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엄마의 마음을 열자
아이는 엄마의 계획대로 놀지 않는다
[연재] 아이는 놀면서 세상을 배운다
누군가 말하기를, 놀이는 유아의 삶 자체인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를 깨닫는데 15년이 걸렸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몰라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의 개월 수에 맞는 놀이가 가득 적혀 있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책 속에는 내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온갖 다양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됐다. 이 책 한 권이면 내 아이가 365일을 즐겁게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웬걸! 막상 아이와 함께 책에서 제시한 대로 놀이를 진행해보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생겨났다.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놀이 순서를 따박따박 지켜 놀이를 완성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 우리 집 아이들은 순서와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만 열중하는 것이었다.
물감으로 손바닥 찍기를 하려고 하면 물감을 손바닥에 묻히는 것보다 물감을 짜내는 것에만 관심을 보여 물감이란 물감은 다 짜내고, 색칠을 할 때도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빨갛고, 노랗게 예쁘게 잘만 칠하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모든 색깔을 한데 섞어 거무튀튀한 색깔을 만들고는 어디다 내놓기도 힘든 칙칙한 작품들만 만들어 내었다.
붓 대신 손가락으로 색칠을 하는 건 예사였고, 근사한 데칼코마니를 완성하는 대신 물감을 손바닥에 비비기만 할 뿐 근사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통 관심이 없어보였다.
아이들의 놀이는 당체 어디로 튈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완성된 작품도 도무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와 즐겁게 놀아보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덧 아이와 실랑이를 거쳐 언성을 높이는 지경에까지 이르길 수차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아이의 즐거움과 성취감이 아닌, 나의 계획과 만족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엄마의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편안하고 따뜻한 미소로 아이의 시행착오를 기다려 주며, 아이의 호기심과 즐거움을 지지해 주는 거라는 사실을,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1.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내 마음을 활짝 연 놀이 하나.

처음엔 김치냉장고 상자로 만든 작은 집이었다. 그 속에 들어가 옹기종기 잘도 놀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상자 위로 올라가도 되느냐고 물어왔다. 위험할 것 같아 처음엔 안 된다고 했지만 계속되는 아이들의 요청에, 상자가 무너져 바닥에 떨어지게 되면 다시는 올라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허락해주었다.
하지만 나의 기우와는 달리 상자는 미끄럼틀이 되었고, 아이들은 그 상자 미끄럼틀을 타며 끊임없이 하하, 호호, 오르락내리락, 즐겁게 놀았다. 나의 염려증으로 아이들이 시도조차 못했다면 저렇게 행복한 시간을 가졌을까 싶다.
2.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내 마음을 활짝 연 놀이 둘.

어느 날 큰 아이가 휴지를 둘둘 풀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드레스라며 동생에게 입혀주었다. 얼마나 예쁜지 보라며 엄마를 부르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앙드레김 못지않은 아이의 자부심 넘치던 표정을 보며 차마 야단을 치지 못하고, 참 기발한 생각이라고 칭찬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휴지를 가지고 자유롭게 놀기가 처음부터 가능했던 건 아니다. 우리 집 세 아이들은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서 노는 걸 유독 좋아했는데, 풀어낸 휴지를 빨래 망에 넣곤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거나 휴지죽을 만들어서 몇 시간씩 소꿉놀이를 하며 놀곤 했다. 휴지로 놀기를 허용해준 후 내가 한 일은 아주아주 값싼 휴지를 파는 곳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울 아이들의 창의성은 휴지 덕분인지도 모른다.
3.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내 마음을 활짝 연 놀이 셋.

종이컵에 물감을 조금 짠 뒤 물을 붓고 저으면 물감의 양과 물의 양에 의해 달라지는 색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물감이란 색깔을 칠할 때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에게, 아이는 물감으로 놀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신선했다! 물감을 섞을 때마다 자신이 연금술사가 된 것 같다며 신나했던 아이의 미소가 참 예뻤다.
*칼럼니스트 서안정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 「리더십을 키워주는 공주박물관」, 「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공주박물관」을 쓴 작가이자 주부이다. 똑똑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열망에 천 권이 넘는 육아서를 읽었고, 그것을 적용하는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그 깨달음들을 나누고자 전국의 도서관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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