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육아 하려면 꼭 알아야 할 '관계의 미학'
서울시 마을공동체 '은평 품앗이 육아' 이야기
[연재] 마을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품앗이 육아가 잘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품앗이 육아가 잘된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처음 품앗이 육아를 시작하는 이유부터 생각해보면 답이 충분히 나온다. 품앗이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대부분은 외로운 육아를 탈피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그 외로 육아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나 아이들의 교육, 사회성 길러주기 위해서 등등을 꼽을 수 있겠다.
어쨌든 그 모든 요소들 가운데 들어가 있는 것이 바로 ‘관계’이다. 1차적으로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기본요소일 것이며, 2차적으로 엄마들간의 관계, 3차적으로 아이들간의 관계를 말할 수 있다. 여기서 1차적 관계인 엄마와 아이를 토대로 2차적인 엄마들끼리의 관계가 시작된다. 엄마들은 서로 수업을 하거나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자신과 성격이나 기질이 맞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마련이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하거나 각자 놀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코드가 맞는 친구들끼리 뭉쳐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 가지, 엄마들이 친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친해진다. 엄마들이 친하면 그만큼 따로 만나는 일도 늘어나면서 아이들도 그만큼 만남의 횟수가 늘어 서로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때로는 아이들끼리 너무 앙숙이면 엄마들도 같이 만나기가 꺼려질 때가 있다. 간혹 왠지 모르게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자꾸 해코지를 한다거나 다른 아이가 내 아이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 엄마는 남몰래 속을 끓이기 마련이다.
품앗이 육아에서 이런 모든 과정은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정 중에 하나이다. 우리가 원하는 공유와 사회성이 이 안에 모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각자 집에서 편하게 자기 방식대로 혼자 컴퓨터에서 정보를 검색하면서 키우려고 했다면 품앗이 육아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엄마들끼리의 알수 없는 감정의 고리도 아이들간의 뜻 모를 돌발행동들도 묵묵히 끊어갈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이 품앗이 육아를 지혜롭게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을 품앗이 육아의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기대와 다르다고 생각하면 매우 큰 오산이다.

이런 어려움들을 겪어가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무한대이다. 함께 어울리며 북적거리면서도 그 속에 즐거움이 있는 것은 또 ‘함께’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과정들을 여유롭게 넓은 마음으로 감내하지 못한다면 사실 품앗이 육아는 그 누군가에게 고역이 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품앗이 육아를 할 때 가장 먼저 나와 내 아이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좀더 고려해보고, 그 후에 엄마들과 좀더 화합하고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서로 옥신각신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중립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원활한 관계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가 내가 원하는 반응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이상하다거나 비상식적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은 품앗이 육아를 와해시킬 수 있을 만큼 매우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아직은 서로 많이 알지 못하고 단순히 ‘육아’라는 공통점으로 만나게 된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해주면서 천천히 상대의 속내를 알아가는 여유로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알기도 전에 판단하거나 뒷담화를 하게 된다면 그 수많은 이야기와 무성한 소문으로 품앗이 육아 내부 회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어느 순간 서로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두고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냉랭한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함께 무언가 힘을 보태서 한다는 것은 참 든든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함께 힘을 보태가는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에 지칠 때가 있다. 차라리 나 혼자 하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어디서든 관계는 형성되고 나중에는 내 선택으로 어쩔 수 없는 관계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곳에서 우리 아이와 함께 나눔이 무엇인지, 소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가는 인생수업을 톡톡히 받아보면 어떨까? 단언컨대, 품앗이 육아는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매우 큰 배움을 주는 학교이다.
?*칼럼니스트 안세정은 4살,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며 행복한 육아를 고민하다가 ‘품앗이 육아’를 알게 되었고, 2012년 북스타트 행사를 통해 만난 14명의 엄마들과 ‘품앗이 동화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새로 시행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은평 품앗이 육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30여명의 엄마와 좌충우돌하며 공동육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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