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이번 주 산하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배탈'이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였다. 완전히 설사와 같이 않지만, 산하의 변이 많이 물러졌고, 시큼한 냄새를 포함한 대변을 누었다. 참고로 산하는 약간 딱딱한 대변을 눈다. 그래서 약간의 변비로 인해 고생도 하고, 하루에 한 번 혹은 이틀에 한 번씩 대변을 누는 아이다. 그런데 산하가 하루에 두 번 이상, 그리고 많이 무른 대변을 누고 있다.
이런 상태가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지난 한 주 산하가 먹었던 것들을 복기하면서 아내와 나는 원인을 찾는 과정을 겪었다.
아내 : 산하가 뭘 잘못 먹었을까?
나 : 그러게. 평소에 먹지 않았던 것중에서 먹었던 것들을 찾아볼까?
(산하는 어린이집 가는 것을 제외하고, 아침/저녁 2끼와 간식을 먹는다. 간식은 주로 바나나와 우유, 사과와 같은 과일, 집에서 만든 요거트를 먹는다)
나 : 밖에서 가져온 우유가 문제이지 않을까? 멸균우유인데 먹어보지 않았던 거라서.
아내 :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생선찌개 만들었는데 거기서 균이 나오지 않았을까?
나 : 음. 찌개하면서 뜨거운 물에 삶았는데.
아내 : 아니면 현미를 섞어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아직 소화를 잘 못해서 현미 먹으면 설사 한다고 하던데.
나 : 그러게. 내일부터 그냥 쌀밥 먹어야 겠네.
심한 설사는 아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했다. 그래서 목요일 오후. 아내가 병원에 다녀왓다.
아내 : 의사선생님이 산하 배가 많이 아플거라고 하네. 가스가 많이 차있다고. 과일이나, 유제품 먹이지 말라고 하더라고. 약사선생님이 요즘 장염이 유행이라고 하네. 의사선생님이 배 많이 쓸어주라고 하네.
나 : 그렇군.
오늘(7일) 아침. 산하가 나와 아내를 깨운다. 설사를 했다. 자기 '응가'했다고 치워달라고 한다. 이번에는 산하가 싼 대변을 위생팩에 쌌다. 의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냄새와 상태가 궁금했다. 특별히 산하가 소화를 못시켜서 설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는데. 오전에 병원에 갔다.
나 : 선생님, 이거 장염일까요?
의사 : 이 정도는 장염이 아니에요. 장염이라면 물처럼 설사가 나와야 해요. 그런데 산하는 그러지 않네요.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네요. 과일, 유제품 조심하세요.
나 : 네.
설사를 하면서 산하는 잠이 들때 평소와 다르게 심하게 운다. 그리고 평소보다 짜증을 많이 낸다. 이 부분은 설사와 관련이 직접적으로 있는지 모르겠으나, 의사선생님은 산하가 배가 자주 아플거라고 이야기하신다. 우리도 설사가 있으면 배가 살살 아프지 않은가? 산하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힘듦을 짜증으로 표현하는 듯 싶다.
예전 산하가 시골에 내려갔을 때도 비슷하게 설사를 했다. 거의 2주정도가 지나서 나은 듯 싶다. 이번에는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나, 설사로 인하여 산하의 간식이 많이 줄었다. 덕분에 나와 아내는 산하 간식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나는 속으로 '이 기회에 그냥 유제품을 끊어 버릴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감기가 끝나니, 설사군. 산 넘어 산이다. 이건 정말 작은 산이겠지???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