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아이 못 키우겠다, 제발 좀!”
영·유아 안전 빨간불…대책 없는 정부에 ‘분통’

“그동안 제 일이 아니라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방사능 사태 이후부터는 아무래도 아이들 때문인지 신경이 곤두서네요. 미국에서는 방사능 우유가 검출됐고, 일본에서는 모유 속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하고, 또 우리나라는 시금치에서…. 우리 아이들 먹을거리가 걱정돼서 텃밭이라도 가꾸고 싶은 심정이에요.”
4살배기 딸과 15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이은주(35, 가명)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2살 된 아이의 엄마 박소연(28, 가명) 씨도 “방사능은 영·유아가 특히 취약하다던데, 병원에 가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아기엄마로서 정말 답답해요. 비 때문에 무서워서 물도 마음대로 못 먹겠어요. 정수기라도 설치해야 할까요”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사태 이후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방사능 비 소식에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방사능 오염이 되지 않는 먹을거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게다가 국내에서 세균 분유 파동, 장난감 유해물질 검출 등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ㆍ사고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부모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렇듯 일본 방사능 유출 사태에 대한 영·유아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최근 영유아의 식생활 패턴 변화와 방사성 요오드에 대한 영·유아의 민감도를 감안해 요오드에 대한 영·유아용 식품 기준(100Bq/kg)을 우유 및 유제품(150Bq/kg)과는 별도로 신설해 이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식약청 식품안전국 관계자는 “국내 기준을 초과하는 요오드나 세슘이 검출된 지역,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이 검출됐으나 국내 기준 이하인 지역의 일본식품을 수입할 때 일본에 정부증명서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균 분유 파동으로 몸살을 앓은 매일유업은 결국 지난달 28일 최동욱 대표를 비롯해 임원 48명이 총사퇴하는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날 오후 한 언론에서 포르말린 사료 우유 논란 기사가 나오면서 또 다시 매일유업은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매일유업 제품을 구매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표적인 육아용품 기업인 보령메디앙스의 아기 물티슈에서는 곰팡이균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결국 지난 4월 14일 보령메디앙스는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제품 10만여 개에 대한 회수에 들어갔다. 영·유아용품과 관련한 리콜 사태는 보령메디앙스 제품을 포함해 4월에만 3차례나 터졌다.
지난 4월 12일 환경부의 발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장난감류, 문구용품 등 어린이 대상의 21개 제품군 234개 제품에 대해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유아용 장난감 4개와 플라스틱 인형 6개 등 10개 제품에서 생식기능이나 신체 발달기능을 저하시키는 프탈레이트(플라스틱 제품을 부드럽게 하는데 쓰이는 가소제 물질) 노출량이 독성 참고치를 초과했다는 발표였다.
지난 4월 25일에는 한국소비자원이 비비탄 총, 화약 총, 칼, 화살 등 무기류 어린이 장난감으로 인한 0~7세의 영·유아 안전사고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어린이 장난감 무기류 안전사고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19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 활동에 돌입한 한나라당 어린이 먹을거리 안전 TF팀은 어린이 먹을거리 종합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TF팀장을 맡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어린이 먹을거리에 대해서 만이라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대상이나 기준에 따라 농식품부와 식약청에서 각각 관리하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어린이식품안전과 등을 별도로 설치해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친환경 대안 에너지를 찾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iCOOP구로생협은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ICOOP자연드림 신도림점 건물 3층(하늘씨앗교회)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초빙해 ‘엄마! 밖에서 놀아도 돼?’ 에너지 강좌를 진행했다. 한국의 원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과연 원자력만이 대안인지 살펴보는 자리가 됐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영·유아 안전에 대해 정부가 너무 안이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제발 조금만 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은 혼쭐을 내줘야한다” 등 아이들 안전과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앞장서서 챙겨야한다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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