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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침대에는 부부만 누워라

행복해지고 싶다면 양가 부모님을 침대서 밀어내야

heyjinism@gmail.com

[연재] 결혼문화 'Something four'

 

“부부의 침대에는 부부만 누워라”는 말에서 무엇이 연상되는가? 레트와 결혼해놓고도 자꾸만 애슐리를 생각하는 스칼렛에게, 레트는 “침대 위에 세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고 비웃기도 했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그런 것, 결혼 후에도 계속되는 옛 사랑의 그림자라든가 불륜이라든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잘못 밟으면 사랑과 전쟁에 나올 만한 내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공통점은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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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이야기로, “싱글일 땐 혼자서 잠을 자지만 결혼을 하면 한 침대에 여섯 명이 잔다”는 말이 있다. 부부뿐 아니라 양가의 부모님까지 도합 여섯 명, 다시 말해 결혼이 결코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며, 보통은 친정도 시댁도 잘 챙겨서 양가의 사이가 원만해야 부부도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부부의 침대가 무슨 프로레슬링 경기장인가? 양가 부모님들을 끼고 태그매치로 싸우며 기 싸움을 벌이는 현장인가? 게다가 그런 분위기를 당연히 여기는 이 표현은 어떤가. 선정적일 정도로 변태적인 가족주의가 느껴지다 못해, 섬뜩하고 으스스하지는 않은지. 한번, 밤에 불을 끄고 누워서 생각해보자. 이 침대 위에 친정 부모님은 물론 시부모님까지 죽 둘러앉아 있다고.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불을 켜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이 문자 그대로 그분들이 방에 따라 들어온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겠지만, 부부의 대화 하나하나, 생활 속에서 챙기는 것들, 지출 비중,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자. 부부의 중심은 부부다. 시부모님도 친정 부모님도 아니다.

 

감히 말한다. 부부의 침대에는 부부만 누우면 된다. 내 부모님이든, 남의 부모님이든, 부부의 침대에서는 과감히 밀어내자. 행복해지고 싶다면 침대 위에 올라오려는 양가 부모님들을 과감히 밀어내자. 야박하게 느껴지더라도, 먼저 두 사람에게 집중하자.

 

물론, 결혼한다고 해서 부모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거다. 부모님 입장에서야 시집장가 보낸 뒤에도 내 딸, 내 아들이고, 여전히 어리고 서투를 것 같은 아이가 자라서 결혼생활을 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하실 수도 있다. 사랑하는 아이를 빼앗아 간 자식의 배우자가 야속하기도 하고, 더러는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상대의 부모님이 내 자식을 힘들게 하는 것 같으면 소매 걷어붙이고 나와 맞서 싸우고 싶으실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결혼 초기에 서로 습관이나 성격이 맞지 않아 벌어지는 아주 사소한 일을, 엄마, 나 힘들어, 속상해. 하고 몇 마디 한 것이, 부모님 마음에는 큰 일로 다가올 수가 있다는 것.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가 사람 잘못 만나서 고생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침소봉대된 것이, 사랑하는 내 부모님과 소중한 내 배우자가 반목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조혼이 대세였던 시절이라도 결혼을 하고 나면 어른 취급을 받았다. 하물며 지금은 빨라도 20대 후반, 대개 30대 초반에 결혼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가는 만혼의 시대다. 부모가 준비하여 치러주는 성인식이 아닌 자기 스스로 살아갈 준비가 된 사람이 배우자를 만나 함께 살아가기로 하는 것이 결혼이라면, 이제 결혼하여 두 사람의 인생을 시작할 때 탯줄은 조금 과감하게 자르고 시작하자. 더 이상 손 벌리지 말고, 결혼 초기에 벌어질 수 있는 소소한 갈등들을 자꾸 부모님 앞에서 부풀리듯 신세타령을 하지도 말자.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은, 야박하게 느껴지더라도 서로서로 조금씩 자르자. 시어머니가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매일매일 퇴근 후에는 시댁에 오라고 하시거나, 장모님이 주말에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주말마다 처가에 오라고 하신다고 상상해보자. 내게는 내 부모님이지만, 배우자에게는 시어머니고 장모님이다. 언제까지나 슬하의 자식으로 곁에서 모실 것이 아니라면, 이제 조금씩 탯줄을 자르고 혼자 설 때가 되지 않았을까?

 

부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다는 이야기보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서로를 살뜰하게 챙기고,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지출하자. 때로 부모님이 자식에게 기대고 싶으실 때가 있더라도, 배우자와 먼저 의논하자. 이제 당신과 함께 살 사람은 배우자이지, 부모님이 아니다. 부모님을 평생 모시고 사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나 때문에 내 배우자는 남의 부모님을 자기 부모님처럼 모시고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는 자명하다. 먼저 서로를 생각하자. 부부의 일에 양가 부모님의 신경전을 끌어들이지 말자.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마음의 탯줄을 자르고 어른이 되자.

 

*칼럼니스트 전혜진은 수학과 기계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내추럴 본 공돌이이자 퇴근 후에는 SF소설과 만화 스토리를 쓰는 작가다. 주변의 온갖 것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메모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의 결혼과정을 꼼꼼히 메모하며 생각했던 일그러진 결혼문화들을 '천만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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