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아이 보낼 곳이 없어요”
육아공감반상회서 터져 나온 부모들의 요구
“지금 LH서초단지 내에 국공립어린이집은 3단지에 딱 하나 있어요. 아이들 수요는 넘쳐 나는데 정작 공급이 안 되고 있어요. 어린이집 좀 만들어주세요.” - LH서초4단지에 거주하는 김윤미(가명·32) 씨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네이처힐 5단지 내 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제2차 육아공감반상회’에서 나온 한 엄마의 의견이다.
나이가 어린 둘째 딸(16개월)을 가정보육하고 첫째 아들(3)은 민간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 씨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단지 내 너무 부족해 수차례 서초구에 건의했지만 ‘죄송하다’는 말밖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의 말을 들은 정경택 양재1동장은 “보육시설이 절실하다는 LH주민들의 요구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건축과 설계에만 약 1년이 소요돼 올해 합의를 본다 해도 내년에야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구육아종합지원센터(소장 강경숙) 주최로 열린 이날 육아공감반상회는 자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불편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서초구나 어린이집 관계자들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도록 마련된 토론의 장이다.
현장에는 내곡동, 양재동, 우면동에 거주하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경택 양재1동장을 비롯해 김일남 서초구청 보육지원팀장, 서초구 보육반장, 어린이집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의 화두는 단연 ‘어린이집’이었다. 이미 학기가 시작해 어린이집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아이의 유년시절을 함께 할 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은 끊이질 않았다.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엄마는 “(양재1동) 이 동네에 만 4~5세 아이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거의 없는데, 어린이집에서 정부지원금이 많이 나오는 영아를 유아보다 선호하기 때문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올해 어린이집 보육료 연령별 지원금액을 보면 만 0세는 월 39만 4000원, 만 1세 월 34만 7000원으로 만 3~5세(월 22만 원)보다 약 12만~17만 원 더 많은 보육료가 어린이집으로 입금된다.
김일남 보육지원팀장은 “유아를 못 받고 있는 것은 어린이집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교사 대 아동비율을 보면 만 4세 이상은 1:20인데 20명의 아이가 한 방에 들어가려면 방 크기가 학교 교실만 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답변에 “그럼 만 4세가 되면 유치원에 보내야 하느냐”고 묻자 “법적으로 영아와 유아를 나누진 않지만 공동주택 안에서 공간 확보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영아는 어린이집에, 유아는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맞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국공립어린이집 추가 증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양승미(가명·36) 씨가 “서초네이처힐3단지 국공립어린이집 증축을 구에서 할 순 없느냐”고 묻자 “개인부지에 임의로 지을 순 없으니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자생적으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공간만 확보된다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물었다. 김 팀장은 “민간으로 운영하다 국공립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예산과 수급률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며 “아직 구에선 이런 현장의 요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의 답변에 잠시 조용하던 장내에 40대 심지환(가명) 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설이 없어서 보낼 곳이 없다고 하는데 구와 정부는 있는 시설도 없앨 판입니다.” 심 씨의 사업장은 오는 8월 나주로 지방이전을 앞두고 있다.
심 씨는 “지방이전을 하고 나면 서울에 120명의 직원이 남게 되는데 사실상 어린이집 정원인 49명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며 “철수에만 2억 원이 드니 차라리 민간에 오픈하는 것이 나을 텐데 어린이집이 2층에 있어 민간어린이집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실은 건축물의 1층에 설치해야 한다. 보육실이 위치한 해당 층의 4면의 80% 이상이 지상에 노출돼 있어야 하고, 어린이집 주출입구의 하단이 지표면으로부터 위 또는 아래 방향으로 1미터 이내여야 한다.
다만 건물 전체가 어린이집이거나 사업장(사옥) 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경우는 1층부터 5층까지 보육실을 설치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어린이집으로 사용되던 어린이집을 민간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것은 법령상 어렵다는 것.
김 팀장은 “이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구에 정식으로 건의하면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강경숙 소장은 “생각보다 많은 분이 어린이집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센터에서는 앞으로도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고충을 함께 나누고 지역사회에 알릴 소통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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