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누군가 그랬다. 사람이 태어나서 3살까지 평생하는 효도를 다 한다고.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보통수준. 또 다른 누군가는 그래서 3살까지 아이들의 삶은 부모에게 효도찬스를 주는 거라고. 다음부터는 미운 4살이라고.
산하는 이번달로 30개월. 행복한 3살. 효도하는 3살 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산하가 걷기(15개월)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행복의 연속인 듯 싶다. 산의 정상을 향해서 올라가듯, 나는 삶의 행복의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다. 매일 매일 스펀지로 물을 빨아들이듯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기쁨인지 모르겠다. 또 언제 이렇게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번주는 거의 장마철과 같이 비가 왔다. 비가오면 산하는 자신의 분홍색 우산을 찾는다. 그리고 우산을 쓰려고 노력을 한다. 이번주 일요일(17일)에도 비가왔다.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사려고 나섰다가 비가와서 주춤거리고 있는데 산하는 자기 우산을 달라고 졸랐다. 옆에서 엄마가 "산하야 우산 잘쓰고 갈수 있겠어?"라고 묻자 산하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친절하게 산하에게 우산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산하는 이내 알았다는 듯이 따라했다. 그러나 아직 무리인가? 몇 걸음 가다가 우산을 쓰기보다는 장난을 하면서 비를 맞고 있다. 그러다가 안아달라고 졸랐다. 옆에서 엄마의 타박이 이어지지지만, 산하는 애써 모른척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다.
화요일(19일).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려고 분주히 준비하고 있는데 비가왔다. 많은 양의 비는 아니지만, 가는비에 옷젖을 정도? 산하는 다시 분홍색 우산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일요일에 산하 우산쓰다가 장난만 했잖아. 기억나?"라고 묻자 산하는 "기억나"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다시 내가 "우산쓰면서 장난치면 안되는데 산하 혼자서 잘걷고 우산쓸수 있겠어?"라고 묻자 산하는 "산하 잘 할수 있어."라고 하면서 자신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산하를 믿어보기로 하고, 우산을 건네주면서 몇 번 다짐을 받았다. 산하는 그때마다 믿어달라는 표정이었다. 어린이집까지 산하 걸음으로 약 10분 정도. 산하는 엄마가 알려준 방법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나는 앞에서 길을 안내한다. 뒤뚱뒤뚱. 제법 잘 걸어간다. 아파트를 가로질러 약간 큰 길을 건너고, 골목길도 건너간다. 중간중간 물웅덩이가 나오면 신나게 첨벙첨벙 놀면서 간다. 우산 쓰면서 걸어가는데 얼굴 표정은 제법 진지하다. 그러면서 만나는 웅덩이는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그렇게 어린이집까지 도착! 스스로 대견한 표정을 짓는다.
이틀 전에는 잘 하지 못했던 우산쓰기. 그런데 이틀 만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다니. 일취월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성장을 하나디. 정말 놀랄 일이다. 그렇게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니 아빠로서 뿌듯한 마음도 듬뿍.
조금씩, 아니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보면서 또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도 해본다. 나도 열심히 살자.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웨딩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