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방방이장', 이대로 두시렵니까?
어린이는 200명인데, 안전요원 1~2명으로 충분?
지난 4월, 4살 아들과 함께 동네 트램펄린장(일명 방방이장)을 찾은 안지수(가명·38·서울 노원구) 씨는 가슴 철렁한 사고를 겪었다. 아들이 스프링 매트 위에서 점프를 하던 중 아들보다 덩치가 큰 아이들에 의한 불안정한 반동으로 발목이 심하게 꺾인 것이다.
안 씨는 "아이가 발을 절뚝거리고, 아파서 며칠 기어다닐 지경이었다"며 "마음이 너무 아팠고,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안 씨는 "트램펄린 장에는 위험한 놀이를 제재하는 관리자가 없고, 또 몸집이 작은 아이와 큰 아이가 아무렇게나 한데 섞여 노는 등 안전 규칙 역시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트램펄린 장에 최소한 사고를 확인하고, 방지할 수 있는 안전요원이라도 배치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스프링이 달린 매트 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램펄린장. 지난 5일 오후 기자가 직접 서울 노원구의 한 실내 트램펄린 장을 찾아가봤더니, 실제 이곳에는 정신 없이 뛰노는 20명 가량의 아이들만 있을 뿐, 놀이 규칙을 알려주거나 질서를 유지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제지하는 등 안전을 관리하는 직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뾰족한 모서리, 딱딱한 기둥, 천장 위 낮은 조명 등 아이들을 위협하는 장애물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였지만, 아이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이리저리 공중에서 몸을 옮기고, 덤블링 시합을 하기까지 했다.
트램펄린은 무게에 의한 반동이 변수이기에 몸집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이용해야 안전하다. 하지만 이 곳은 영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모두 한 곳에서 놀 수 있게끔 돼 있었다. 때문에 영아들은 자신보다 몸집이 큰 아이들의 무게에 넘어지기 일쑤였다. 넘어졌다 몸을 일으켜 세우는 데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전국 트램펄린장 15곳을 무작위로 취재한 결과, 트램펄린만 별도로 관리하는 안전요원은 전무했고, 연령에 따라 놀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하는 곳도 드물었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전의 J 트램펄린장은 5세 기준으로 구역을 나누기는 했지만, 150~200명 가량의 아이들을 동시 수용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요원은 단 1~2명뿐이었다.

트램펄린장은 뛰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곳으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놀이시설이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데다 비만 예방과 성장판 자극으로 키 성장에 도움이 되기에 부모들도 반기는 추세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성업 중인 트램펄린장만 무려 220여 개. 하지만 트램펄림장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사고도 매년 급증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램펄린 사고는 2010년 37건, 2011년 84건, 2012년 111건으로 매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트램펄린 사고는 총 277건인데, 사고 원인은 '착지 후 다침'(24.9%), '넘어짐'(22.7%), '트램펄린 시설 미흡'(19.9%), '잘못된 착지' (14.4%) 등 이었고, 아이들은 '다른 이용자'(9.4%)와 '위험한 행동'(3.2%)으로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은 당시 서울·경기지역 소재 실내·외 트램펄린 시설 17개소를 조사했으나, 매트, 스프링, 완충장치, 바닥재 등 시설 관련 8개 조사 항목과 비상구 유도등, 소화기 등 소방 관련 4개 항목을 모두 충족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용 연령 제한이 없는 곳이 14개소, 트램펄린당 이용 가능 인원을 제한하지 않는 곳이 11개소로 드러났다.
이처럼 트램펄린 장은 분명 어린이 안전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트램펄린은 미니골프, 공던지기, 뜀틀, 점프대 등과 같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법 적용을 받는 유기기구(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제40조상 별표11를 기준)로, 안전성 검사를 받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사실 트램펄린 사고는 40㎡ 미만 규모이거나, 건축법 상 허가되지 않는 지역의 불법영업장에서 많이 일어난다"며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트램펄린 사고 통계는 예방차원에서 규제를 마련해 달라고 실태를 알리는 것일 뿐, 합법적으로 등록된 유기시설에서는 안전문제가 그리 심각치는 않다"고 전했다.
이어 "트램펄린 사고는 꼭 안전요원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보호자들도 아이들을 잘 지켜보지 않는 탓도 있고,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 탓도 있다"며 "무조건 안전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유기시설 업주들은 안전에 관한 안내를 받아 운영토록 돼 있고, 관광진흥법 시행령에도 업주가 안전을 관리하도록 준수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관광진흥법 42조 별 13'에 따르면 안전성 검사 대상이 아닌 유기기구 업주(기타유원시설)로, 본인 스스로 또는 운행자로 하여금 매일 1회 이상 유기시설 및 유기기구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안전점검기록부에 기록, 2년 이상 보관해야 하며, 이용자가 보기 쉬운 곳에 안전점검표시판을 게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가 아닌 업주 본인 스스로 안전점검을 하도록 돼 있어 실제로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 지의 여부는 전혀 파악할 길이 없다. 업주의 준수사항 이행률에 대해 묻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준수사항은 공무원들이 유기시설을 일일이 다 살필 수 없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최근 트램펄린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안전을 규제하는 분위기이고, 때문에 안전검사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맞다"며 "때문에 문체부도 트램펄린 등 유기기구에 대한 안전성 규제를 강화해 개정안을 8월 31일까지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주영 한국생활안전연합 팀장은 "기타유원지는 관리자의 안전교육, 사전교육 등도 미비하고, 관리자가 현장에 부재중인 경우도 많아 사고의 가능성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다"며 "정부는 기간을 정해서 관리자가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현장점검을 하고, 관리자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현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팀장은 "무엇보다 관리자는 보이는 기구의 올바른 작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인 어린이의 안전확보 등 보이지 않는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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