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엄마들은 ‘책’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앞표지, 뒷표지, 본문이 있어야 꼭 책일까? 책이 없으면 우리는 무엇으로 그 효용을 대채할 수 있을까? 오늘은 ‘책’이 아니어도 학습효과가 뛰어난 생활 속 읽을거리를 소개한다.
◇ 슈퍼마켓 전단지
주부들이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읽을거리다. 꼼꼼한 엄마일수록 전단지를 오래 보고 냉장고에 붙여 놓기도하는데 오늘은 아이와 함께 전단지 읽기에 도전해보자.
“이거 엄마꺼야. 저기 슈퍼에서 엄마 읽으라고 보내준건데 너도 같이 볼래?”
30개월 된 아이라면 포도, 수박, 사과, 귤을 거뜬히 찾아낼 것이다. 조금 더 큰 아이는 양파, 고구마, 멸치, 오징어를 손으로 짚을 수 있고 음료수, 쨈, 휴지도 맞춘다. 월령이 올라갈수록 고차원의 정보를 주자.
“넌 이 중에서 뭐가 제일 먹고 싶니? 이거 사려면 돈이 오천원 필요하대. 여기에 다 써 있어. 엄마는 글씨를 읽을 줄 알거든.”
굳이 책을 펼치지 않아도 아이에게 볼거리, 읽을거리, 대화거리를 제공하는 기회가 된다. 나중에는 아이 혼자 전단지를 펼치고 탐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신문
유아에게 NIE 학습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유아용 교재를 비롯한 여러 동화책에는 ‘신문’ 혹은 ‘신문을 읽는 아빠’ 삽화가 많이 나온다. 신문은커녕 신문 읽는 아빠모습조차 본 적 없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
“이거 신문이라는 거야. 엄마 아빠 읽으라고 매일 아침 우리집에 오는 거야. 너도 봐도 돼.”
아이가 걸어와 신문을 찢거나 속지를 잡아당길 것이다. 관심 갖는다해도 3분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나 신문을 접한 경험이 축적될 수록 자동차, 다리, 헬리콥터, 사고 현장, 소방관 아저씨, 불 사진에 관심을 보인다. 왜 불이 났어요? 이 아저씨는 어디 다쳤어요? 눈이 많이 왔어요. 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그 때 대화를 이어가자.
“맞아. 맞아. 오늘 우리 옆 동네에서 불이 났대. 불이 엄청 크지?”
길지 않게, 대화는 두어번 주고받으면 좋다. 아이는 신문이라는 읽을거리에 친숙함을 갖게 되고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있는 지식을 흘려줄 수 있다.
◇ 잡지
어느 집이든 육아잡지 한권 정도는 갖고 있다. 아이 반응은 어떨까. 뽀로로, 폴리, 레고, 또봇, 콩순이처럼 익숙한 캐릭터를 손으로 가리키거나 또래의 친구, 놀잇감을 보고 반가워한다.
“우리 00이가 아는 거 많이 나왔네. 00이가 좋아하는 거 뭐 또 나왔는지 볼까?”
잡지 읽는 경험이 계속되고 아이가 자라면 깊이 있는 반응도 끌어낼 수 있다. 이 친구는 썰매 타는 데 왜 장갑을 안끼었어요? 이 친구는 왜 혼자 놀아요? 놀라지 말자. 잡지 속에 등장하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아이….
“우리 00이는 그런 생각 했구나. 그러게. 이 친구는 왜 혼자 놀지?”
엄마는 아이를 격려하고 생각을 키워주면 된다.
30개월부터 다양한 읽기를 시도한 저희 아들은 지금 37개월. 스포츠잡지를 즐겨보고 있답니다. 물론 책을 읽는 비중이 전체 읽기의 80%로 훨씬 높지요. 오늘 칼럼을 통해 책 말고도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든, 잡지든, 신문이든 함께 읽고 난 후 아이의 마음을 건드려 주는 엄마의 말 한마디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