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떼면 파티를 열어줘요”
“기저귀를 떼면 파티를 열어줘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1.2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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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어린이집 배변훈련 프로그램 '눈길'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이건 무슨 응가일까?”

 

선생님이 길쭉한 모형의 응가를 들어 올리자 아이들은 “뱀 응가요”, “코끼리 응가”라고 말하며 깔깔거렸다. 한 아이는 응가가 신기한지 쿡쿡 찌르다 “아~ 똥냄새야, 진짜 똥”이라고 말하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경기경찰어린이집 해솔반의 풍경이다.

 

한솔교육희망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경기경찰어린이집은 만 1세 특화 프로그램으로 ‘기저귀 파티’(배변훈련활동)를 진행하고 있다. 밀가루와 식용색소가 혼합된 인공 응가와 기저귀를 갖고 놀면서 자연스레 배변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

 

변재희 경기경찰어린이집 원장은 “배변훈련은 다른 원에서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끔 개발할 것이 특징”이라며 “변기에 배변하는 것이 즐겁고 편안해질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올바른 습관을 형성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서 동물 그림책을 활용한 놀이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서 동물 그림책을 활용한 놀이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장난감 변기 위에 앉아 씽끗 웃으며 힘을 주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장난감 변기 위에 앉아 씽끗 웃으며 힘을 주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아이에게 기저귀는 오랜 친구

 

일반적으로 배변훈련이란 아이가 오랫동안 자기 몸을 감싸던 기저귀를 떼고 변기에 배변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자신이 입던 포근한 옷을 벗는 것도 분리의 경험이라 보는 아이의 특성을 감안하면 1년 6개월 넘게 자신의 몸을 매일 감싸고 있던 기저귀란 포근함과 안정감을 준 대상이다. 기저귀를 뗀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는 배변훈련 시 방광과 괄약근을 조절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실수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스스로 자신의 신체조절력을 발휘해 변기에 배변하는 것을 성공하면 그에 따른 성취감과 함께 자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

 

배변훈련이 영아기의 중요한 발달과제임을 인식한 경기경찰어린이집은 지난 2009년부터 배변훈련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는 배변훈련을 연간 활동으로 계획해 매달 1~2회 주기적으로 진행했다.

 

◇ 기저귀를 놀잇감으로 만들자

 

배변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변기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기저귀에 대한 탐색이 이뤄져야 한다.

 

“공에서 무슨 느낌이 날까?” “폭신폭신 느낌이 나네”라고 말하며 공 형태로 기저귀를 말아 굴려도 보고 만져도 본다. 기저귀 공을 굴려서 바구니에 담아보고 던지면서 기저귀가 차고만 있는 것이 아닌 재미있는 놀잇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인형을 활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인형에게 기저귀를 갈아주고 배변에 대한 언어표현을 해보며 자신의 배변의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본다. 익숙해지면 인형을 장난감 변기에 앉히고 함께 쉬, 응가를 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이에게 친숙한 동물을 활용하면 배변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동물들이 응가하는 모습을 그림책으로 보고 밀가루 반죽으로 동물 똥을 만들어 본다. 이때 아이가 반죽을 입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점토보단 식용색소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간접적인 배변 경험을 반복할 수 있다.

 

◇ 변기 사용하게 된 아이를 위한 파티

 

기저귀 놀이에 익숙해지면 아이가 직접 변기에 앉아 인형과 놀고 책도 읽으면서 대변이 즐거운 놀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또한 인공 응가를 변기에 떨어뜨리면서 물소리를 듣기도 하고 여러 동물들의 똥을 찾아보면서 창의력과 상상력까지 더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변기를 사용하게 된 아이에게 파티를 열어주는 것이다. 주인공을 위해 아이가 쓰고 남은 기저귀를 말아 밑판으로 만들고 그 위에 팬티를 올린 팬티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 다른 아이들은 주인공 친구를 축하해주면서 변기 사용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자신도 파티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된다고.

 

보육교사 황정열(30) 씨는 “괄약근에 힘을 줄 수 있는 16개월부터 기저귀를 떼는 연습을 하고 있다”며 “아이는 아이대로 기저귀를 떼는 성취감을 느끼고 교사로선 아이의 발달단계를 알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서 기저귀로 만든 블록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서 기저귀로 만든 블록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기저귀로 만든 케이크'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서 기저귀로 만든 블록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며 촛불을 끄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기저귀로 만든 케이크'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에서 기저귀로 만든 블록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며 촛불을 끄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야호! 오늘 배변 훈련 끝^^'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을 마치고 놀이활동을 하자며 환호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야호! 오늘 배변 훈련 끝^^' 경기도 수원 경기경찰어린이집 만 1세반 아이들이 배변훈련 프로그램을 마치고 놀이활동을 하자며 환호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아이가 해낼 때까지 기다려줄 것

 

사실 프로그램의 성공은 부모들의 높은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18개월부터 36개월 사이에 배변훈련을 시작하는데 고기나 우유에 민감하거나 변비가 있는 경우 배변 가리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 이처럼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고 성장에 맞춰 단계별로 배변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부모들이 공감한 것.

 

이에 따라 어린이집에서는 홈페이지나 원내 도담뜰 전시회를 통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특히 배변훈련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아이가 지속적으로 배변을 시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용도 공유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배변 시도를 하면서 친밀감도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

 

변재희 원장은 “부모의 강요로 배변훈련을 시작하면 아이는 변기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 그러니 배변훈련이 늦더라도 항상 기다려 주고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며 “아이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우리 애만 늦는 건 아닌지’ 조바심을 낼 필요없이 아이의 성장단계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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