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시설서 간호사 보호 없어 사산…인권침해”
국가인권위,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 요청
【베이비뉴스 오진영 기자】
인권위는 미혼모보호시설에서 간호사의 보호를 받지 못해 아기가 사산된 미혼모가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결론을 내고 피해자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하는 한편, 해당 시설의 지자체에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이 법령상 의무로 둬야 하는 간호사에게 법인 회계직 업무를 겸직시키고 출산을 앞둔 미혼모와 태아에 대한 간호 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병원으로의 응급이송을 지체했다면 사회복지시설로서의 보호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라며 “이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19일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시설이 속한 00시장과 00구청장에게 관련 법인과 시설의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 주의 등 행정지도와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고 진정인의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에 피해자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임신 23주째(5개월 2주째)에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의 기본생활지원형 A시설에 입소한 진정인 L 씨는 “당시 양수과다증과 조산위험이 있었고 정밀초음파 검사를 요청했으나 시설측이 검사를 허락하지 않았고 사산하기 전날과 당일, 복부통증과 출혈이 있어 산부인과에 가자고 했으나 시설측이 신속히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아 결국 태아가 사산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해 4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시설 원장은 “진정인의 양수과다증과 조산의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정밀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25주 이상 된 산모에게는 정밀초음파 검사가 소용이 없다고 했고 사산 전날에 진정인이 통증을 호소해 직접 상담을 했으나 진정인이 통증이 사라져 괜찮다고 해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으며 사산 당일은 진정인이 서두르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고 만약 응급상황이었으면 구급차량을 불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H복지회에서 운영하는 A시설은 한부모가족지원법 등 관련 규정에 의거, 시설에 종사해야 할 직종과 인력수요 등 자격기준을 정해뒀지만 이를 위반해 간호사를 법인 회계업무에 겸직시키고 진정인이 입소이후에 간호사가 진정인과 상담을 한 사실이 없었다.
시설내부의 운영일지에 진정인인 산모가 양수과다와 조산위험이 있으므로 조심을 요한다는 기록이 있었지만, 전문 간호사가 아닌 직원이 그 동안의 시설운영 경험에 의존해 사산 전 통증이나 출혈을 인지하고도 산부인과 진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았던 것.
이와 관련 인권위는 “A시설은 한부모가족지원법의 미혼모자가족보호시설로서 법률에 따라 미혼모 여성의 임신 출산 시 안전 분만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상근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둬 입소자인 미혼모와 태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게 할 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한부모가족지원법 및 사회복지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진정인이 소속된 법인이 자격을 갖춘 간호사를 임명하고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했고 양수과다와 조산위험으로 요주의 산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통증과 출혈 증상이 나타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데려갔던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진정인과 태아의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어 인권위는 “사산된 태아의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태아의 사망 시기와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태아의 사망이 피진정인의 업무소홀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그 증거가 부족하지만, 이 사건의 피해자인 진정인의 손해에 관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7조에 의거,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진정인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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