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과연 일시적인 트렌드일까?
아빠 육아, 과연 일시적인 트렌드일까?
  • 칼럼니스트 정우열
  • 승인 2014.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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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 나누는 것은 당연한 것

[연재] 육아빠의 정신있는 육아이야기

 

퇴근하면 매미처럼 쇼파에 붙어 TV 리모콘을 돌리는 게 취미인 아빠도 피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2개 있다. 바로 MBC <아빠 어디가>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인데, 언제든 케이블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반복되는 재방 덕에 쉽게도 마주치게 된다. 아빠 입장에서 볼 때, 육아를 함께 하지 않고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딸아이와 키즈카페에 가면 엄마들의 시선에 금남 구역에 들어온 듯 낯이 뜨거워질 정도였는데, 최근 키즈카페에 가보면 아빠가 단둘이 아이와 온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전업 아빠 9개월 이후 현재는 파트타임 일을 하며 워킹파파로 지내고 있는 나는, 우리나라에 아빠 육아 문화가 정착되는 그날까지 아빠 육아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기에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참 반갑다.

 

사실, 이러한 트렌드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대가족 시대에는 조카를 돌보는 등 어릴 적부터 육아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일이 많았지만,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예전과 같은 간접경험의 기회조차 없이 바로 부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육아에 대한 두려움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자신보다 먼저 육아를 경험한 친구의 한마디는 그것에 대한 예기불안까지 더해주게 된다. 이처럼 가족 구조 자체가 변해서 생긴 풍토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엄마가 육아의 책임을 아빠와 나누어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 같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기까지 해 현실적으로 경제적 책임도 부부가 함께, 자녀 양육의 책임도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공동 육아의 시대가 된 것이다.

 

아빠 육아에 대한 연구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데, 1970년대 이후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마이클 램 교수는 아빠를 '아동 발달에 잊혀진 공헌자'라고 부르며 아빠의 역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고, 심리학자 로스파크는 아이의 심리 발달에 미치는 아빠 특유의 영향을 '아빠 효과’라고 부르며 이 용어를 유행시켰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내에서도 아빠 육아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아빠 효과'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연구는 2002년에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 국립 아동발달 연구소의 연구이다. 1만70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33년 추적 연구를 한 것인데, 성인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람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이들은 학창시절부터 사회성,성취욕 등이 높았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발달 심리학자 칼데라 등은 아빠가 아이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육아에 많이 참여할수록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하였고, 벤지스 교수 등은 아빠의 적극적 육아 참여가 아이의 심리 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건강상태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는 등 새로운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아빠 육아에는 간접 효과도 있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를 하면 그만큼 엄마가 재충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부부관계도 좋아진다. 이는 엄마의 산후우울증 및 육아우울증을 예방할 뿐 아니라 아이에 대한 엄마의 민감성과 반응성을 높여줄 수 있어 애착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 그 무엇보다도 아빠 스스로가 아이를 돌보며 전반적인 자신감이 증가되어 자신의 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엄마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이로 인한 극도의 행복감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아빠 효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빠 육아의 효과를 반박할 연구가 발표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아빠들은 핑계거리를 찾거나 그저 일시적인 트렌드이길 바라기보다는 육아에 매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우열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유은정의 좋은클리닉’ 부원장, 의학채널 ‘비온뒤’ 소속 메디테이너이다. 우연한 계기로 휴직을 하고 첫딸 은재의 주양육자가 되어 아빠 육아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육아하는 아빠라는 뜻의 ‘육아빠’라는 닉네임으로 널리 알려진 파워블로거다.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라는 육아서를 펴냈고,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육아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육아빠의 정신있는 블59: http://blog.naver.com/musicee2 육아빠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ix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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