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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육아에서 재미를 찾기까지…

서울시 마을공동체 '은평 품앗이 육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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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을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품앗이 육아’라는 이름으로 도시 속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가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처음에는 그저 육아에 지친 엄마의 친구, 함께 성장할 아이의 친구가 필요해서 시작했지만 사실 그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더군다나 아이를 동반해서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는 일에는 많은 인내와 노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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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도 모임을 위해 아이가 조금 아파도 참여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모임에 나오지 않으니 너무 속상해요.”

 

“어제까지는 오늘 꼭 참석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오늘 아침에 와서는 못 오겠다고 하니까 어이없고 황당하죠. 저도 아침에 애 챙기고 나오는 게 어디 쉬웠을까요?”

 

“애들을 위해서 하는 모임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품앗이 수업의 특성상, 수업이 있는 날 담당하는 사람은 참여할 인원을 미리 파악해서 재료 등을 준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일이 됐을 때 미리 참석여부를 확인했던 것과 달리 참여율이 저조해지면 준비한 사람도 참여한 사람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더군다나 그때의 날씨가 굳거나 아이가 아침에 늦잠을 자는데 억지로 깨워 나온 경우, 모임시간 맞추느라고 아침에 아이 밥도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하고 나온 경우에는 더욱 신경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어떤 사람은 모임에 좀더 정성을 기울이며 자신의 일정부분을 헌신하려고 애쓰지만, 어떤 사람에게 모임은 단지 나와 내 아이의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일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문제시 되는 일이며 어떤 정답을 제시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동반해서 하는 모임이므로 모든 포인트를 아이에게 맞출 수밖에 없다.

 

2012년, 마을공동체로서 처음으로 우리만의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모인 어느 날. 하필이면 이 때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심하게 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안고 참석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뉘어서 마음이 조금 힘들었던 날이었기도 하다. 품앗이 육아는 그렇게 때로 힘들고 위축되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어디 품앗이 육아만 그러랴? ⓒ안세정
2012년, 마을공동체로서 처음으로 우리만의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모인 어느 날. 하필이면 이 때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심하게 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안고 참석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뉘어서 마음이 조금 힘들었던 날이었기도 하다. 품앗이 육아는 그렇게 때로 힘들고 위축되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어디 품앗이 육아만 그러랴? ⓒ안세정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와 저 사람의 생각이 같아야 하고, 내가 이만큼 하니까 저 사람도 이만큼 해야 한다는 전제는 이 품앗이 육아에서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기준으로 전혀 조율을 하지 않으려 드는 것도 이 품앗이 육아에 위배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품앗이 육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아이가 새로운 학년이 되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새로 배우는 과목들에 적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좀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아이와 엄마가 동시에 익숙해지고 함께 어울림의 조화를 일궈내기까지는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생각해보자.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몇 주, 몇 개월 정도만 진행해보고 이제 그만하겠다고 떠나는 분들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여러 사정이 있지만 결국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이도 힘들고 자신도 힘들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이 힘듦의 요인을 한동안 깊게 고민한 적이 있다. ‘엄마표 수업을 준비하는 게 힘든 것일까?’, ‘오전에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게 힘든 것일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든 것일까?’ 등등…….

 

어느 날, 불현듯 알게 되었다. 그들이 힘들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품앗이 육아에서 ‘재미’는 무엇일까? 바로 편안함이다. 스스럼없고 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만 해도 좋고 무얼 해도 즐거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재미’를 느끼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앞서 말한 대로 신학기를 맞이한 학생이 주5일을 하루 4시간이상 학교에서 머무른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2~3달은 시간이 흘러야 자기와 잘 맞는 친구도 사귀고, 새로운 교실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품앗이 육아 활동으로 고작 일주일에 2번, 고작 2~3시간 내외로 만나는 우리는 과연 얼마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할까. 내 경험상 아이와 내가 품앗이 육아활동 패턴과 분위기에 적응하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모임마다 어떤 사람들이 모였느냐에 따라 그 시간이 좀더 길어지거나 단축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은평 품앗이 육아 2기 멤버들이 모집됐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잘 살펴본 결과, 전자의 경우 최대한 모임에 적극적으로 임하려 애쓰면서 참석률이 높은 사람들이었고 후자의 경우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참석률이 들쭉날쭉 했던 사람들이었다. 품앗이 육아를 하면, 무조건 힘이 덜어지고 즐겁기만 할 거라는 기대만을 가진다면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내가 얼마나 적극적이고 여유롭게 활동에 임하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안세정은 4살,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며 행복한 육아를 고민하다가 ‘품앗이 육아’를 알게 되었고, 2012년 북스타트 행사를 통해 만난 14명의 엄마들과 ‘품앗이 동화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새로 시행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은평 품앗이 육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30여명의 엄마와 좌충우돌하며 공동육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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