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구매, 아이가 책에 대한 부담 느낄 수도
행복한 선물이 되게 하려면 무리한 독서 강요 말아야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몇달 전 이사 온 우리 동네에는 어린이 중고책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아침마다 전집을 내놓고 먼지를 털거나 마른 걸레질하는 사장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혹한다. 결국 그 곳에서 어린이날 선물로 줄 중고전집 2세트를 구입했다.
단행본도 마찬가지겠지만 전집은 고민과 고민, 조사를 거듭해야 오랫동안 후회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매장 안에 진열된 전집을 비교하고 여러 차례 읽어 본 후 2007년 펴낸 전래동화 70권짜리와 같은 해 펴낸 세계명작동화 70권짜리를 구입했다. 말이 중고책이지 팔리지 않아 창고신세만 진 재고 상품이다. 두 세트를 합한 가격이 11만원.

전집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인데 중고매장은 그런 고민을 덜어준다. 전집을 처음 구매한 경우보다 두 번째, 세 번째 구매시 더 신중해야한다. 이미 구입한 전집과 테마가 겹치지 않아야하며 겹치더라도 난이도가 상급이라면 긍정적으로 살펴봐도 좋다.
아이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전집을 앞서 골라주는 엄마도 많다. 자녀의 독서능력이 평균 이하라면 선행구매는 피하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나와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전집인지 아닌지 빨리 파악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일이다.
우리 아이는 과학동화전집 2세트, 자연관찰전집과 수학동화전집을 각 1세트씩 갖고 있다. 여기에 전래동화, 세계명작동화전집이 어린이날 추가됐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 무섭다. 경제동화도 사주고 싶고 철학동화도 사주고 싶다. 예술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명화전집도 구매하고 싶은 심정이다. 한번 시작되면 끝을 모른다는 엄마들의 전집 욕심. 어쩔까.
아이에게 책을 사주며 제일 뿌듯한 사람은 아마 부모일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책 선물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지인 중 한 사람은 어린시절, 집에 전집이 너무 많아 책읽기를 기피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흑역사를 고백한 적이 있다. 학구열 높았던 부모님이 전집을 욕심껏 들여놓고 정작 읽어주지 않으셨단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지금도 책과 친하지 않다.
전집 구입 후 무리한 독서를 강요하지 말자. '엄마가 너를 위해 책을 많이 사줬으니 너도 열심히 읽어야한다'는 메시지는 아이를 주눅들게 하고 책을 부담스런 대상으로 만든다. 전집이 아니라 숙제를 골라온 셈. 전집이 아이의 숙제가 아닌 행복한 선물이 되게 하자.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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