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말문이 확 트였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숫자도 배워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긴 휴가를 다녀왔다.
아내의 방학과 함께 우리 가족은 1월초부터 설날 연휴가 끝날 때까지 시골에 내려가 있었다. 시골에 내려가면 나는 육아와 가사에서 해방된다. 가사는 나의 어머니가, 육아는 아내가 대신을 한다. 덕분에 나만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와 아내는 시골에 다녀오는 것을 일명 '산하의 전지훈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골에 내려가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산하를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시켜도 보고, 가르쳐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산하는 시골에 다녀오면 뭔가 한 가지 이상을 배워온다.
산하가 6개월 쯤 되었을 때 처음 시골에 내려갔다. 할머니의 각고의 노력 덕분에 산하는 배밀이를 처음 시작하였다. 그때는 그냥 누워만 있을 때인데, 할머니는 산하가 그냥 누워있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계속 이런저런 연습을 시켰다. 덕분에 처음 시골에 다녀온 결과 배밀이를 습득하였다. 두 번째 내려갔을 때는 겨울이었는데, 그때는 짚고 서기를 배워왔다. 지난번 여름은 짧게 다녀온 관계로 생략하고, 이번 겨울에 성과는 숫자 세기와 말하기였다.
내려가기 전부터 말은 조금 하였지만, 시골에 있는 한 달 동안 산하의 말솜씨는 일취월장이라는 표현이 정확할정도로 많이 늘었다. 발음도 정확해지고, 스스로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입도 크게 벌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장을 만들어서 말을 하고, 어떤 상황에 대해서 묘사도 정확히 한다. 그리고 물어보는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도 하고, 반대로 자기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물어보기도 한다.

에피소드가 있다. 산하가 엄마랑 목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목욕이 끝난 후 욕실에 잠시 세워두었는데 그 찰나에 산하가 넘어져서 얼굴이 바닥에 부딪혔다. 다행이 많이 다치지 않았지만 놀란 산하는 크게 울었다. 울음이 그친 후 산하에게 "산하야~ 어디가 아파? 어떻게 다쳤어?"라고 묻자 산하가 설명을 한다. 손짓 발짓을 하면서 "푸카푸카(목욕)하면서 넘어졌지. 그리고 얼굴 아야했지"라고 말이다. 울먹이면서 설명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긴 한데, 그 장면을 설명하는 아이를 보면 왜 이리 재밌든지.
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잠을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다. 산하는 자면서 어린이집 친구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아내와 나는 번갈아 어린이집 친구 이야기를 꾸며서 하는데, 산하가 무언가를 먹고 있는 느낌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산하야, 뭐 먹어?"라고 묻자, 산화 왈 "코딱지 먹어"라고 대답한다. 아내와 나는 순간 멍~.
또 하나 성과물은 숫자 인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달력을 보면서 산하에게 숫자를 가르쳤다. 1부터 10까지. 순서되로 읽고, 숫자를 보면 정확히 맞추는 단계가지 진화한 산하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산하에게 숫자를 세게하고, 달력을 보면서 숫자를 물어보고.
이번 전지훈련의 성과다. 어제(3일) 오랫만에 산하는 어린이집을 갔다. 하원할 때 선생님이 웃으면서 "산하가 대화가 가능하니까 재밌네요"라고 하신다. 아이를 처음 키워서 그런지 누워서 젖을 달라고 징징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이렇게 커버린 산하다.
이렇게 스펀지처럼 배우는 산하를 보면서 아이는 정말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른들만 잘 앞길을 열어 준다면.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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