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끄러운 애들은 밥 못 줍니다"
[단독] "시끄러운 애들은 밥 못 줍니다"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3.17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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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출입 금지 식당, 한두 곳이 아니다 인권위법상 차별 맞지만, 행정처분 어려워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지난해 8월 호텔신라가 ‘미취학아동 출입금지’ 방침을 만들어 실제 적용해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 있었다. 한복 입은 손님의 출입을 제지시켰던 사건인 이른바 ‘한복 파동’의 전례가 있던 터라 호텔신라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엄청나게 거셌다.

 

잠시 되짚어보면, 호텔신라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한식당 ‘라연’과 양식당 ‘콘티넨탈’을 재개장하면서 미취학아동 출입금지 방침을 세웠다. 호텔은 공식 홈페이지에 ‘미취학아동 입장 불가’라는 문구를 명시하기까지 했다. 아동들이 식당에서 뛰어다니거나 시끄럽게 할 경우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20여 일만에 미취학아동 출입금지 방침을 전면 철회했다. 당시 호텔신라 측은 “소리를 지르거나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일부 고객들의 항의가 있어 부득이하게 적용됐던 미취학아동의 식당 출입불가 방침을 없애고 영업장 이용이 가능토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 어린이 출입 달갑지 않은 레스토랑  

  

 

서울, 경기도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일부 제한하는 레스토랑이 운영 중이다. 고급 음식점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제한선을 정해두고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사진은 어린이 출입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식당 입구의 모습.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 경기도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일부 제한하는 레스토랑이 운영 중이다. 고급 음식점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제한선을 정해두고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사진은 어린이 출입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식당 입구의 모습.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7일 베이비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아이와 함께 오는 손님의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이 서울, 부산, 수원 등 각지에 여러 곳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고급 음식점을 표방하는 곳이었으며 출입을 금하고 있는 연령대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제각각이었다.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A업체는 13살까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방문자가 다소 적은 평일 점심과 저녁시간에도 예외 없이 출입을 제한한다. 출입문 입구에는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는 입장을 제한합니다. 당업소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원하시는 고객분들의 편의를 위해 부득이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는 입장을 제한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아이를 동반한 손님이 찾아오면 입구에서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낸다.

 

같은 지역 B업체 역시 고객이 들어서는 입구와 문 앞 두 곳에 A업체가 내건 어린이 출입금지 안내문과 똑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06년 문을 연 이후 줄곧 어린이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 업체 운영자는 A업체 운영자와 모녀 관계이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C업체도 고급 레스토랑을 표방하며 13세 미만 어린이는 부모와 함께라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철저한 예약제로 사전에 아이를 동반하는지 묻고 아이가 있다면 출입이 어렵다고 통지한다.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D업체는 5세 미만 영유아를 동반한 손님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입구 앞에 ‘5세 미만 아동은 출입을 제한합니다’라고 적힌 표지판까지 세워놨다. 표지판 하단에는 ‘아동 관련 사고와 고객 불만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5세 미만 아동은 저희 매장 출입을 제한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어린이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고 있지만 출입시간의 제한을 두거나 좌석 차이를 두는 업체들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E업체의 경우 미취학아동 자녀가 있으면 평일에는 예약을 받지 않고, 주말에만 한시적으로 예약을 받는다. 마포구 공덕동 F업체는 아이를 동반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매장 안쪽에 마련된 좌석으로 안내한다.  

 

 

◇ 업체들 “다른 손님들도 생각해야”

 

어린이 출입금지 방침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아이의 출입금지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모두 같았다. 아이들이 뛰거나 소리 지르는 등의 행동이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줘서 음식점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었다. 

 

A업체 관계자는 “공간적으로 협소하고 깨지는 것이 많기도 하지만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위해 14살 이상만 입장 가능하도록 했다”며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걸 성가셔하는 분들은 오히려 편하다고 하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C업체 관계자는 “코스요리가 주를 이루다 보니 떨어뜨리면 다칠법한 식기류가 많고 조용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이다 보니 아이는 아예 받지 않고 있다”며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격조있는 분위기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의 매니저는 “사실 이렇게 된 데는 부모의 잘못이 가장 크다. 식당도 엄연히 공공장소인데 아이가 뛰거나 소리를 지르면 부모가 통제해야 하는데 방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이런 행동이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입히고 그 피해는 결국 업소에게 돌아온다. 전국에 99% 음식점이 아이를 받고 있으니 이런 음식점도 생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출입금지는 차별 맞지만, 행정처분 어려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식당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보면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률적인 기준(나이)에 의해 특정인을 배제(구별)하는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행위로 인정된다”며 “식당에서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 행위”라고 전했다.

 

즉, 아이의 출입을 막고 있는 식당들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진정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 인권위가 이들 식당들에 대해 아이에 대한 차별 행위를 중지하라고 요구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누군가 진정을 제기하더라도 어린이 출입을 금지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가 확인된다면, 어린이 출입금지 행위를 막을 수는 없다.

 

실제 201011익명의 제보자가 어린이 출입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한 식당에 대해 어린이 차별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적이 있었는데, 인권위는 조사를 거쳐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해당 식당의 어린이 출입금지 행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었다. 그 이후로 어린이 출입금지와 관련한 진정이 제기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반음식점 관련 담당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행정처분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레스토랑을 포함한 일반음식점은 나이에 따른 출입여부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최명성 식약처 식품정책조정과 사무관은 “현재 식품위생법으론 이들 업체(어린이 출입금지를 시행하는 식당)를 행정처분할 수 있는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 부분은 업체 권한으로 둬야 하지만 만약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법 개정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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