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아빠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
육아하는 아빠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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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집안일 하는 것은 곧 자녀교육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려 할 때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집안일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함께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며, 잠을 재워주고 먹을 것을 주는 것이겠지만, 부모가 감당해야 할 일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밖에 나가 놀려면 옷이 필요하다. 당연히 옷을 사야하고, 더러워지면 빨아야 한다. 읽어주려면 책이 필요하다. 어느 책이 좋은지 알아봐서 구입해야 하고, 아이가 원하면 바로 읽을 수 있도록 책장에 정리해야 한다. 먹을 것을 주려면 식재료를 구입해 만들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이처럼 아이와 함께 하려면 그에 따르는 자잘한 일이 정말 많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끔 무심한 남편들은 퇴근 후 돌아온 집이 지저분하다고 느끼면 아내에게 “집에서 뭐하냐”, “집안 꼴이 이게 뭐냐”, “난 힘들게 일했는데 넌 애랑 놀았냐”고 쏘아붙인다. 아내들은 아무 말도 못한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기가 막혀서다. 안 해본 사람들은 집안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집안일은 많은 정도가 아니라 끝이 없다. 열심히 해도 별로 티도 안 난다. 세상에 그 어떤 성인군자도 집안일을 매일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평생 할 수는 없을 정도다.

 

아기가 태어나면 집안일은 더 많아진다. 두 사람이 살다가 애 둘을 낳아 네 식구가 되면 집안일은 2배가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난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많다. 청소도, 빨래도 자주해야 하고 자주 씻겨야 한다. 반찬까지 따로 만들려면 이만저만 바쁜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육아하는 아빠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기를 돌보는 일은 익숙하지 않아 못할 수 있지만, 집안일은 다르다. 군대를 다녀온 보통의 남자라면 집안일(요리 제외)은 사실 우습기 짝이 없다. 짜증나게 갈구는 선임과 겁 없이 대드는 후임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고 닥은 설거지와 청소, 세탁과 다림질, 물품 정리 실력은 신의 경지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어렵다면, 규칙을 이해 못하는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 어렵다면 이런 일은 아내에게 맡겨두고 차라리 집안일만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남성은 여성보다 언어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무언가를 설명해 주는 일이 어렵다. 말길을 잘 못 알아듣는 아이와 함께 노는 것도 힘들다. 대략 다섯 살 정도면 아이는 아빠의 적합한 놀이상대로 자란다. 이 때까지 아이는 아내에게 맡겨두고 전적으로 집안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목욕, 업거나 안아서 달래고 재우는 일처럼 힘을 필요로 하는 육아도 아빠가 맡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방법이야 어떻든 상황에 따라 부부가 적절하게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할 필요가 있다.

 

부부가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함께 하다보면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도 부모를 따라 집안일과 자녀 양육(동생 돌보기)에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략 두 돌에서 세 돌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의 모방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알겠지만 아이들은 모방의 천재다. 부모는 물론이고 어린이 집(유치원)의 선생님과 또래도 말과 행동도 따라한다. 말투나 행동은 물론, 한숨을 쉬는 습관까지도 따라하려고 한다.

 

많은 부모들은 집안일을 하자니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자니 해야 할 집안일이 신경 쓰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면 된다. 아이가 부모가 하는 일을 자신도 하고 싶다고 말할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주면 된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느냐고 하지만,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하겠다고 하는데 굳이 못하게 할 이유는 무언가? 게다가 집안일을 힘든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미안하겠지만,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아이가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는 1939년부터 1944년까지 하버드를 졸업한 사람들과 학교 인근의 도시 빈민을 대상으로 젊은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을 추적하는 대규모 조사를 벌였다. 그가 이 조사를 통해 밝힌 놀라운 결과 중 하나는 유아기에 집안일을 돕는 경험이 성인기의 성공과 정신건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부부가 함께,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하게 되면 부부 사이도, 부모와 자녀관계도, 형제 사이도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이 자신에게도 좋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도 집안일을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면 부모는 상당한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자녀의 입장에서도 좋다. 자취를 하거나 군대에 가도, 유학을 하거나 결혼을 해도 집안일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다. 어찌 이런 일거다득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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