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마을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품앗이 육아를 하면서 엄마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엄마표 수업’이다. 미술이나 음악적 재능이 있는 엄마들, 어린이집, 학교 등의 교사 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경우 어렵지 않게 수업을 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긴장되고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사실은 나조차도 그랬다. 워낙 재주도 없고 남들 앞에 나서면 긴장도 심하게 하는 터라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긴장되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특히 처음에 서로 낯선 상황에서는 양질의 수업을 제공 못할 경우, 이른 아침부터 그것을 위해 아가와 함께 달려온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미치는 듯 한 자책감이 더욱 강하게 들기 마련이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내 개인의 문제로만 여겼던 이 고민이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를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의 손길, 긴장감이 감도는 연계활동수업. 사실 그것을 처음부터 완벽하거나 탁월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전에 그런 수업 경험이 풍부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거의 첫 아이를 데리고 처음으로 해보는 엄마표 수업에서 과연 누가 처음부터 양질의 수업을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사실, 그런 과정은 우리에게 좋은 추억이자 성장의 과정이 된다.
따라서 설사 수업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물론, 누가 봐도 전혀 준비와 성의가 없었다면 그에 대한 평가와 진단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품앗이 육아에서 그런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활동을 매우 경직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해주어야 할 것은 결코 양질의 수업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로 해줄 것은 엄마표 수업으로 인한 교감, 함께 하면서 서로 느끼는 소통이다.
이쯤에서 품앗이 육아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남의 손이 아닌 소중한 내 아이를 엄마 손에서 애착을 형성하게 하고 안정감 있게 자라게 해주려는 게 아닌가. 우리는 엄마표로 이 아이를 영재로 만들려는 게 아니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서 인지력이 높은 아이로 기르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엄마의 품에서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자람’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함일 따름이다.
물론 엄마표의 양질의 수업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양질의 수업은 수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다. 아무리 별 것 아닌 수업일지라도 그것을 환상적이고 따뜻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엄마들의 열린 마음에 달려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엄마들의 그런 모습을 통해 수업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나 이번 수업은 정말 맘에 안 들었어요. 준비가 너무 소홀한 거 아니었나요?”
간혹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회원들이 있다. 감히 말하고 싶다. 준비가 너무 ‘소홀하다’라던가, ‘허술하다’는 기준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평가할까? 아이들이 그 수업에 집중을 별로 하지 못해서? 아니다. 아이들이 꼭 얌전히 앉아서 집중해야만 좋은 수업이라는 것은 모두 우리의 기준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분위기로 흡입하고 습득한다. 엄마들이 기쁘고 행복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아이들은 누가 일부러 무언가를 주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체득해 나갈 것이다.
엄마표 수업,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서로 열린 마음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은 것도 확대해서 더 즐겁게 만들어가는 것이 엄마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점에 관심을 보이고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지켜 봐주는 것을 연습해야 할 일이다. 점점 빠른 것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함께, 천천히 서로를 지켜봐 주면서 같이 성장해간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일인가.
엄마표 수업을 준비하는 당신, 너무 긴장 마라. 당신이 ‘대충 때우고 말지’라는 마음이 아닌 정성으로 다한다면 그 마음은 모두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점점 자신감을 얻고 성장해가는 당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양질의 수업을 위해 놀이책과 동영상, 어린이집 자료 등을 뒤지고 있을 우리 멤버 중에 누군가가 있을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는 엄마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칼럼니스트 안세정은 4살,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며 행복한 육아를 고민하다가 ‘품앗이 육아’를 알게 되었고, 2012년 북스타트 행사를 통해 만난 14명의 엄마들과 ‘품앗이 동화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새로 시행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은평 품앗이 육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30여명의 엄마와 좌충우돌하며 공동육아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