출발 전 아이에게 안전띠를 채워주긴 하지만 안전띠가 3살 아이에게 딱 맞는 안전띠인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착용하는 안전띠는 허리부분만을 감싸주는 2점식. 허리만 보호해주는 안전띠가 정말 괜찮은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A 씨는 “어린이통학버스라고 이것저것 설치했다고 하는데, 안전띠를 보면 불안하다”며 “마음 같아서는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니 할 수 없이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보육교사가 안전밸트를 착용하지 않고 통학버스에 앉아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아이들과 보육교사가 안전밸트를 착용하지 않고 통학버스에 앉아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부모들 “어린이통학버스 안전띠, 불안하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운영하는 어린이통학버스에 설치되는 안전띠의 안전 유무를 놓고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려면 좌석안전띠가 설치돼야 하지만, 그 규정이 모호해 영유아들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는지 의문인 것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 등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교육 대상으로 하는 시설에서 어린이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에 대해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요건에 맞춘 뒤 경찰서에 신고, 허가가 떨어지면 어린이통학버스로 운행할 수 있다.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한 차량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신고요건에 맞춰 신고 됐기 때문에 미신고차량보다 훨씬 안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어린이통학버스는 어린이보호표지, 차체 색상, 좌석안전띠, 승강구 발판높이, 어린이통학버스 표시등, 광각 실외후사경 등의 설치기준 요건을 지켜야 한다. 먼저 어린이통학버스의 차체는 눈에 잘 띄는 황색으로 도색하고 어린이 보호표지는 앞면유리 우측 상단, 뒷면 유리 중앙 하단으로 2개를 설치해야 한다. 승강구 발판높이는 제1단은 30cm 이하, 발판 윗면은 가로의 경우 승강구 유효너비의 80% 이상, 세로의 경우 20cm 이상이어야 하며 제2단 이상 발판의 높이는 20cm 이하(15인승 이하는 25cm이하 가능)여야 한다.

 

어린이통학버스 표시등도 설치해야 하는데, 앞면과 뒷면에는 분당 60회 이상 120회 이하로 점멸되는 각각 2개의 적색표시등과 2개의 황색표시등 또는 호박색표시등을 설치해야 한다. 각 표시등의 발광면적은 120㎠ 이상이다.

 

광각실외후사경은 승강구의 가장 늦게 닫히는 부분의 차체로부터 자동차길이방향의 수직으로 300mm 떨어진 지점에 직경 30mm, 높이 1200mm의 관측봉을 설치하고, 운전자의 착석기준점 위로 650mm 높이에서 관측봉 전부가 보이는 구조로 설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통학버스는 반드시 버스 내에 교사 등의 보조인력을 동승시켜,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각 요건들은 상세기준이 자세하게 제시돼 있다. 하지만 좌석안전띠는 오직 어린이 체격에 적합한지에 대한 애매모호한 기준만 있어, 좌석안전띠를 어떻게 설치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어린이운송용 승합자동차의 승객석에 설치된 좌석안전띠의 구조는 어린이의 신체구조에 적합하게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통학버스를 이용하는 연령은 영아부터 유아, 13세 미만의 어린이까지 다양하지만, 정확한 기준 없이 좌석안전띠가 설치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1년 5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이프서울 체험을 마친 유치원 아이들이 통학버스에 타고 안전밸트를 한 후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사진은 지난 2011년 5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이프서울 체험을 마친 유치원 아이들이 통학버스에 타고 안전밸트를 한 후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다른 기준 다 상세한데 좌석안전띠만 ‘애매모호’

 

베이비뉴스가 직접 어린이통학버스 개조 등을 맡고 있는 업체에 전화해 좌석안전띠 설치에 대한 기준을 문의한 결과, 업체들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좌석안전띠를 설치하고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어린이용 안전띠로 딱 나온 건 없지 않냐? 보통 허리에 두르는 2점식이면 된다고 하는데, 안전띠는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된다. 경광등이나 발판만 제대로 하면 된다”며 “인터넷을 보면 8000원부터 몇 만 원까지 다양한 안전띠를 판매하니, 원하는 걸로 골라 사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통 2점식 안전띠를 많이 쓰고, 좌석 등받이에 붙여놓는 카시트를 사용하는 곳들도 있다. 그래도 4점식으로 어깨 양쪽과 배에 차는 안전띠가 안전하다. 두 돌 되기 전부터 7살까지도 사용이 가능하며 아이들이 혼자 하기 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안전띠는 설치하는 게 애매모호하고 지역마다 다르다. 안전한 안전띠를 챙겨놓고 신고할 때만 그 안전띠로 잠깐 장착했다. 신고가 끝나면 다른 안전띠로 바꿔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좌석안전띠에 대해 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어린이통학버스 신고·허가를 담당하는 경찰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서는 어린이통학버스로 개조해주는 공업사 등에 책임을 넘기고 있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좌석안전띠는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구조 변경 하는 곳에서 발판, 경광등, 도색만 해달라고 하면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경찰서 관계자도 “경찰서는 서류만 갖춰서 내면 신고만 받아준다. 1급정비공장에 가서 어린이통학버스로 변경하겠다고 하면 알아서 좌석안전띠를 해준다”며 “우리는 경광등이랑 발판 등 외관부분을 확인한다. 안전띠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고, 단지 차량등록증에 어린이통학버스에 적합하게 개조했다는 것만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역의 경찰서 관계자도 “우리는 어린이통학버스용 등록증과 신고필증, 보험가입사실확인, 버스 사진 등만 받으면 된다. 자세한 건 어린이통학버스로 개조해주는 곳에 문의하라”며 “개조해주는 곳은 우리도 모른다. 주변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모호하게 정해진 기준은 좌석안전띠를 부실하게 사용하도록 만들고,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사용되던 직물 형태의 하네스 조끼형 자동차용 어린이보호장치 6개가 안전의 위해가 있다고 판단,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들 보호장치의 위험성 확인 충돌시험 결과, 6개 제품 모두 등받이 고정끈이 끊어지거나 벨트가 파손되는 등 아이들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0년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 1만 8304명 중 자동차에 승차한 상태에서 발생된 사상자는 9051명으로 52.3%를 차지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시속 25km 버스가 6m 언덕 아래로 구를 때 안전띠 착용 여부에 따른 위험성을 실험한 결과, 안전띠를 매지 않은 승객의 상해지수가 18배나 됐다. 어린이는 48배로 훨씬 높았다. 교통사고 발생 시 안전띠 착용여부는 부상 정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모든 어린이가 제대로 된 안전띠를 사용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어린이집의 평가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에도 ‘어린이집의 안전한 차량운행’ 지표가 포함돼 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보육진흥원 관계자는 "아이와 교사 모두 안전띠를 하는지, 영아용보호장구를 사용하는지, 유아의 경우 어깨띠나 안전띠를 하고 있으며 카시트처럼 아이의 몸을 다 잡아주는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 “안전띠 기준은 평균 신장 고려해 만들어져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어린이통학버스 좌석안전띠 기준이 제도적으로 개선돼야만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이프키즈코리아 정혜인 팀장은 “안전띠 기준은 아이들의 앉은키와 평균 신장을 고려해 만들어져야 한다”며 “어깨띠의 폭도 아이들의 신장 규격을 참고해서 줄이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안전띠는 아이의 어깨 중앙을 지나고 배가 아닌 골반 쪽을 지나가게 착용돼야 한다. 안전띠가 목이나 배로 지나가면 안전띠로 인한 신체 충격이 더 가중될 수 있다”며 “아이마다 신체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어깨띠와 허리띠가 정확하게 지나가려면 카시트나 부스터시트 등의 안전용구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 팀장은 “카시트나 부스터시트는 고가다보니 사용을 망설이기도 하는데, 방석을 많이 깔아주면 아이의 앉은키를 높여줘 부스터시트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며 “안전하게 안전띠를 착용하는 방법에 대한 홍보나 안내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좀 더 안전하게 좌석안전띠를 착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부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좌석안전띠에 대한 기준이 자세히 안 돼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연구과제로 해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점식 벨트는 앉는 사람의 사이즈에 맞게 조절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2점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차는 3점식벨트를 해야만 안전한데, 그때는 좌석까지 같이 고려돼야 한다”며 “미국의 스쿨버스 기준이 제일 강한데, 그런 걸 참조해서 연구 중이며 내년이면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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