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물갈이, 1년에 몇 번이나 할까요?
수영장 물갈이, 1년에 몇 번이나 할까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4.09.21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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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규칙 없어…업체 자율에 맡기는 실정 수영장 관계자 "전체 물갈이는 하지 않아요"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지난 여름 가족과 경기도의 한 수영장에 다녀온 육아맘 A 씨는 꽤 오랫동안 고생을 겪어야 했다. 수영장에서 놀다온 후, 자신과 아이들의 피부에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고, 가려움증에 밤마다 피가 나도록 긁어야 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수영장을 다녀온 후 종아리, 허벅지 전체에 피부병이 생겨 병원에 다녀왔다. 수영장 측에서는 '6개월마다 물을 갈고, 수질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만 말할 뿐 제대로된 사과 한 마디도 안하더라"며 "해당 수영장에 약값을 청구하고 싶을 정도"라고 불편한 심경을 표했다. 이어 A 씨는 "수영장 물은 너무 더럽다. 수많은 사람이 더러운 물에서 노는데 '무슨 병인들 안 걸릴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나라에서 수질관리 조사는 안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해소하는 동시에 신체 발달에 효과적인 수영장. 물에서 하는 반중력 놀이 및 운동은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관절에 유연한 자극을 줘 성장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심폐력 및 지구력, 균형감각을 키우기 좋아 영유아의 수영장 이용률은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높아지는 추세다.

 

친수시설에 대한 수요 증가로, 매년 수영장 및 워터파크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전국 공공 및 민간 수영장의 개수를 살펴보면, 2012년 867개, 2013년 902개, 2014년 925개로 꾸준한 증가 추이를 보인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수영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수영장 운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질 검사는 제대로 관리·감독되지 않아 위생과 안전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영장 물은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이물질이 섞여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수영장 물갈이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전체 물갈이를 하지 않은 수영장들이 많이 있는 실정이다. ⓒ베이비뉴스
수영장 물은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이물질이 섞여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수영장 물갈이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전체 물갈이를 하지 않은 수영장들이 많이 있는 실정이다. ⓒ베이비뉴스

 

최근 기자가 직접 서울 송파구의 한 실내수영장을 찾아가 봤는데, 수영장 수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는 물. 하지만 물속 타일 틈 사이사이에는 옅은 갈색 반점이 얼룩덜룩했다. 수영장 측은 아이들이 아토피 크림이나 로션 등 화장품을 몸에 바른 채 입수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었다. 또한 수영장을 살펴본지 1분이 채 되지 않아, 입수 전 바닥 타일 위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갈색과 검은색 이물질들이 눈에 포착됐다. 이 이물질들은 출렁이는 수영장 물에 쓸려 곧 수영장 물속으로 유입될 우려가 있어 보였다.

 

해당 수영장 관계자는 "전체 물갈이는 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1년에 1번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일주일 단위로 일정량을 빼고 새물을 넣는 식으로만 관리하고 있다"며 "전체 물을 빼고 새물을 넣으면 3~4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체 물갈이는 하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또 수영장 측은 '수질 정화를 위해 전기분해 살균시스템으로 관리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백 명가량 씩 들락날락 하는 수영장 전체 수질을 전체 물갈이 없이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전체 물을 한꺼번에 빼지 않으면 수영장 바닥, 벽면 등에 묻은 물때와 세균 등을 제대로 청소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량의 물만 교체해서는 새 물이 그대로 오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이처럼 해당 수영장이 전체 물갈이에 소홀한 이유는 바로 물교체에 대한 시행규칙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수영장의 수질기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내 '안전 위생 기준' 시행규칙에 따르고 있는데, 이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업체는 ▲유리잔류염소 및 수소이온 농도 ▲탁도 ▲과망간산칼륨 소비량 ▲대장균군 등 5가지만 세분화해 수질을 검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물교체와 수질 검사 시기, 횟수 등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 또 수질검사는 업체들에게 맡겨져 있을 뿐 제대로 감시·감독이 되지 않고 있어 실제로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 지의 여부는 전혀 파악할 길이 없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수질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서류로 점검하고, 1년에 한 차례 전수조사를 할 뿐 수영장별로 수질 기록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즉, 물교체에 대한 준수사항조차 없을 뿐더러, 수질관리 시행규칙은 법적 강제성이 부족해 부실한 수질 관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수영장 물은 기간에 따라 갈도록 돼 있는 것이 아니라, 탁도, 대장균 등 수질 관리 기준에 따라 관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간이 되면 물을 안 뺄래야 안 뺄 수가 없다"며 "오랫동안 놔두고 사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수질을 검사하지만, 검사 횟수, 기간 등이 정해진 것이 아닌 상시적이고, 또 인력이 부족해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특히 어린이 풀장은 물의 양이 적고, 아이들이 소변을 보는 일이 많은 만큼 대장균 검출이 높게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특히 지자체별로 일정 시기에 집중 점검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영장 수질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수질 기준과 감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유병욱 순천향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피부가 연약하기 때문에 오염된 수영장 물에서 놀 경우, 습진, 피부병이 발생할 수 있고, 또 일정 수준 이상 수영장 물을 마시게 되면 대장균 등 각종 세균으로 배탈이 날 수도 있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수영장에서 놀려면 수영장 물의 위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수영장에서 놀고 난 후에는 비누로 전신에 묻은 수영장 물을 깨끗히 씻어내야 한다"며 "눈도 흐르는 물에 깜빡여서 수영장 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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