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들어주는 알바 아시나요?
유모차 들어주는 알바 아시나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8.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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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역-코엑스, 경사로 없어 유모차 이용자 불편 유아박람회 주최사들, 자비 들여 유모차 알바 투입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지난해 여름과 겨울, 그리고 올해까지 벌써 세 번째 참여하고 있어요.”

 

2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2호선 삼성역 5, 6번 출구로 향하는 계단 앞에서 유모차를 들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최원영(서초구 대치동·29) 씨는 이같이 말했다. 최 씨는 “오늘은 첫날이라 조금 서둘러서 나왔다. 사람이 많을 때는 힘들 때도 있지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있다”고 전했다.

 

이날 민트색 반팔티를 입고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단 최 씨는 똑같은 복장을 한 다른 청년과 함께 유모차를 양쪽에서 든 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청년 두 명은 계단 위쪽에 서서 코엑스에서 삼성역으로 향하는 유모차가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이들은 28일 코엑스 A, B홀에서 개막한 제26회 서울국제임신출산육아용품전시회(이하 베이비페어) 주최 측인 ㈜베페가 스태프로 투입한 아르바이트생들이다. 유모차를 끌고 베이비페어를 찾은 엄마들이 계단을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유모차를 들어 올려주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일주일 전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32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어린이유아용품전(이하 유교전)을 주최한 ㈜세계전람 역시 유모차 들어주는 아르바이트생을 스태프로 투입한 바 있다. 폭우가 내렸던 당시 유모차를 끈 엄마들이 많지 않았지만, 유교전 스태프들은 계단 앞에 자리를 지키고 서서 걸어오는 인파 속에 유모차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다가와 유모차를 계단 위까지 들어 올렸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이정미(송파구 잠실동·34) 씨는 “유모차가 아이나 저에게 편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짐이 돼 버렸다.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만 있는 곳에 가면 막막하기 짝이 없다”며 “이렇게 도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웃음 지었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베페 베이비페어가 개막한 가운데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코엑스로 가는 지하통로 계단에서 베페 유모차 아르바이트생들이 유모차를 들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베페 베이비페어가 개막한 가운데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코엑스로 가는 지하통로 계단에서 베페 유모차 아르바이트생들이 유모차를 들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국제유아교육전(세계전람) 개막 이틀째인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역에서 코엑스를 잇는 지하 1층 이동통로에서 유모차를 들어 주는 세계전람 알바생들이 코엑스로 가려는 유모차를 들고 계단 위로 오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국제유아교육전(세계전람) 개막 이틀째인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역에서 코엑스를 잇는 지하 1층 이동통로에서 유모차를 들어 주는 세계전람 알바생들이 코엑스로 가려는 유모차를 들고 계단 위로 오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는 매년 이 시기, 이곳에서 반복되는 풍경이다. 코엑스는 1년에 네 차례씩 임신출산유아용품박람회와 유아교육박람회 등이 열리는 곳으로 한 번 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의 엄마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또한 코엑스는 박람회뿐 아니라 아쿠아리움, 영화관, 음식점, 백화점 등이 몰려있어 많은 엄마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코엑스지만 엄마들을 위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두 곳이 있다. 바로 코엑스 동문 입구와 삼성역과 코엑스를 잇는 총 12칸의 계단이다. 두 곳의 공통점은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

 

다행히 코엑스는 동문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 바로 옆에 경사로를 만들고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사로 외부공사는 이달 말이면 준공될 예정이다. 코엑스 관계자는 “외부공사가 아직 안 끝났지만 베이비페어에 오는 엄마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계단 좌측에 있는 임시 경사로를 미리 오픈하게 됐다”며 “유모차를 갖고 오는 분들은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역과 코엑스를 잇는 12칸의 계단은 여전히 엄마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이곳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코엑스로 가려고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지난해 이맘때 베이비뉴스가 삼성역과 코엑스를 잇는 계단의 불편함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했지만, 1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박람회 주최 측은 벌써 수년째 유모차를 들어주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삼성역사에 도움을 요청하면 역무원들이 유모차를 들어주기도 하지만 유모차 이용객들이 붐비는 박람회 기간에는 역무원이 돕는 상황에도 한계가 있기에 박람회 주최 측이 자체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베이비페어 주최사인 ㈜베페 관계자는 “방문하는 모든 분들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행사 기간에 가장 먼저 인력을 배정한다”며 “행사 전날 스태프들이 모여서 업무 위치를 탐방하고 아이가 유모차를 탔을 때, 안 탔을 때의 두 가지 상황에서 유모차를 어떻게 들지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유교전 주최사인 ㈜세계전람 관계자는 “주말은 아빠랑 오는 가족이 많아 차에 유모차를 싣고 오지만, 평일에는 엄마 혼자 오기 때문에 전철을 타고 계단 쪽으로 온다”며 “지하철 쪽에 말해서 오르막길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도 해봤지만 결국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장이 낮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경사로 설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경사로를 설치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해결하려면 천장을 높이거나 계단 바닥을 아래로 내려야 하는데, 천장이나 바닥에는 배관, 소방설비 등이 매설돼 있어, 이걸 이전하는 문제도 크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임시방편으로 박람회 때만 투입되는 인력으로는 엄마들의 불편함을 온전히 해소시킬 수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바람은 유모차를 끌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날 베이비페어에서 만난 한 엄마는 “유모차 끌고 나가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좋은 유모차는 나오는 데 그 유모차를 끌 만한 환경은 전혀 아닌 것 같다”면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말만 하지 말고 아이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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