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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를 꼭 은행까지 불러내야 하나?
임신부 배려 부족한 고운맘카드 유감
저출산 시대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아이를 낳아 보란 듯이 잘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들이 많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자신이 있겠느냐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우리들의 희망이자 미래다. 지금부터라도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첫 번째로 2008년 12월부터 시작해 만 5년을 훌쩍 넘긴 정부의 임신·출산진료비지원사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특별기획] 고운맘카드 버전 업그레이드 기사 싣는 순서
① 발급 절차, 다시 생각해보자!
② 지원 금액, 이게 최선인가!
③ 감동까지 줄 수는 없을까?
임신을 하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산부인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운맘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 반드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체국을 찾아가야만 한다. 정부는 임신이 확진된 임신부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기 위해서 임신과 출산에 관련한 진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고운맘카드를 발급받아야만 정부가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지원금은 일반 임신부는 50만 원, 다태아 임신부는 70만 원이다. 아기를 낳으려면 분명 이 비용으로는 턱도 없을 터이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시점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돈이다. 그런데 임신 초기에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임신부를 위해 카드 발급 절차를 좀 더 편리하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굳이 임신부를 은행이나 우체국으로 불러내야 하는 것일까?
'기관 방문 없이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편리하게! 보육료, 양육수당, 유아학비를 이제 온라인으로 신청하세요!'
지난 2002년 정부는 만 5세 누리과정 도입과 만 0~2세 아동에 대한 보육료 전 계층 지원 정책 시행을 앞두고, 신청절차도 뜯어고쳤다. 공공포털인 복지로(www.bokjiro.go.kr)에서 보육료, 양육수당, 유아학비를 신청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이때부터 부모들이 아이사랑카드, 아이즐거운카드 등을 발급받으러 굳이 기관이나 금융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카드를 발급하는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아이사랑카드처럼 간편하게 온라인 신청으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고운맘카드 사업자인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관계자들은 이렇게 공통된 답변을 내놓았다. 정부가 고운맘카드 발급절차를 정할 때, 직접 방문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왜 이렇게 원칙을 정했을까?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답변을 종합하면, 정부는 고운맘카드 발급에 필요한 임신확인서를 팩스나 온라인상으로 전송할 경우 개인정보 누출, 위조, 회원모집 경쟁 등의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직접 방문 신청 원칙을 세웠다. 단, 고위험임신으로 불가피하게 본인이 등록 신청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족이 대리로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고운맘카드 실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만일 직접 방문 없이 팩스 또는 인터넷으로 임신확인서를 보낼 경우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무시할 수 없고, 사본은 서류상 신청인이 동일인인지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또 위조 등으로 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 재정이 악의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이 같은 절차는 허용치 않는다”고 말했다.
팩스나 온라인으로 임신확인서 제출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온라인으로 카드 발급 신청을 한 후, 우편으로 임신확인서를 발송하는 방법은 어떨까? 이에 대한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측의 답변은 명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고운맘카드는 피보험자를 사칭하는 범죄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대면접수가 원칙"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2012년 1월 만 18세 미만 청소년 산모에게 임신·출산과 관련된 의료비(총 120만원까지 지원)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은행과 협력해 ‘맘편한카드’ 제도를 시행할 때는 대면접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맘편한카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 산모에게 임신·출산 의료비 120만 원(1회 임신)을 지원하는 개인지정형 법인체크카드인데, 온라인을 통해 접수하고, 우편으로 우리은행에 주민등록등본과 임신확인서를 발송하게끔 설계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에서 예산이 나오는 고운맘카드와 달리 맘편한카드는 국가의 조세로 운영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맘편한카드는 청소년 산모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사회적 시선 등으로, (산모가) 은행에 직접 방문하기 쑥스러운 부분이 있어 산모 배려차원에서 정부가 인터넷과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임신확인서를 우편으로 접수하는 절차를 세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이렇게 ‘맘편한카드 발급 절차와 비교해 가면서 고운맘카드 발급절차를 더 편리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냐’고 파고들자 보건복지부 측의 답변이 조금 유연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즘 피보험자를 사칭하는 범죄가 많다.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복지사업은 대면접수가 원칙이다. 청소년 산모는 은행에 직접 얼굴을 노출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불가피하게 온라인, 우편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도록 돼 있다"면서도 "추후 고운맘카드 발급 과정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 온라인과 우편을 통한 발급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실 이러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건강보험공단의 예산도 많이 필요하고 쉽지만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산정책연구센터장은 "이동성이 취약한 임신부들을 위해서 부정수급 문제를 보완하는 등 시스템을 강화해 직접 방문 없이도 고운맘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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