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출산제, 아동 유기 막는 대안될까
익명 출산제, 아동 유기 막는 대안될까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12.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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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지원시스템 개선책 찾기 토론회 주목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미혼모와 그 가족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국가는 미혼모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신옥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코오롱빌딩 8층에서 열린 ‘미혼모 지원시스템 정비를 위한 연구 결과’ 보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뿌리의집 주최로 열린 이번 결과 보고회는 지난 9~12월 서울시와 공동 연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최종 제출하기 전 보완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뿌리의집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코오롱빌딩 8층에서 ‘미혼모 지원시스템 정비를 위한 연구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뿌리의집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코오롱빌딩 8층에서 ‘미혼모 지원시스템 정비를 위한 연구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날 책임연구원인 신 교수는 “여성이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임신출산을 하고 아동을 양육하며 함께 사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미혼모가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기본생활지원을 위한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이하 기본생활지원시설)의 입소자격 등 정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기본생활지원시설에 들어가려면 입소자의 실명을 밝혀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익명으로 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하고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는 나홀로 출산이나 베이비박스를 통한 아동 유기를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이미 제한적으로 익명출산제를 운영하고 있다. 친모가 임신갈등상담소에 1회 이상 기록을 남기면 그 후 모든 절차는 친모의 가명 하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병원, 조산원의 도움으로 출산할 수 있고, 아동이 만 15세가 될 때까지 출생증명서를 열람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신 교수는 “독일의 제한적 익명출산제는 아동의 권리와 친모의 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하고 있어 국내 베이비박스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만약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친모에 대한 정보를 아이에게 언제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7월 1일부터 홀트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에서 기본생활지원시설 운영이 금지됨에 따른 대안을 세워야 한다. 2012년 기준 전국에 33개소의 기본생활지원시설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중 16개소를 이들 3개 입양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신 교수는 “미혼모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설의 운영 중단은 미혼모들에게 상당한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이 문을 닫는다면 다른 운영 주체가 시설을 운영해야 하고 미혼모의 안전한 출산을 위한 공간은 정부와 서울시가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신 교수는 임신갈등에 놓인 여성이 도움받을 수 있는 정보 제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혼모자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너무 어렵다. 장애가 있거나 너무 어린 경우 1366번을 통해 시설에 입소하거나 출산 즈음에야 겨우 시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입소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여성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모든 단계의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시 120 다산콜과 1366번을 활용해서 전국적인 통합콜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여성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미혼모 지원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회원은 “최근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는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 살 때 초기 미혼모를 위한 리플릿을 약국에 비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양숙려기간 중 엄마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출산 후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갓난쟁이를 데리고 출생신고하러 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이 부분은 병원하고 직접적인 연계가 이뤄져서 출생등록을 병원에서 해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추남숙 구세군두리홈 원장은 양육 미혼모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미혼모 성공사례를 발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 원장은 “뉴질랜드를 가보니 한부모에게는 여러 가지 제목을 붙여서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추후 자립이 되거나 수입이 늘면 지원을 줄이더라도 10대나 위급 대상자에게는 수당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해서 당장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시설 확충과 함께 사례 관리 쪽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아이를 혼자 키우더라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자료를 내서 다른 미혼모들에게 ‘나도 혼자서 이렇게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연구 결과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소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혼모 측면에서 베이비박스를 폐지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는 남편하고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출생신고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베이비박스를 바로 폐지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 교수는 “혹여 익명출산을 도입하면 이로 인해 버려지는 아이가 더 많아지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또 익명출산을 임신단계에서 결정할 권한을 주면 입양숙려기간과도 충돌해 엄마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익명출산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어디까지이고, 그 시기는 언제인지 섬세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희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서울시가 서비스 개선 모델의 대표 사례가 되면 지자체에서 미혼모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이제까지 우리가 너무나 많이 요구했던 것과 거의 대동소이한 연구 결과”라고 일축했다.

 

이어 “콜센터 이용도 국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적용될 것인지 명확한 답이 없고, 현재 익명출산이 가능하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하고 전달체계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대폭 보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교수는 “지역센터에서 미혼모 지원을 안 하는 게 아닌데 이들이 왜 이용하지 않는지 자문부터 해야 한다. 사실 서비스 만족도가 굉장히 떨어지고 미혼모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상담하기 때문”이라며 “미혼모 자립지원 방편으로 미혼모를 전문상담원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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