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겨우 50만원으로 아기 낳으라고요?
[기획] 겨우 50만원으로 아기 낳으라고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4.06.1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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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 진료비 정부지원 50만원에서 멈춰 총 진료비 본인부담금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저출산 시대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아이를 낳아 보란 듯이 잘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들이 많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자신이 있겠느냐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우리들의 희망이자 미래다. 지금부터라도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첫 번째로 2008년 12월부터 시작해 만 5년을 훌쩍 넘긴 정부의 임신·출산진료비지원사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특별기획] 고운맘카드 버전 업그레이드 기사 싣는 순서

 

① 발급 절차, 다시 생각해보자!
② 지원 금액, 이게 최선인가!
③ 감동까지 줄 수는 없을까?

 

"고운맘카드 50만 원으로는 턱도 없죠."

 

첫 아이를 임신한 손희경(37·서울 영등포구 당산동·가명) 씨는 아이를 가졌다는 기쁨도 잠시, 앞으로 들어가야 할 병원비에 걱정부터 앞선다. 임신을 하면 정부로부터 임신·출산진료비 50만 원을 고운맘카드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지만 출산 때까지 소요될 비용을 따져보니 5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손 씨는 "병원 갈 때마다 초음파 검사 등 각종 검사는 물론이고, 노산이라 영양제도 신경써야한다"며 "한 번 병원 방문하면 기본 8만 원씩 깨지고, 더 들면 10만 원이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임신 5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손 씨가 그간 산전 진료비로 지출한 비용은 100만 원 정도이다. 손 씨는 "병원비는 대부분 사비로 지출하고, 고운맘카드는 겨우 2번 밖에 쓰지 않았는데 33만 원 남았다"며 "앞으로 들어갈 병원비도 더 있는데 너무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임신부는 임신을 확인한 뒤 출산을 할 때까지 산부인과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다양한 검사를 받게 된다. 임신부는 태아의 성장과 모성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임신 28주까지는 4주에 한 번, 임신 36주까지는 2주에 한 번, 임신 36주 이후에는 매주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는다. 시기별로 ▲모체혈청내 산중검사 ▲임신성 당뇨검사 ▲초음파검사를 받는가하면 필요에 따라 ▲양수검사 ▲융모막검사 ▲클라미디아검사 ▲톡소플라즈마검사를 받기도 한다.

 

만일 손 씨처럼 35살이 넘어 고령임신부는 영양제를 맞거나 다른 치료까지 병행해야한다. 그만큼 진료비가 더 많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렇듯, 임신부는 수도 없이 많은 산전검사를 받게 되는데 진료비가 결코 만만치 않다. 여기에 분만 비용, 산후조리 비용까지 생각해야하니 숨이 확 막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정부가 산전 진찰, 분만 등 임신·출산에 관련한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켜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고운맘카드' 제도를 도입한 것은 바로 지난 2008년 12월의 일이다.

 

고운맘카드는 임산부가 부담하는 출산과 관련된 의료비 등을 1회 임신으로 50만 원, 다태아 임산부의 경우 최대 70만 원까지 보조해 주는 카드로, 임신확인서를 지참한 후 국민은행, 우리은행, 국민건강보험공단, 우체국 등을 방문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2008년 첫 도입당시 지원금은 20만 원이었다. 매년 10만 원씩 지원금을 확대해왔는데, 2012년 50만 원까지 오른 뒤 더 이상의 금액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7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출산 관련 의료이용행태 및 비용 분석'을 살펴보면 임신부터 출산까지 1인당 평균 총 진료비는 185만 원에 달한다. 이 중 건강보험공단이 83만 원을 부담하고, 임신부가 초음파검사, 양수검사 등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진료 항목으로 102만 원 정도를 부담한다. 50만 원은 본인부담금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인 셈이다. 게다가 이 자료는 무려 7년 전의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고운맘카드 지원금이 증액된 만큼 진료비도 덩달아 상승해 임신부가 체감하는 진료비 절감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고운맘카드 지원금 인상에 맞춰 병원들이 진료비를 올린 것이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이 같은 폐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지원금을 매년 10만 원씩 올리면 임신부들의 부담이 줄어야 마땅한데, 병원들이 진료비를 인상하는 바람에 임신부들의 부담은 그대로인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고운맘카드는 애초에 임신부가 비급여 항목으로 지출하는 산진진료비를 40% 가량만 지원하기 위해 2009년 10만 원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50만 원으로 확대하는 5개년 중장기 계획에 의해 운영됐다"며 "현재 고운맘카드 5개년 사업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지원금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고운맘카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지원금에 관한 향후 계획은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임신부들의 부담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국민 전체를 위한 보험 재정은 긴급한 의료를 요하는 국민이나 노인, 아동 등 다양한 계층에 균형을 맞춰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임신부에게만 많은 혜택을 할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으로 고운맘카드 지원금액 인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양수검사, 초음파검사 등은 대표적인 비급여항목인데, 급여항목으로 전환한다면 임신부들의 본인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임출산과 관련해 임출산부와 태아·신생아에 대한 질병 치료, 진찰과 예방뿐만 아니라 임출산부와 태아·신생아의 건강증진을 위한 서비스까지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유럽연합 25개국 중 합계출산율 1.94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애라 경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애초에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출산관련 의료비의 일부를 보조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모든 임신·출산을 무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다"며 "이는 출산 장려 정책의 취지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부는 미래의 부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현재 임신지원금 제공이 출산장려에 큰 역할을 하는지 재고해 봐야 하고, 출산 직후부터 발생하는 육아 및 교육에 대한 부담 역시 출산율이 늘지않는 가장 큰 경제적 장벽이므로 이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교수는 "산전 진료비 중 임신부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은 자궁경부암검사와 초음파검사가 있는데, 초음파검사의 경우 현재 급여화가 진행 중이다. 급여화 자체는 찬성할 만한 일이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제대로 급여화하는가가 문제"라며 "정부가 출산장려정책을 제대로 펼치고자 한다면 계획대로 초음파검사를 급여항목으로 바꾸는 작업을 매끄럽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 교수는 "초음파검사가 급여화 되더라도 분만 후 산모의 병실료, 식대료가 문제인데, 국가는 이 부분은 전혀 커버하고 있지 않다"며 "의료행위를 제외한 입원비는 우리나라 의료수가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는 건드릴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한 교수는 "빈혈검사, 풍진검사, 기형아 선별검사, 당뇨병 검사 등 대부분의 산전검사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형편이 여의치 않는 임신부는 보건소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정원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모든 임신부들을 위해 지원금액을 전반적으로 높이기에는 당장 무리가 있지만, 고위험군 또는 저소득층 임신부는 진료부담이 크므로 추가적인 지원이 마련되는 등 차별화를 두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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